"엄마, 저 누나들 옷이 이상해요"…발칵 뒤집힌 강남 초교

안재광 2026. 4. 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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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거리에 '사이버 룸살롱'이라 불리는 성인 방송 스튜디오가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26일 교육당국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인근 한 빌딩 지하에 지난해 3월부터 '엑셀 방송' 전문 스튜디오가 입주해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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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북초 정문 앞 엑셀 방송 스튜디오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법망 회피
경찰·지자체 “법적 제재 근거 부족”
학부모들, 건물주·세입자 우회 압박
서울 언북초 인근 한 빌딩에 입주한 ‘엑셀 방송’ 스튜디오 앞에서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로 보이는 여성들이 서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거리에 ‘사이버 룸살롱’이라 불리는 성인 방송 스튜디오가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선정적인 옷차림의 출연자들이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지만, 현행법의 허점을 노린 변칙 영업 탓에 경찰과 지자체조차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어서다.

26일 교육당국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인근 한 빌딩 지하에 지난해 3월부터 ‘엑셀 방송’ 전문 스튜디오가 입주해 영업 중이다. 엑셀 방송은 여러 여성 인터넷방송 진행자(BJ)를 출연시켜 자극적인 춤이나 행동을 하게 한 뒤,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성인용 콘텐츠다. 국세청이 지난해 “사회규범을 어지럽히는 유해 콘텐츠”라며 ‘사이버 룸살롱’으로 규정한 바 있는 업종이다.

문제는 이 스튜디오가 아이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주 통학로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하교 시간대인 오후 3시경이면 짧은 치마 등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여성 BJ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흔하게 목격된다.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들이 이들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해당 시설에 대한 유해한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서울 언북초등학교 인근 한 빌딩에 입주한 ‘엑셀 방송’ 스튜디오 인근에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로 추정되는 여성이 길을 가고 있다. 독자 제공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어떻게 이런 영업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강남구청과 경찰, 학교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못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를 보호구역으로 정해 유해 업종을 제한하고 있지만, 해당 스튜디오는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등록되어 있어 금지 시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내부에 밀폐된 공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하는 것조차 어렵다. 강남구 관계자는 “공무원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제재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규정이 애매모호해 BJ들에게 복장 주의와 외부 흡연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행정적 한계를 토로했다.

언북초 학부모들은 구청과 교육청에 서한을 보내는 한편,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해당 시설이 교육환경법상 ‘청소년의 건전한 교육환경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즉각적인 현장 확인과 영업 제한, 시정명령 등을 촉구했다.

과거 이 학교 인근의 또 다른 유해 업소를 몰아냈던 ‘성공 경험’을 공유하며 결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예전처럼 다시 고무장갑 벗어 던지고 ‘다들 모이세요’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더 싫다”며 “누군가 앞장선다면 이번에도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해당 건물 3층에 입점한 피부과 의원 등 다른 세입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인 방송 스튜디오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건물 근처에 오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고 했다”며 “병원 운영에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건물주와 상의를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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