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엔 항상 '히어로즈' 있었다"…박병호, 경기 전 은퇴식→묵직한 진심 전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최원영 기자] 덤덤히 진심을 전했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40) 잔류군 선임코치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은퇴식을 치른다.
박병호 코치는 2005년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뒤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에 합류했다. 그해부터 리그 대표 타자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2012년과 2013년 영예의 KBO MVP를 거머쥐었고, 2012~2014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품었다. 2016~2017년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몸담은 뒤 2018년 KBO리그로 돌아왔다. 키움 소속으로 2018~2019년 두 차례 더 1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손에 넣었다.
박 코치는 2022~2023년 KT 위즈, 2024~2025년 삼성을 거친 뒤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17시즌 1767경기 타율 0.272, 1554안타, 418홈런, 1244타점, 1022득점, 장타율 0.538 등이다. 이어 지도자의 삶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키움의 잔류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중이다.
이번 삼성전서 박 코치는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가 시작되면 바로 교체될 예정이다. 키움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은 2021년 10월 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당시 6번 지명타자) 이후 1639일 만이다. 키움의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장하는 것은 2021년 10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1648일 만이다.

박 코치는 "나에게 히어로즈란 야구 그 자체였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덕분에 다시 히어로즈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 마음 속엔 항상 히어로즈가 있었다"며 "행복하고 멋지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별 엔트리에 등록되면 선수로서 마지막을 키움 선수로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지도자로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나 또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병호 코치와의 일문일답.
-은퇴식을 앞둔 소감은.
"사실 은퇴한 지는 좀 오래됐고 지금 코치를 하고 있어서 은퇴식을 한다고 했을 때 그냥 별생각 없이 잘 지냈던 것 같다. 당일이 되니 설레는 마음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은퇴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은퇴식까지 하는 선수들은 정말 멋지고, 행복하게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선수들 중 한 명이 되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오늘 한 타석이라도 소화하나.
"아니다. 행사가 끝나면 우선 내가 수비하러 나간다. 플레이볼이 진행되면 교체되는 걸로 정리됐다. 아쉽지는 않다. 특별 엔트리에 등록하면 마지막 소속팀이 키움이 된다고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타석 이야기도 많이 했다. 내가 1회부터 타석에 들어간다고 치면 생각할 것들이 있었다. 지금이 시즌 마지막쯤이라 양 팀 다 순위가 결정된 상황이면 모를까, 만약 내가 타석에 들어갔는데 찬스 상황이 걸린다든지 혹여나 내가 안타를 치게 된다든지 하면 상대 팀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봤다. 가장 좋은 건 마무리를 키움 선수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비로 들어갔다가 빠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은퇴식 발표 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느꼈을 듯하다.
"나도 많이 놀랐다. 어렸을 때부터 히어로즈에서 오래 뛰었다. 과거 팀 성적이 안 나오고 힘들었을 때, 그때의 추억들이 굉장히 많다. 그때 응원해 주셨던 팬분들이 많이 축하해 주시고 아쉬워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그래도 내가 야구선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마무리하는구나 싶어서 기분 좋았다."
-은퇴 기념품을 사기 위해 팬들이 줄을 엄청나게 섰더라.
"그렇다. 나도 여기에 오면서 봤는데 감사했다. 나를 위해 기념품을 구매해 주시는 거라 더 감사하다.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경기 전 아들이 시구하는데 느낌이 어떨까.
"사실 큰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아들이) 시구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설레고 긴장하고 있더라. 나보다 긴장을 더 한 것 같다. 처음으로 아들과 아빠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됐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박병호에게 히어로즈는 어떤 팀인가.
"가장 힘든 순간 히어로즈에 와 박병호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해준 팀이다. 과거에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박병호에게 야구란?'이라는 질문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내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 담긴 팀이다."
-코치 생활해 보니 어떤가.
"현재 잔류군 코치를 맡고 있는데 운동 시작 시간이 오전 6시다. 나도 똑같이 일찍 출근한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잘 따라줘서 너무나 고맙다.
처음 코치를 한다고 했을 때, 선수들에게 정말 많은 칭찬과 응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내 역할이 너무나 즐겁고 재밌다. 선수들이 잔류군에 있다가 2군에 올라가면 잘하길 바란다. 힘든 게 있으면 내게 이야기해 주고 스스로 영상도 찍어서 보내준다.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이 선수들을 위해 정말 어떤 걸 할 수 있을지도 많이 떠올린다. 선수들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코치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

-지금, 성남고 3학년 박병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프로가 쉬운 데는 아니다. 조금만 잘 참고 이겨내면 나중에 은퇴식도 하면서 은퇴하는 선수가 되니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
-가장 기억에 남는 본인의 명장면은.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건 히어로즈가 창단해서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그 순간이다(2013년). 선수들과 마운드에서 다 같이 모여 세리머니했는데 그 장면이 떠오른다. 가을야구 때 중요한 순간에 홈런 친 장면이 몇 개 있다. 이겼으면 정말 감동인데 새드 엔딩으로 끝나서 아쉽다. 그래도 극적인 홈런들을 쳤던 게 기억 난다."
-은퇴 결정 후 지도자 외에 다른 선택지 고민은 없었나.
"처음엔 고민 좀 했다. 일찌감치 은퇴를 마음먹으며 한 생각이 있다. 방송 일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지도자를 하고 싶어서 야구 쪽으로 올 것 같은데 싶었다. 지도자가 꿈이었으니 빨리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엔 힘듦이나 부딪침도 있겠지만 그래도 빨리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이례적으로 은퇴식을 경기 전에 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나는 이야기를 했는데, 경기 전에 하는 걸로 됐다."

-향후 감독이 된다는 가정하에 지도관 이상향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나는 초보 지도자다.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다들 감독이라는 자리를 꿈꾸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겐 지금도 그런 게 없다. 처음 코치 한다고 했을 때도 잔류군을 맡는다고 했던 게 1군에는 잘하는 선수들이 이미 많기 때문이었다. 그 선수들보다는 밑에서 정말 힘들게 야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과 같이, 지도자로서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잔류군 코치가 딱 맞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미국 야구를 좋아했는데, 짧지만 미국 야구를 경험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미국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지내는 모습 등을 보면서 정말 문화가 다르다고 느꼈다.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조금 더 가깝고 잘 지내는 모습을 봤다. 여기서도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 선수들과 조금 더 스킨십하고 대화도 많이 할 것이다. 야구도 정말 중요하지만 다른 쪽으로 이야기도 들어주려 한다. 질문도 많이 하면서 지낸다."
-선수 초년생과 코치 초년생을 비교하면.
"어렸을 때가 더 힘들다. 야구했을 때가 더 힘든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 정말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 잔류군에 있는 선수들도 똑같은 상황인 듯하다. 다만 그 선수들에게 항상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떤 기회가 생겨 다른 팀에서 좋게 봐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자기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뭐라도 해보고 후회는 남지 않게 하자고 이야기 중이다. 나의 어렸을 때 경험도 많이 말해준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던 선수였다는 걸 들려주며 공감해 주고 있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에게 지도자의 장점을 이야기해 준다면.
"물론 오랫동안 야구하면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기 때문에 야구와 멀어지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난 바로 (지도자를) 하면서 좋았던 게, 선수들과 다시 한 번 야구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같이 호흡할 수 있게 됐다. 지도자를 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그 선수들이 잘했을 때 같이 기뻐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이 너무나 즐겁다. 삼성의 최형우, 강민호 선수가 언제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약속했다. 셋이 만나서 우리는 방송하지 말고 지도자 하자고 이야기했다. 다들 약속 지켰으면 좋겠다."
-키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고참 선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선수단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선수들을 이끄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분명히 경기에 나가고 싶은 선수들도 있을 텐데 어린 선수들이 주가 돼 출전하는 게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래도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 주고, 후배들이 경기에 나갔을 때 잘 도와줬으면 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야 팀이 더 강해진다.
내가 1군에서 지켜보는 입장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 나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 타석, 한 경기에 나가는 게 소중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아직 다른 선수를 상대하기 버거운 선수들도 있는데 그래도 이걸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빨리 (적응 시간을) 단축해 나간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삼성 동료들을 보게 됐다.
"선수들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조금 전) 인사도 나눴다. (박진만) 감독님과 선수단을 뵙고 오랜만에 인사했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 줬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 삼성이 (연패로) 분위기가 조금 안 좋지 않나. 선수들이 앞에서는 (은퇴식을) 많이 기뻐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뒤에서 많이 기뻐해 줬다."

-키움에 '제2의 박병호'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가 있나.
"나와 비슷한 유형은 없다. 누구 한 명을 꼽기는 어렵지만 잔류군 뿐만 아니라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힘든 스케줄을 잘 소화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다 잘 됐으면 좋겠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등 키움에서 뛰었던 메이저리거 후배들에게도 연락이 왔나.
"연락 왔다. 축하한다고 이야기하더라. 은퇴식뿐만 아니라 그전에도 자주, 계속 연락하고 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선수 시절 마지막을 삼성에서 보내 아쉬운 팬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히어로즈에서 다시 코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속에 항상 히어로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 (지도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팬분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너무나 기뻐해 주셨다. 은퇴식을 한다고 하니 아쉬워해 주시는 분들도 너무나 많았다. 정말 감사드린다.
정말 솔직히 예전부터 히어로즈 팬 관중들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한 분, 한 분이 100명의 팬들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원을 보내주셨다. 선수로 뛰는 내내 너무나 감사했다. 내가 타 팀으로 고척에 왔을 때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히어로즈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동안 선수 박병호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앞으로 나도 히어로즈 선수들이 조금 더 성장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지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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