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계 갇힌 LIG·KAI, ‘천궁·KF-21’ 대박으로 체질 개선?
한화·로템에 비해 뒤처지는 수익성, 수출로 메울 수 있을까
(시사저널=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K방산이 전 세계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지만, 정작 방산 기업들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묘한 온도 차이가 발견된다. 한쪽에서는 30%에 육박하는 꿈의 이익률을 뽐내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7%대 수익률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후자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발발한 중동전쟁을 계기로 K방산 무기 체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 기업 앞에도 거대한 반전의 무대가 열리고 있다. 내수 중심의 낡고 낮은 수익 구조를 단숨에 깰 수 있는 수출 대박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K방산 호황인데 왜 그들만 7%?
최근 수년간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방산 대표 4개 기업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두 자릿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을 누리고 있는 반면, LIG D&A와 KAI는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무르며 상대적으로 더딘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LIG D&A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4조3069억원, 영업이익 3194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7.4%에 그쳤다. KAI 역시 매출 3조6964억원에 영업이익 2692억원을 내며 7%대 영업이익률에 턱걸이했다. 이는 전년(각각 6.8%, 6.6%) 대비 소폭 나아진 수치지만, 수익성 개선 폭 자체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로템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률 17.2%를 기록하며 월등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특히 방산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매출 3조2152억원, 영업이익 956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전체 영업이익률은 11.5%로 전년(15.4%) 대비 낮아졌지만, 주력인 방산 부문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8.7%에서 21.8%로 껑충 뛰었다.
이 극명한 수익성 차이는 바로 해외 수출 비중에서 갈렸다. 국내 방산 사업은 주로 방위사업청 납품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원가에 제한된 이윤만을 더하는 방식이라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이익을 크게 남기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수출의 경우 기업의 가격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기술 이전이나 유지·보수(MRO), 후속 군수 지원 등 다양한 장기 계약이 결합되면서 제품 단가와 부가 수익이 동시에 불어나는 고수익 구조를 띤다.
지난해 LIG D&A의 수출 비중은 19%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로템(72%)이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47%)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수출 비중이 2~3배 이상 벌어지면서 같은 방산 업종 내에서도 수익 창출 능력이라는 근본적인 체질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KAI의 경우 지난해 수출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주력인 항공기 사업이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구조여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물량이 꾸준히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었다.
두 기업에 최근 발발한 중동전쟁은 역설적이게도 강력한 수출 모멘텀이 되고 있다. 현대전에서 촘촘한 방공망 구축과 공중 우위 확보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 세계가 목격하면서, LIG D&A가 강점을 지닌 중거리 지대공미사일과 KAI가 주력하는 전투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공망 분야에서는 LIG D&A가 체계종합을 맡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의 수출 확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35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대형 수출 계약을 체결한 천궁-Ⅱ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중동 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UAE에 배치된 천궁-Ⅱ가 96% 수준의 높은 요격률을 기록하며 뛰어난 성능을 실전에서 완벽히 입증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실전 레퍼런스(사례)를 성공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발주와 신규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요격 미사일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천궁-Ⅱ 고객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의 추가 구매 및 조기 인도 요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동 및 유럽 지역의 신규 고객들에 대한 수출 계약 또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전투기 분야에서는 KAI의 KF-21 수출 기대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국 주도로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KF-21은 KAI가 2015년 체계 개발 사업에 착수해 2022년 시제기 초도 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3월말에는 양산 1호기가 성공적으로 출고되는 등 개발 속도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어 첫 수출 레퍼런스 확보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아울러 중동 지역에서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에서는 폴란드,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등이 잠재적인 수요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KF-21의 글로벌 수출 잠재 수요를 약 573~703대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한 성장 넘어 고수익 구조로 전환될까
시장의 시선은 천궁-Ⅱ와 KF-21의 해외 진출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내수 중심의 한계를 깨고 수출 중심의 고수익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LIG D&A의 영업이익이 올해 4580억원, 내년 6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7.4% 수준에 머물러 있는 영업이익률도 점진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 1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 역시 올해 4891억원, 내년 6835억원 수준의 탄탄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며, 수익성 개선세 역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방산 업계 전문가는 "단기간 내에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단순히 성능이 좋은 무기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대응 능력을 고루 갖춘 무기 체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이른바 가성비와 납기 경쟁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K방산에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밋빛 전망이 곧바로 실제 수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우호적인 대외 환경을 실제 계약으로 끌어내기 위한 '민관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열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기업 자체적인 가격 경쟁력과 맞춤형 납기 대응력 강화는 물론, 정부 차원의 금융 및 외교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