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로런스에서 생태·자본주의 비판 끌어낸 비교문학자 류점석씨 별세

김종목 기자 2026. 4. 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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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학자이자 생태 칼럼니스트 류점석씨가 지난 23일 경기 양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64세.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주로 유명한 D.H.로런스의 시를 번역해 알린 학자다. 생태학 관점으로 로런스 등 문학과 여러 신화를 분석했다.

고인은 1962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순천고, 연세대 영문학과(학부·석사)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비교문학과에서 2004년 ‘생명 공동체 건설을 위한 문학 생태학적 모색 : D. H. Lawrence의 시적 상상력을 통한 접근’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세대에서 신화·종교, 문학을 가르쳤다.

2000년대 후반 류점석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인은 “신화와 종교에 대한 발생론적 시각으로 신화시대 인류의 삶을 고찰함으로써, 생명력을 향유하는 삶의 원리”를 찾으려 했다. 논문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대한 생태주의적 해석’ ‘자연/물에 대한 휴머니즘적 시각의 생태주의 고찰’ ‘향유하는 삶을 위한 공동체의 생태학적 패러다임’ 등을 썼다.

2008년 봄 대표작인 <생명공동체를 향한 문학적 모색>(아우라)을 냈다. 그해 4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로런스는 대중들이 알고 있는 ‘에로티시즘’의 작가가 아니다. 그의 시들은 인간과 사물을 동등하게 생각하고 생명공동체를 지향하는 윤리적 탐색의 결과”라고 말했다. “환경파괴가 진행되는 데 대한 개인적 안타까움과 인문학이 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몸과 정신이 분리된 근대철학의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만나는 지점에서 로런스의 시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해 가을 로런스 시 선집 <제대로 된 혁명>(아우라)을 출간했다. 로런스는 19살부터 45세에 폐병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26년간 1000여편의 시를 썼다. 책은 이 중 152편을 추렸다. 류씨는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시기에 그가 가졌던 문명비판적 사고와 생태학적 대안은 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봤다. 로런스는 ‘사람이라면 일에 생기 없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사람이라면 임금만 받으려 일하는 똥무더기가 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사람이라면 임금노예로 일하는 것을 모두 거부해야 한다.’(시 ‘우리가 가진 전부는 삶이다’ 중)며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류시는 그가 쓴 글처럼 살려고 했다. 책을 낼 당시 경기도 연천군 학곡리에서 텃밭을 키우며 공부고, 글쓰며 살았다. “임진강에 보름달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면 행복감으로 전율하게 되는데 로런스가 자연을 접하면서 지은 시를 보면 비슷한 감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2009∼2013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환경칼럼’과 ‘녹색세상’ 코너를 맡았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 등을 비판했다.

유족은 부인 주미정씨와 자녀 시명·가헌씨, 사위 김용민씨 등이 있다. 25일 오전 발인 뒤 학곡리 텃밭에 들렀다고 한다. 양주 경신하늘뜰공원에 묻혔다.


☞ 류점석 | 섹션 검색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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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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