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AI가 아닌 사람이다, 솔직함 앞세운 무례한 무당들을 어찌할꼬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6. 4. 26. 13: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 방송에 점을 보는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과거에는 주로 연초에 한 해 운세를 보곤 했는데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일상이 됐다.

공수를 받아 말을 전하는 것이라 해도 상대의 심경을 헤아릴 시간 정도는 가졌으면 한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건강한 방송 문화를 이끌 책임이 있는 터라 가차 없이 지적하는 편이고, 나이는 마흔 살이 기준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재현에게 상처 준 무속인들, 그리고 그걸 내보낸 제작진 모두 문제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요즘 방송에 점을 보는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과거에는 주로 연초에 한 해 운세를 보곤 했는데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일상이 됐다. 산뜻한 출발로 기대를 모았던 tvN <구기동 프렌즈>도 다르지 않았다. 영화 <파묘> 자문을 맡은 유명 무속인을 찾아갔는데 안재현에게 해줄 말이 많다더니 대뜸 무당 사주라는 것이다. "박수 되고 스님 되라는 사주라서 본인 사주에 부인도 없고 자식도 없다. 부모 덕도 없고 형제 덕도 없다." 이 말이 연예인 안재현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말일까. 결국 가정을 꾸리고 살 생각은 접으라는 얘기 아닌가.

나라면 살 만큼 산 나이인지라 저런 소리를 들어도 '어, 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안재현은 앞길이 창창한 나이이고 예능을 통해 보면 마음이 여린 편이었다. 그런 이에게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카메라 앞에서 거침없이 쏟아내고 그걸 그대로 내보내다니. 다행히 이번 주 방송에서 "남의 덕 없이도 혼자 잘 할 수 있다. 용기를 내라."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에 굶주렸다'는 말을 덧붙이지 뭔가. 이 얘기를 듣는 가족의 마음은 어떨까.

마침 지난주 MBC <손석희의 질문들4>에 나온 김애란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에게는 있고 AI에게는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망설임'이라고. 누군가의 고민이나 아픔을 들었을 때 사람은 말을 삼키고 주저하고 헤아리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유려하고 즉각적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마치 힘이라도 과시하듯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무속인들. 공수를 받아 말을 전하는 것이라 해도 상대의 심경을 헤아릴 시간 정도는 가졌으면 한다. AI가 아닌 사람이지 않나.

하는 일이 방송 평론이다 보니 지적하기를 즐긴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지 싶다. 그런데 실은 며칠씩 고민한다. 이걸 다루는 게 맞는지 꽤 오래 망설인다. 나름의 기준도 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건강한 방송 문화를 이끌 책임이 있는 터라 가차 없이 지적하는 편이고, 나이는 마흔 살이 기준이다. 불혹을 넘기면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이전의 치기 어린 잘못과 실수는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깨닫게 마련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흔 고비를 넘긴 가수 서인영이 유튜브 채널 <개과천선 서인영>으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반응이 뜨거운데 일단 재미있다. 2023년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의 호화 결혼식 논란과 이후의 부정적 여론, 그래서 복귀를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당당히 재기한 것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스스로 각성한 면이 있겠지만 그동안 방송이 '싹퉁바가지'로만 몰아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솔직함을 앞세운 무례함'을 펼친 <구기동 프렌즈>와 같은 방식으로 소비되었던 서인영. 그리고 김애란 작가가 일깨워준 '망설임'이라는 AI에게는 없는 미덕.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늘 망설이되, 그러나 올바른 방송 문화를 위해 할 말은 꼭 할 생각이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M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