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크-대구 무장애 관광 현실] ‘모두의 봄’이라지만…관광지엔 ‘장애인’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4일부터 30일까지 '모두의 봄, 열린 여행'을 주제로 '열린여행 주간'을 운영 중이다. 장애인 등 여행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포함해 모든 여행객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 관광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혜택을 나누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모두의 봄'을 맞이한 대구 무장애 관광의 현실은 어떨까. 대구의 대표 관광지인 '김광석다시그리기길'(김광석 길)과 달성군 '사문진나루터'를 찾아 현장을 들여다봤다.
◆'점 vs 선'의 괴리…물리적 문턱은 낮췄지만, 심리적 문턱은 그대로
현장에서는 '무장애'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관광지를 찾은 장애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광석 길은 평탄한 보행로를 갖췄지만, 개별 벽화 앞에 점자나 음성안내가 부족했다. 사문진나루터의 경우 다른 관광지에 비해 저상버스가 비교적 자주 오가는 편이었지만, 정작 버스에서 내리는 휠체어 이용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보는 현장의 실태를 장애인 당사자의 시선으로 진단하기 위해, 휠체어 이용자이자 달구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무장애 관광 모니터링을 전담하고 있는 김로하 활동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김 활동가는 "진정한 무장애 관광은 시설 몇 가지를 갖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도착부터 이동, 이용, 휴식, 귀가까지 전 과정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사문진나루터 산책로에서 수동휠체어의 바퀴를 힘겹게 굴리고 있는 50대 지체장애인 이모씨를 간신히 만났다. 그는 "병원에 갈 때나 나드리콜을 불렀지, 이렇게 순전하게 나들이 나온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얕은 경사로에도 진땀을 빼던 그는 전동휠체어가 아닌 수동휠체어의 경우, 작은 경사조차 큰 부담인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상버스가 자주 다니는데도 굳이 특별교통수단인 '나드리콜'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버스 탑승은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휠체어 발판을 내리고 탑승하는 시간 동안 다른 승객들의 일정을 뺏는 것 같아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다른 장애인 동료들의 경험담을 들어봐도 기사님이 대놓고 기분 나쁜 티를 내거나 승객들이 눈치를 준다고 해서, 저는 저상버스 이용은 아예 꿈도 안 꿉니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에 대해 김로하 활동가는 "저상버스는 단순히 대수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사들의 응대 교육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고, 정류장까지의 접근로 등도 보다 안전하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선택한 나드리콜 역시 녹록지 않다. 이씨는 "오늘은 운 좋게 15분 만에 탔지만, 길게는 1시간 넘게 도로에서 기다린 적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로하 활동가는 "배차시간을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장애인은 외출 전 대기시간까지 계산해 훨씬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야 하고, 관광처럼 머무는 시간이 유동적인 일정은 제약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미있겠다"보다 "갈 수 있을까"…데이터가 증명하는 '이동의 단절'
이동의 불확실성은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관광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 무장애 관광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열린관광지 인지도 및 방문 희망지' 상위 10개 지역에 대구지역 관광지는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로하 활동가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관광은 '재미있겠다'는 기대보다 '과연 갈 수 있을까'라는 생존형 고민이 앞서는 활동"이라며 "관광지 내부의 물리적 인프라를 만드는 '점(點)'의 개선은 이뤄졌을지 몰라도, 집에서 관광지까지 이어지는 '선(Line)'의 이동권이 사회적 편견과 시스템 부족으로 철저히 끊겨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약자들이 여행 중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이동 동선 불편'(72.4%)과 '교통수단 이용 불편'(57.9%)이었다. 이동수단의 부재는 대중교통 데이터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의 '나드리콜 운영 종합현황'(2026년 3월31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휠체어 이용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26분35초로, 비휠체어 이용자(14분18초)의 두 배에 달했다. 대기시간이 1시간을 초과하는 사례도 한 달 새 5천200건을 훌쩍 넘겼다.
무엇보다 나들이 수요가 몰리는 주말 낮 시간대(낮 12시~오후 4시) 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 투입 대수는 80~100대 수준으로, 평일(최대 186대)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교통약자의 '주말 관광'이 사실상 원천 봉쇄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복지가 아닌 '경제적 레버리지'…전문가·활동가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본보는 이러한 기형적인 대구 무장애 관광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대구·경북지역 관광 인프라와 지자체 행정 정책에 정통한 대구대학교 관광경영전공 장영화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장 교수는 무장애 관광 인프라를 '시혜적 복지'가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불편사항이 개선되면 평소보다 '여행을 더 자주 가겠다'는 응답이 92.7%에 달하며, 1회 평균 약 6만8천 원의 비용을 추가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관광시장의 중심 소비층이 바뀔 것이다. 무장애 인프라는 수요가 커지는 구조에서 객단가 상승을 이끄는 '경제적 레버리지'이자 미래 관광산업을 향한 선제적 투자"라고 역설했다.
대구가 인지도 하위권에 머무는 원인에 대해서는 "대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소, 콘텐츠, 동선이 하나로 패키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행정의 한계를 꼬집었다. 현재 대구시의 경우 관광지는 문화관광과가, 저상버스와 나드리콜은 교통국이 각각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그는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고 관광과 교통을 통합하는 거버넌스, 즉 '열린관광 전담부서'와 같은 총괄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현장의 김로하 활동가 역시 "행정 중심의 일회성 점검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단체가 직접 참여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며 "무장애 관광 정책을 단순한 시설 설치사업으로 볼 것이 아니다. 집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도착, 이용, 정보 접근, 다시 돌아오는 과정까지 아우르는 도시정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단차 0cm의 기적'은 화려한 관광지 입구가 아니라, 교통약자의 집 앞 현관문과 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된다. 대구 무장애 관광의 성패는 이제 '얼마나 많은 경사로를 설치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막힘없이, 눈치 보지 않고 그곳에 닿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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