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나뭇잎처럼 내려온 순간…고양어린이박물관, 10년의 상상을 다시 열다

유제원·김태훈 2026. 4. 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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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주년 맞아 누적 관람객 200만 명 돌파
화정동 체험형 박물관서 가족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
어린이날 축제 ‘컬러풀 놀이터’로 환경·디지털·경제교육 확장
담토리·담찌 공개, 전시실 개편으로 다음 10년 준비
고양특례시 덕양구 화정동 소재 고양어린이박물관 로비에 마련된 리프 코너에서,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자신의 그림이 종이에 담겨 내려오는 과정을 체험 중이다. 김태훈 기자

고양어린이박물관 1층 '리프' 앞에 선 한 어린이가 그림을 그렸다. 잠시 뒤 종이가 위에서 팔랑거리며 내려오자 아이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림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박물관 안에서 움직이는 기억이 되는 순간이었다.

◇ 아이의 그림이 팔랑팔랑 내려온 곳…"행복해하는 모습에 부모도 행복"
옆에 있던 부모는 "아이 교육이 있어서 함께 왔는데,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이 지난 10년간 시민들에게 남긴 장면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아이는 놀고, 부모는 지켜보며, 가족은 함께 배운다.

그 옆 뮤지엄라운지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엄랩 메이킹' 프로그램 준비가 한창이었다. 멕시코 과카몰리 카나페 만들기에 쓰일 재료들이 하나둘 배치됐고, 수업을 준비하던 한가영 강사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보면서 보람을 느끼면, 그것이 나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고양어린이박물관 1층 뮤지엄라운지에 마련된 뮤지업랩 메이킹(과카몰리 카나페 만들기) 재료들. 김태훈 기자

박물관 1층에는 리프와 뮤지엄라운지, 피크닉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리프가 아이들의 기억과 상상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공간이라면, 뮤지엄라운지는 교육과 체험이 이어지는 열린 배움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 화정동에 문 연 경기북부 어린이 문화공간, 10년 만에 200만 명 찾아
고양특례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한 고양어린이박물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누적 관람객은 200만여 명을 넘어섰고, 12개 기획·상설 전시실과 체험 공간을 갖춘 어린이 가족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출발은 '경기북부 어린이 문화 인프라 확충'이라는 과제와 맞닿아 있었다. 2016년 개관 당시 박물관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움직이고, 체험하며 배우는 공간을 모토로 했다. 단순히 전시물을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체험형 공간을 지향한 것이다.
고양어린이박물관 전경. 김태훈 기자

이후 박물관은 개관 초기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지역 대표 어린이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어린이날과 방학, 주말을 중심으로 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고양시 어린이 가족에게 익숙한 문화 일정이 됐다.

박물관은 36개월 이하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전시실, 꽃향기마을, 함께 사는 세상, 초록빛세상, 건축놀이터, 애니팩토리, 우리놀이터고양 등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됐다.

◇ 전시에서 교육으로, 놀이에서 환경·디지털 체험으로 확장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지난 10년은 체험형 전시공간이 점차 교육 플랫폼으로 넓어진 과정이기도 하다. 개관 초기에는 안전, 자연, 예술, 건축, 신체활동 등을 놀이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후에는 스마트 교육, 환경교육, 메이커 교육 등 시대적 흐름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

2층에는 꽃향기마을, 함께사는 세상, 초록빛세상, 우리놀이터고양, 브릭놀이터, 물빛마을, 아기산책, 아이그루 등이 배치돼 있다. 3층에는 애니팩토리, 건축놀이터, 예술놀이터, 교육실 등이 자리한다. 이는 박물관이 단일 주제 시설이 아니라 자연·환경·예술·건축·신체활동을 아우르는 복합 체험공간으로 운영돼 왔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고양어린이박물관 축제 공연 및 체험 활동. 사진=고양시청

최근 박물관은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배우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환경, 탄소 감축, 디지털 기술, 경제교육, 안전체험 등이 박물관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면서, 어린이들이 일상의 문제를 체험으로 이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10주년 어린이날 축제에서도 반영된다. 올해 축제는 '환경'과 '올림픽 정신'을 결합해 도전, 존중, 연대의 가치를 어린이 가족이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 어린이날 축제 '컬러풀 놀이터'…환경·올림픽 정신 담은 가족 체험
고양어린이박물관은 오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제10주년 기념 어린이날 축제 '들썩들썩 놀자 : 컬러풀 놀이터'를 연다. 야외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축제의 중심은 '컬러풀 올림픽 존'이다. 이 공간에서는 신문지 공, 블록, 트램펄린 등을 활용한 8가지 놀이 체험이 진행된다. 어린이들은 색깔별 공간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도전과 협력의 의미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2026 고양어린이박물관 어린이날 축제 포스터. 사진=고양시청

이번 축제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 어린이 가족이 축제 과정에서 발생시킨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그만큼을 산림청 나무 식재 기증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축제에서는 약 2만8천㎏의 탄소 감축 효과를 거뒀으며, 이는 나무 3천255그루가 벌목되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빙하 74.6㎡가 녹지 않도록 지킬 수 있는 효과로 설명됐다.

'디지털 올림픽 존'에서는 11종 메이커 교육이 운영된다. 전기회로를 활용한 응원봉 만들기, 3D 펜으로 올림픽 메달 만들기, 로보로보 코딩, 아두이노 체험 등은 어린이들이 디지털 기술을 놀이처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어울림 올림픽 존'은 나라별 문화를 경험하는 공연·체험과 피크닉을 결합했다. '경제 올림픽 존'은 어린이 가족 마켓을 통해 선순환 경제교육을 진행하고, '환경 올림픽 존'에서는 팀보로봇을 활용해 동물 로봇을 만든 뒤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 담토리·담찌 공개, 구름다락·애니팩토리로 다음 10년 준비
10주년을 맞은 고양어린이박물관은 신규 캐릭터 '담토리'와 '담찌'도 선보인다. 두 캐릭터는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담는 박물관 숲속 친구들'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10주년 이벤트 존에서는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인생네컷, 캐릭터 인형탈 팬미팅, 캐릭터 부채 증정 등이 마련된다. 박물관은 신규 캐릭터를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향후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활용해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고양어린이박물관 10주년 기념 캐릭터 '담토리·담찌' 사진=고양시청

공간 변화도 이어진다. 박물관은 10주년을 맞아 도서와 전통놀이 체험이 어우러지는 2층 '구름다락 전시실'을 새롭게 선보였다. 3층 애니팩토리도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신체활동 중심 체험공간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노후화된 로비와 아이그루 공간 등 관람객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 개선도 추진된다. 오는 8월 여름방학 기간에는 지난 10년간 진행했던 프로그램 가운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해 재구성한 특별 교육·체험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는 모두에게 열린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전시와 수준 높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지난 10년은 어린이가 배우고 노는 공간에서 가족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해 온 시간이었다. 그림 한 장이 팔랑이며 내려오던 리프 앞의 작은 장면처럼, 박물관의 다음 10년도 아이들의 상상력이 현실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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