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협박·앱 수수료·중국 공습에 K게임 ‘허리’ 끊긴다

“직원 20명만 있어도 어엿한 중견이죠.”
최근 인터뷰한 중소 게임사 대표의 입에서 나온 자조 섞인 농담이다. 한때 직원 100명을 거느렸던 중소 게임사들이 이제는 5명 이하만 남은 영세 기업으로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이용자들의 협박과 과도한 앱 수수료, 중국 게임사 공습, 정부 지원 미흡 등 복합적인 이유로 게임 산업의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인터뷰한 중소 게임사 대표들은 “한국 게임 업계는 5년 안에 대기업 10곳과 인디 게임사들 빼고 모두 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경고했다.
◇“환불 안 해주면 유튜버한테 이른다” 협박 이메일에 잠 못 드는 대표
중소 게임사 대표 A씨는 게임 업데이트 전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과금 구조에 대한 불만이 담긴 이용자들의 환불 요청을 빙자한 ‘갑질’ 이메일이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쏟아지기 때문이다. “환불해 주지 않으면 유명 유튜버에게 제보하겠다” ”과금 구조가 이상한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메일이 매번 쏟아진다.
넥슨 ‘메이플 키우기’ 등 대형 게임사의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 이후 중소 게임사가 생존을 위해 설계한 과금 구조가 ‘악마화’되면서 정당한 수익 모델조차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업데이트 전날에는 무서워서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말했다.
◇매출 30% 떼 가는 통행세... “4억 벌어도 남는 건 마이너스”
구글과 애플 등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역시 중소 게임사의 목을 조른다. 플랫폼은 게임사 매출의 최대 30%(연 매출 100만달러 미만 시 15%)를 수수료로 떼 간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만달러 이상의 중소 게임사에서 3개월짜리 프로젝트로 매출 4억원이 발생했을 경우 앱 마켓 수수료 1억2000만원, 퍼블리셔 계약금 5000만원, 퍼블리셔 수수료 7200만원, 마케팅 비용 1억2000만원, 서버 비용 500만원, 인건비 2000만원, 회사 운영비 6000만원 등을 빼면 마이너스 4700만원이 된다. 최근 구글이 기존 최대 30% 수수료를 15~20%로 낮춘다고 밝혔지만,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 기준 수수료는 중소 게임사의 생존 여부를 가를 수 있는 큰 금액이다.
2019년 직원 100명을 뒀다가 현재 직원 4명만 남은 중소 게임사 팡스카이가 지난 10년간 앱 마켓에 지불한 수수료는 약 150억원에 달한다. 이병진 팡스카이 대표는 “광고 노출조차 안 되면 매출이 아예 나오지 않아 마케팅 비용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쓰다보면 적자는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남은 시장도 중국산 게임이 집어삼키고 있다. 과거 ‘카피캣’이라고 불리던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앱 마켓 게임 매출 상위권 10위 중 5~6곳을 점령했다. 외산 게임의 국내 시장 점유율(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4년 38%에서 2025년 52%로 늘어나며 국산 게임을 안방에서 밀어내고 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 게임사들은 인건비라도 벌기 위해 ‘토스’ 같은 대형 플랫폼의 게임 공모전을 전전하기도 한다. 중소 게임사 대표 B씨는 “당장 인건비를 벌기 위해 블록 맞추기 같은 간단한 게임을 만들다 보면 자괴감이 든다”며 “보통 상금은 3000만원 수준인데, 3개월 치 인건비 정도에 해당하는 임시방편”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수지 93% 견인하는데... 정부 지원은 없다
게임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 기둥이다. 한국은행이 3월 공개한 ’2025년 지식 서비스 무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 콘텐츠 산업 지식 서비스 무역 수지 44억1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 중 게임 산업 수지는 41억3000만달러(약 6조2700억원)로 전체의 93%를 책임졌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생색내기에 그친다. 서울시가 AI(인공지능) 기술 도입과 제작 환경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는 ‘2026 게임 콘텐츠 사업화 지원 사업’의 경우 분야별로 기업당 1000만~3000만원 정도를 지원하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패했을 경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윤 가천대 게임·영상학과장은 “개발자들이 24시간 마음 놓고 몰입할 수 있는 제작 환경과 정부 모태펀드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련되어야만 끊어진 K게임의 허리를 다시 이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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