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X파일] K뷰티 1등 시장, 미국도 중국도 아닌 ‘유럽’이라고?
지난 3일 영국 런던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 스트랫퍼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 팝업 스토어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입장한 방문객들은 직원 설명을 들으며 제품을 구경했고, 한쪽에 마련된 대형 윷놀이 게임도 즐겼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사흘 행사 동안 5000여명이 팝업스토어를 찾았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간 수출 영토를 넓혀온 ‘K뷰티’가 올해는 유럽 시장 정조준에 나섰다. 영국을 교두보로 삼고 폴란드, 네덜란드, 독일 등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업체마다 부츠 같은 현지 매장에 속속 들어가고 온라인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수출 1위 시장은 재작년 중국에서 작년 미국으로 바뀌었는데, 올해는 유럽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올해 1분기 유럽으로의 수출은 6억7530만달러로 미국(6억1860만달러)보다 많았다. 유럽 수출은 작년 4분기부터 미국을 앞서고 있는데, 차이가 더 벌어졌다.
◇“K뷰티, 15초에 하나씩 팔린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서비스(K-stat)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으로의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의 수출 성장률(41%)보다 오름세가 가팔랐다. 국가별로 보면 영국(161%), 네덜란드(137%), 독일(148%) 등에서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폴란드(51%), 에스토니아(281%)도 K뷰티 ‘큰손’이었다.
K뷰티가 요즘 가장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같은 영어권 국가라 미국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탄 제품이 자연스럽게 전파돼 이미 K뷰티 인지도가 높은 편이고, 프랑스 같은 전통 뷰티 강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고 한다. 영국 최대 뷰티 편집숍 ‘부츠’는 작년 말 보고서에서 “K뷰티가 업계를 강타하며 부츠에서 K뷰티 제품이 15초에 한 개씩 팔리고 있다”고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미녀는 재작년 6월 영국 부츠에 처음 입점한 후 현재는 700개 매장에 들어가 있다. 부츠 전체 스킨케어 제품 130개 중 조선미녀 제품은 8위로 상위권이다. 에이피알은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를 지난달 세포라의 독일·프랑스 매장 등에 입점시켰다. 작년 말엔 영국 판매를 본격화했는데, 증권가에선 에이피알이 올해 1분기 영국에서만 300억원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달 자사 브랜드 에스트라를 유럽 17국 세포라에서 공식 출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마몽드·프리메라·일리윤을 영국 부츠에서 팔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2023년 518억원에서 작년 241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화장품 유통 업체 실리콘투는 K뷰티 편집숍 ‘모이다’를 영국, 프랑스 등에서 운영 중이다. 앞으로 유럽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현재 폴란드에 있는 1만3200㎡(4000평) 규모 물류센터를 1만9800㎡(6000평)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동시 공략
K뷰티 업체들은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올해 유럽 공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 관계자는 “유망 시장 중 동남아는 시장 규모가 유럽보다 작고, 중동은 이번 이란 전쟁 여파로 사업이 쉽지 않아져 유럽에 예상보다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는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각각 5, 6, 7위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도 20위 안에 든다.
업체들의 유럽 공략법은 미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주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선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던 미국에서와 달리, 유럽에선 온·오프라인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장이라 현지 오프라인 업체에 입점해 있어야 신뢰하는 소비자가 많고, 직접 써보고 사려는 수요도 강하다고 한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아마존과 틱톡샵 같은 온라인망은 물론, 영국 부츠, 프랑스 사마리텐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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