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미화원 짓밟은 40대 공무원의 광기... 주식 떨어지면 '제물' 소환 [사건 플러스]
미화원 상대 상습적 폭언·폭행
주식 하락하자 '멍석말이' 지시
"같이 죽자" 운전대서 손 놓기도
147차례 강요·폭행·모욕 드러나
"죄질 나빠" 징역 1년 8개월 선고

"내게 직장은 언제 얻어맞을지 모를 공포의 장소였다."
지난달 12일 춘천지법 속초지원 법정. 환경미화원을 상대로 폭행과 괴롭힘 등 이른바 '계엄령 놀이'를 일삼은 혐의(강요·상습협박 및 폭행·모욕)로 기소된 강원 양양군 소속 운전직 공무원 A씨(44)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수개월간 폭력과 협박, 모욕에 시달렸던 20대 환경미화원인 피해자는 재판부 앞에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읽어 내려갔다.
피해자는 "피고인은 지위를 이용해 이유 없이 발로 차거나 물을 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친구인 저희끼리 서로를 밟게 하는 행동을 강요해 큰 수치심과 굴욕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인간으로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느꼈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주식 손실을 계기로 시작된 가혹행위
동갑내기인 피해자 세 명의 일상은 A씨가 양양군 한 면사무소로 발령받은 지난해 7월부터 악몽처럼 바뀌었다. A씨는 쓰레기 수거 차량을 일부러 먼 곳에 세우거나 고의로 서행 운전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지연시키며 이른바 '군기'를 잡았고, 업무 전반에 걸쳐 폭언과 위협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같은 달 중순,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격 하락을 계기로 가혹행위가 노골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주식이 오르지 않으면 너희 중 하나를 제물로 바쳐야겠다"고 말했고, 이후 환경미화원 대기실에서 특정 피해자를 이불로 덮은 뒤 다른 피해자들에게 밟게 하는 이른바 '멍석말이'를 지시하는 등 신체적 가혹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빨간색 물품 사용을 강요하고 속옷 색깔을 확인하는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 100주(17만9,900원 상당)를 매수하도록 요구하는가 하면 담배꽁초를 던지거나 장난감 총을 발사하는 등 상습 폭행과 모욕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쓰레기 수거 차량 주행 중 주식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같이 죽자"고 말하며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위험한 행동을 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 특성상 A씨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던 피해자들은 일상적으로 공포를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 징역형 선고… 피해 회복은 '진행형'

이 사건은 견디다 못한 피해자들이 지난해 11월 관련 영상과 함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무려 147차례에 걸쳐 강요와 폭행, 협박, 모욕을 반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5일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검찰 구형량(징역 5년)에 못 미치는 형량이 선고되면서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형량이) 덜 나와 슬프다"며 "가해자의 보복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세 명 중 두 명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지자체 대응 도마 위… 항소심 판단 주목

양양군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해당 면사무소는 수개월간 이어진 A씨의 괴롭힘을 제때 인지하지 못했고,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직권 조사를 통해 관련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양양군에 과태료 800만 원을 부과했다. 노동부는 양양군이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인지하고도 지체 없이 조사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고,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관련 법령도 미준수했다고 지적했다.
A씨와 검찰은 각각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호소했지만,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양형 사유를 밝히면서 "일정 금액을 공탁했으나 피해자들이 수령을 거절한 점은 피해 보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 인사위원회도 A씨의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속초=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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