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칭찬은 장관을 춤추게 하나, 입 닫게 하나[노원명 에세이]

행정부에선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책 활동과 관련해 ‘잘하고 계십니다’ 혹은 ‘잘하셨습니다’라는 칭찬을 받았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통시장 방문으로 ‘잘하셨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부처내 행복전도사 프로그램인 피자배달 이벤트를 한 뒤 “피자값 부족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격려를 받았다. 최휘영 문화관광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본인이 올린 트윗이 대통령에 의해 리트윗됐다. 별도 멘트는 없었다.
국방부, 국가보훈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외교부, 경찰, 국정원은 부처를 호명해 칭찬한 경우다. 심지어 검찰도 칭찬받았다. 10조원대 밀가루·설탕·전력 담합 관계자들을 줄기소했다는 기사링크와 함께 ‘검찰이 큰 성과를 냈습니다’(2월2일)라고 올렸다. 곧 없어질 조직에 대한 위로 같기도 하다.
비서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과 하정우 AI수석이 두번 이상 언급됐다. 강 실장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위험해서 걱정되었는데 잘하셨습니다. 성과도 기대 이상”(3월18일)이라고 썼다. 대통령 전통시장 방문을 수행한 안귀령 부대변인이 호떡을 먹는 영상에서 옆에 있는 강 실장이 잘 안 보이자 “훈식이 성은 왜 잘린겨?”라고 관심을 보였다(3월26일). 신뢰와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하정우 수석님의 열정과 실력, 그리고 시대와 국민에 대한 충심을 믿습니다.”(3월7일) “나의 하GPT, 봤습니다”(3월29일, 하정우 수석의 ‘쇼츠 요청’에 대한 응답). 말 잘 듣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처럼 아주 귀여워 죽겠는 감정이 느껴진다.
칭찬받고도 기사에서 빠진 장관이나 부처가 있으면 연락 달라(눈이 많이 침침해졌다). 그나저나 교육부, 보건복지부, 통일부, 국토교통부 장관은 뭐 하고 있나. 별도 멘트 없이 트윗만 공유된 장관, 부처 단위 칭찬만 받은 장관도 긴장하기 바란다. 이름 호명, ‘잘 하셨습니다’ 한마디가 대통령이 느끼는 친밀도 차이일 수도 있으니까(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이 ‘동성’ ‘재승’ ‘순주’는 이름만 부르고 나에 이르러선 ‘노원명’하면 왠지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권력자는 호명만으로 상대의 기분을 지배할 수 있다).
나는 제주에서 돌고래쇼를 보고, 샌디에이고에선 범고래쇼를 보았다. 고래를 칭찬하는 방법은 정어리(꽁치나 전갱이일지도 모른다)를 한 마리씩 던져주는 것이다. 그 보답으로 날씬한 여조련사의 지휘에 따라 그 거대한 고래가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BTS만큼이나 완벽한 칼군무다.
대통령의 장관 칭찬은 고래에게 정어리를 던져주는 것과 비슷하다. 정어리를 받아먹은 고래는 신이 나서, 아직 못 받아먹은 고래는 안달이 나서 조련사의 지휘에 복종한다. 그런데 국정 운영이 고래쇼처럼 일사불란하면 좋은 것인가.
이 대통령은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엑스에 올리는 글도, 국무회의 발언도 계속 강해져 왔다. 대통령의 전지전능 병을 경계하는 글은 많이 있으니 보태지 않겠다. 어쨌든 내 기준에서 이 대통령은 역대급으로 전지전능한 대통령이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상사를 몇 명 경험해본 적이 있다. 그들과 일할 때 평소보다 과묵했다. 상사가 원하는 건 복종이지 토론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장관들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무슨 토론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이 엑스에서 이스라엘을 ‘저격’해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 나갔다. ‘대통령에게 충언하라’는 야당 의원의 주문에 조 장관은 “(그 주문) 접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신성불가침’이라는 소리다. 국회에서 답변은 그렇게 하더라도 뒤로는 충언 내지는 토론이 있어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조 장관과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발언 좀 자제하시라’고 조언했을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 내가 대학생 때 1500원 하던 짜장면값이 지금은 8000원 정도 한다. 30년 동안 5배 이상 올랐다. 지역에 따라 아파트값은 10배 이상 오른 곳도 있고 그보다 덜 오른 곳도 있다. 어쨌든 그 긴 세월을 집 한 채로 버틴 사람을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자로 몰면 억울해할 사람이 많다. 장특공은 그런 억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문제로 대통령과 토론한 적이 있는가. ‘잘 하셨습니다’ 공개 칭찬을 아직 듣지 못한 국토부 장관이 그렇게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기는 하지만.
전지전능 리더십은 질책으로도, 칭찬으로도 아랫사람을 부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둘 다 능해 보인다. 부하가 입바른 소리를 하게 하는 소질은 어떤지 모르겠다. 실은 그게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전지전능하지 않으니까. 대통령의 판단은 참모들에 의해 오류가 걸러지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모든 참모들이 일사불란하게 솟구치는 범고래 같아서는 안 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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