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했나... 대통령 지시에 하천·계곡 불법시설 적발 40배
모호했던 기준 정비 이후 적발 건수 급증
지방하천 중심으로 불법 시설 전국 확산
정부, '원상복구' 원칙 속 강력 대응 예고
[지데일리] 하천과 계곡을 사유화해 온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실시한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 시설 전수 재조사 결과 총 3만3000여 건의 위반 행위가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인 835건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방 하천에서 1만3736건이 적발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소하천 1만153건, 구거 4277건, 국가하천 3575건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전국 수계 전반에 걸쳐 불법 점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결과는 조사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그간 논란이 됐던 하천과 계곡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사유지와 국공유지 경계, 도랑과 공원 구간까지 포함하는 기준을 재정립했다. 여기에 소규모 경작이나 물건 적치 행위까지 불법 점용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행위들이 대거 적발됐다.
기술적 기반도 강화됐다. 국토 공간 정보를 활용한 ‘하천·계곡 정비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하천 구역 경계와 시설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면서 현장 확인의 정확도를 높였다.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지난해 835건 적발 결과를 보고하자 이 대통령이 수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전면 재조사가 즉각 지시됐다. 결과적으로 정책 의지와 기준 정비, 기술 도입이 결합되면서 숨겨진 위반 행위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적발된 시설에 대해 원상 회복을 원칙으로 대응한다. 1차적으로 자진 철거를 유도하되, 불이행 시에는 변상금 부과와 고발, 행정대집행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불법 행위가 발생한 400여 곳은 중점 관리 대상 지역으로 지정해 CCTV 설치 등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름철 피서객이 증가하는 6월 이전까지 정비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현장 점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장관은 최근 서울 강북구 인수천 정비 현장을 찾아 “예외 없는 원상 복구”를 강조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안전신문고 등을 통한 시민 제보가 이어지면서 적발 규모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집행 역량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인력과 예산, 의지에 따라 단속 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생계형 점용과 상업적 점용을 구분해 정책적 접근을 달리할 필요도 제기된다. 일률적인 처벌은 사회적 반발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비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상시 관리 체계, 하천 공간의 공공 활용 방안 마련, 지역 주민과의 협력 구조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조치는 하천을 공공 자산으로 되돌리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점유를 바로잡는 과정은 불가피하게 갈등을 동반하겠지만,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세운다면 정책의 지속성은 확보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드러난 숫자는 단속의 성과이자 동시에 관리 부재의 기록"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이 수치를 일회성 성과로 끝내지 않고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가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