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자르는 그 나무에 아기 까치 둥지가 있다고요 [임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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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 울리는 소리에 소란스러워 둥지 바깥으로 나가보니 전동톱을 든 사람들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와 나뭇가지를 뎅강뎅강 자르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날 밤 날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 뚜껑이 없어진 둥지에 앉아 날이 밝아올 때까지 비를 흠뻑 맞으며 새끼들이 젖지 않도록 날개를 펼쳐보았지만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새끼들의 몸은 조금씩 식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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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 울리는 소리에 소란스러워 둥지 바깥으로 나가보니 전동톱을 든 사람들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와 나뭇가지를 뎅강뎅강 자르기 시작했어. 톱날은 결국 겨우내 만들어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내 둥지까지 올라왔어. 설마설마하던 일이 일어나고 만 거지. 새끼를 키우고 있는 집이 하루아침에 철거당하고 말았어.
나는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짓는 까치야. 지난해 12월 우리 부부는 한 초등학교에 있는 나무에 둥지를 짓기로 하고 나뭇가지를 물어다 집을 만들기 시작했어.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느라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며 둥지를 지었는데, 한순간의 톱질로 그 모든 시간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만 거야.
새끼들 먹이려고 벌레를 물고 온 남편도 사색이 되었어. 이제 막 깃털이 나오기 시작해 며칠만 더 열심히 먹이면 되는데···. 둥지 속 새끼들이 괜찮은지 안절부절못하고 걱정이 태산이던 그때, 학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그걸 보고는 둥지째 들고 교실로 달려갔어. 교실에 계시던 선생님도 살면서 이런 일이 처음인지 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셨고,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어떡해!”라며 안타까워만 할 뿐 모두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당황했지.

학교 선생님은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셨어. 어떤 분은 ‘벌써 부화를 했네’ 하며 놀랐고 동물구조센터 연락처를 알려주는 분도 계셨어. 따뜻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분, 메추리와 오리를 키운 경험을 들려주며 달걀 같은 걸 으깨서 주면 잘 먹지 않겠느냐는 분, 밀웜을 사서 핀셋으로 집어 부리에 가져다주라는 분 등 다들 아기 까치 살리기 대작전이 성공하기를 빌어주었어. 선생님은 일단 가지고 있는 물이랑 사과를 숟가락으로 긁어서 주셨는데 먹고 나니 새끼들이 기운을 좀 차린 것 같았어. 반 아이들은 새끼를 키우자고 성화였지. 아이들과 함께 아기 까치를 키워볼까? 하지만 모두 하교한 밤에는 어떡하지? 선생님은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부모가 키우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 전지 작업을 하는 분들이 퇴근하기 전에 부탁해서 원래 있던 나무에 둥지를 올려놓기로 했어. 나는 뚜껑이 없어진 둥지에 잠시 당황했지만 무사한 새끼들을 보고 달려가서 애들을 품어 안았지.
그런데 그날 밤 날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 뚜껑이 없어진 둥지에 앉아 날이 밝아올 때까지 비를 흠뻑 맞으며 새끼들이 젖지 않도록 날개를 펼쳐보았지만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새끼들의 몸은 조금씩 식어갔어.
나무를 그렇게 난데없이 잘라버린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어. 하지만 원망한다고 죽은 새끼들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자식을 잃은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위로했어.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야. 요즘은 까치를 두고 ‘유해 조수’라고 해서 우리를 무조건 미워하는 사람도 많은데, 새끼들을 구하기 위해 온 마음을 모아준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져. 처음 겪는 일에 많이 당황하고 놀랐을 텐데 최선의 선택을 하셨을 거라 생각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 나무를 꼭 이 시기에 잘라야 하는지, 정말 필요해서 자르는 건지 한번 생각을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아.
우리 부부는 다시 힘을 내 새로운 곳에 둥지를 짓기로 했어. 조금 늦은 까치 둥지를 보면, 그때 그 까치일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해줘.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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