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현실화되면…"하루 1조 손실 넘어 공급망·신뢰 붕괴" 경고

이윤형 기자 2026. 4. 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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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5월 18일간 총파업 예고…최대 4만명 참여 전망
D램 3~4%·낸드 2~3% 공급 감소…복구까지 수주 소요
"진짜 리스크는 신뢰 훼손"…AI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대규모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지위에 구조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직접적인 매출 손실보다 고객 신뢰 약화와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더 심각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 규모가 분당 수십억원, 하루 약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감소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도 공급 차질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케이비증권(KB증권)은 삼성전자 평택·화성 사업장의 생산 비중을 감안할 때 18일간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글로벌 메모리 공급이 D램 3~4%, 낸드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파업 종료 이후에도 생산 정상화까지 2~3주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 공급 공백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재가동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초고순도 클린룸 환경 복구, 화학물질 배관 안정화, 수백 대 정밀 장비 재보정, 테스트 웨이퍼 검증 등 복잡한 절차가 필수적이다. 오염된 웨이퍼 폐기와 수율 회복 과정까지 감안하면 생산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공급 차질은 이미 타이트한 수급 환경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메모리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공급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복수 공급선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실제 물량 배분에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컨대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dvanced Micro Devices, AMD)는 공급망 안정성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엔비디아(NVIDIA)는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고객 복귀도 쉽지 않다. 공정 검증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대체 공급선으로 이동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특히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은 아직 글로벌 고객 신뢰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간접 피해도 예상된다.

송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핵심 리스크로 신뢰 자산 훼손, 전환비용 증가에 따른 시장 상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의 기회비용 손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을 제시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의 충격도 우려된다. 삼성전자와 연결된 1700여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약 3만명 규모의 고용 효과가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파업은 규모 면에서도 과거와 차이가 크다. 2024년 파업 당시에는 참여 인원이 5000명 수준에 그쳐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전체 노조원의 30~40%에 해당하는 3만~4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대체 인력 투입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일부 생산 지표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결의대회 이후 야간 생산 과정에서 웨이퍼 이송량이 감소했으며, 일부 파운드리 라인에서는 생산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이 지목된다. 송 교수는 이를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노사가 비효율적 균형에 빠지는 '힉스 패러독스(Hicks Paradox)'로 설명했다.

해법으로는 성과보상 기준 공개와 함께 투하자본이익률(ROIC), 총주주수익률(TSR), 경제적부가가치(EVA) 등 객관적 지표 기반 보상체계 도입이 제시됐다. 이익 구간별 차등배분, 상·하한 및 환수 장치 마련, 외부 검증과 중재 시스템 구축, 파업 이전 조정 절차 제도화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경쟁사로의 수요 이동이 가속화되며 시장 주도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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