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날것의 언어…벼랑 끝에서 찾은 에로스와 폭력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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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과 사랑, 욕망을 거침없는 언어로 노래하며 독자적 시 세계를 구축해 온 문정희(79) 시인이 새 시집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를 펴냈다.
여든을 바라보는 시인의 언어는 여전히 '싱싱'하다.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박상순 시인은 "시인 문정희는 희망의 위선이나 절망의 가식, 헛된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서둘러 골동의 진열대에 오르려 하지 않는다"며 "문정희의 시는 위험한 명멸을 새 꽃으로, 새 별로 꺼내 드는 싱싱한 '욕망의 언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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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 [ⓒ 김승범.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6/yonhap/20260426080321183rzvg.jpg)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여성의 삶과 사랑, 욕망을 거침없는 언어로 노래하며 독자적 시 세계를 구축해 온 문정희(79) 시인이 새 시집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를 펴냈다.
1969년 등단해 올해로 시력(詩歷) 57년. 여든을 바라보는 시인의 언어는 여전히 '싱싱'하다. 무뎌지기는커녕 퍼렇게 날이 선 언어로 세계를 겨냥한다.
"저놈의 뱀을 그냥 놔둘 쏘냐!/ 집단 적의에 가세한다/ 신문도 TV도 유튜버들도/ 일제히 정의와 진실의 이름으로/ 폭력을 만드는 데 민첩하다// 그사이 뱀은 꼬리를 슬며시 감추고 사라진다/ 원래 없던 것이었으니까/ 돌멩이 쥔 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또 다른 뱀을 찾아 눈알을 번뜩거린다"('우리 속의 우리' 중)
시인은 '우리 속의 우리'에서 집단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성병 걸린 날'에서는 "떠돌이 개만도 못한 명성을 찾아/ 미친 놀이에 몸을 밀어 넣는" 미디어 환경이 만든 명성이라는 허상을 까발린다.
하지만 단순한 사회 고발이나 비판을 다룬 시는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쓴 시보다 삼켜 버린 시가 더 많다/ 그것을 다 쓰고 다 발표했더라면/ 내 머리칼과 뼈는 다 뽑혔을 것이다"('히드라' 중)라면서도 자신의 언어를 더 거칠고 근원적인 차원으로 몰아간다.
"위험하지 않은 곳에는 아름다움도 없어/ 바르고 안전하기를 원하면/ 어서 무덤으로 가/ 영원히 안전한 곳은 그곳뿐이니까"('타이거를 풀어 줘' 중)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6/yonhap/20260426080321365ewxo.jpg)
시인은 위험을 감수하며 덜 다듬어진 언어, 통제되지 않은 감각을 통해 시의 원초적 힘을 회복한다. 반들반들 깎이고 다듬어진 것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에로스와 폭력이 뒤섞인 '날 것'을 세운다.
이 책의 편집자인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문정희의 시를 "몸과 세계가 충돌하며 튀어 오르는 '울음'"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울고, 흔들리고, 파열되며 '살아있음의 격렬함'을 일깨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집 앞 흙탕길에서/ 피 묻은 엄마의 이빨을 주웠어요.// 집에 뛰어 들어가니/ 아버지는 술에 취해 벌겋게 뒹굴고 있었어요/ 술병을 든 손에/ 엄마의 머리칼이 엉켜 있었어요// (중략) 엄마의 이빨을 쥐고/ 나는 늑대처럼 부르르 떨었어요/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어요/ 한 거인이 불끈 일어섰어요"('피 묻은 이빨' 중)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박상순 시인은 "시인 문정희는 희망의 위선이나 절망의 가식, 헛된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서둘러 골동의 진열대에 오르려 하지 않는다"며 "문정희의 시는 위험한 명멸을 새 꽃으로, 새 별로 꺼내 드는 싱싱한 '욕망의 언어'"라고 평가했다.
민음사. 160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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