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치료’ 끝내고 ‘K-재생의료’ 서막…일본 넘보는 기술 주권
자유진료 내세운 일본 추격 발판…‘안전·효능’ 검증된 한국형 모델
‘재발 시 전액 환불’ 파격 조건…환자 중심의 의료 복지 이정표 세워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6/ned/20260426080219371tvke.jpg)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대한민국 첨단 바이오 산업의 오랜 숙원이었던 ‘첨단재생의료’가 마침내 연구실 문턱을 넘어 환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3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의 희귀 림프종 치료계획을 국내 1호 첨단재생의료 치료로 승인하면서, 한국은 이 분야 선두주자인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2025년 2월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 시행 이후 거둔 첫 결실이자, 우리 국민이 고가의 비용을 들여 해외로 떠나야 했던 ‘원정 치료’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한국의 난치병 환자들은 국내 규제의 벽에 부딪혀 일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일본은 2014년 재생의료법을 제정하며 정부 승인 전이라도 환자와 의사의 합의 하에 시술이 가능한 ‘자유진료’ 방식을 전폭적으로 허용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의료 시장을 형성했으나, 일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시술 남용과 막대한 비용 부담이라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이번에 승인된 한국의 1호 치료는 일본의 ‘개방형 모델’과는 궤를 달리하는 ‘안전 관리형 모델’이다. 정부가 기획한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임상 2상에서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기술만을 엄선해 현장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호를 개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검증을 거친 ‘공인된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한 단계 진보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번째 치료 대상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양성 림프종 환자들은 그간 표준 치료 후 재발할 경우 뚜렷한 대안이 없는 절벽 끝에 서 있었다.
여의도성모병원이 선보일 치료법은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배양해 다시 주입하는 맞춤형 면역세포치료다.
이미 8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해 48명의 환자에게서 그 효능이 확인된 만큼, 이번 승인은 ‘희망 고문’이 아닌 ‘실질적 완치’를 목표로 한다.
특히 이번 치료법은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원리여서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재발 억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이번 1호 승인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비용 지불 방식’에 있다. 총 7621만원의 치료비 중 약 3000만 원은 5년간 재발하지 않았을 때만 납부하며, 기간 내 재발 시에는 이미 낸 돈마저 전액 돌려주는 ‘성과 연동형 환불제’를 도입했다.
이는 일본 등 해외 원정 치료 시 환자들이 겪어야 했던 ‘깜깜이 고액 비용’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 사례다. 의료기관이 치료 결과에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의료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일부 적용받아 환자의 실질 부담액을 더 낮춘 점도 한국형 재생의료만의 강점이다.
이번 승인은 단순히 한 병원의 성과를 넘어 K-바이오 생태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의 바이오 파이프라인 점유율은 14.2%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혁신 신약 개발 역량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라스트 마일’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번 1호 승인은 가로막혔던 댐의 수문을 연 것과 같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은 “제1호 첨단재생의료 치료 승인으로 재발 위험성이 높은 희귀 림프종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번 치료 1호 승인은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가 의료 현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앞으로도 미충족 의료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원활히 실시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등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2026년 4월, 대한민국은 일본이 주도하던 아시아 재생의료 시장의 구도를 흔들며 기술 주권 확보를 향한 위대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림프종뿐만 아니라 고형암, 퇴행성 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로 승인 범위가 확대된다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재생의료의 메카로 도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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