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인은 한국 오면 ‘여기’ 간다…넉넉한 인심에 영어도 OK, 어디냐면

장다해 기자 2026.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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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환학생 두명과 찾은 경주 재래시장
왁자지껄 말소리 고소한 냄새
손글씨 영어 안내판도 인상적
싱싱한 식재료 넘치는 오일장
제철나물~해산물까지 다양
“한국 오면 꼭 들러야 할 장소”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인기를 끄는 전통시장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두 외국인 ‘알바’와 ‘아야’가 방문했다. 경북 경주 ‘중앙시장 오일장’(오른쪽 사진)과 ‘경주성동시장’의 상인들이 이들을 반기고 있다. 경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정말 놀라워요! (Very Surprising!) 유럽의 어느 시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참 많아요.”

한국 전통시장이 세계인의 발걸음을 이끄는 뜨거운 여행지로 떠오른다. 그래서 최근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싶다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경북 경주를 대표하는 ‘경주성동시장’과 ‘중앙시장 오일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번 학기부터 인천의 모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업을 듣는 알바(23·스페인)와 아야(23·모로코)다. 외국인의 푸른 눈에 비친 전통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알바와 아야가 전하는 생동감 가득한 전통시장 기행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시장은 역시 먹거리!
‘경주성동시장’ 곳곳에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음식이 산처럼 쌓여 있다. 경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낮 12시, 경주시 성동동 ‘경주성동시장’에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등불이 반짝거리는 골목 양쪽으로 먹음직스러운 산해진미가 가득 쌓였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어우러져 오감을 자극한다. 낯선 이방인은 걸음을 멈춘 채 연신 이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출출한 시각, 이들은 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우엉 김밥을 골랐다. 달콤하고 짭조름하게 졸인 우엉을 김밥에 얹어 먹는 게 별미 중의 별미다. 우엉을 처음 맛본 이들은 “우엉에서 단맛이 날 줄은 몰랐다”며 “김밥과 같이 먹으니 더 맛있다”고 감탄했다.

김밥 위에 우엉을 올려 먹는 ‘우엉 김밥’은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별미다. 경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함께 주문한 잡채 앞에서도 능숙한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았다. 아야는 “김밥과 잡채는 유럽의 한식당에서도 자주 보지만 한국에서 먹으니 더 따뜻하고 채소도 훨씬 넉넉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다 “김치는 언제나 맛있다”며 섞박지를 곁들여 먹자마자 접시가 순식간에 비었다.

영어도 OK, 인심에 감동
한국 전통시장에서 외국인에게 가장 큰 장벽은 언어다. 경주시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다국어 메뉴판을 마련하는 한편 시장 상인을 상대로 외국인 방문객 응대 교육을 한 바 있다. 이 덕분인지 나이 지긋한 상인과도 간단한 소통은 매끄러웠다. 아야가 영어로 김밥 두줄을 주문해도 금방 알아듣고 서툰 한국어로 가격을 물어도 금세 답이 나왔다. 그러나 전통시장 특성상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되는 탓에 두 친구는 이 점이 불편하다고 했다.
시장 안 한식 뷔페에 게시된 영어 안내판. 경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배도 채웠으니 휘뚜루마뚜루 시장 구경에 나설 차례. 그중에서도 반찬 여러개가 수북이 쌓인 ‘한식 뷔페’ 골목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딜리셔스! (Delicious!)” “여기 자리 있어요!”라며 호객한다. 외국인 방문객을 고려한 듯 영어로 적은 가격과 이용 안내도 눈에 띄었다. 알바는 “반찬을 무한정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9000원이면 약 5유로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음식 품질도 높았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물산 풍부한 중앙시장 오일장
매월 날짜 끝자리가 2와 7일 때만 열리는 ‘중앙시장 오일장’. 두릅·냉이·미나리 같은 제철 나물부터 갈치·홍게·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까지 만날 수 있다. 경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가는 날이 장날이다. 마침 경주를 찾은 날에 매월 날짜 끝자리가 2와 7일 때만 열리는 ‘중앙시장 오일장’이 섰다. 경주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앞은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으니 오일장에서 두릅·냉이·미나리 같은 제철 나물부터 갈치·홍게·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까지 만날 수 있다. 직접 쑨 도토리묵과 식혜처럼 정성이 담긴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이들은 “날짜에 맞춰 장이 열린다는 건 난생처음 듣는다”며 “해산물과 채소가 한데 놓인 모습도 조화롭다”고 짚었다.

이번에는 천막 아래 바구니마다 쌓인 옛날과자가 발길을 붙잡았다. 상인은 과자를 하나씩 가리켜 “이것도 스몰, 이것도 스몰(조금씩 담아준다는 영어 표현)”이라 말하면서 여러가지를 골고루 섞어 5000원에 맞춰주겠으니 고르라고 권했다. 처음 보는 과자에 머뭇거리자 상인이 “이건 파래김, 고구마, 참깨…생강은 서비스”라고 설명하면서 직접 과자를 담아줬다. 어느새 6700원어치가 담겼는데 그는 바다 건너온 손님이라며 5000원만 받았다. 장터 특유의 넉넉한 인심과 유쾌한 응대에 웃음이 터지고 상인은 “또 와요!”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시장에서 쏟아진 이야기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시장 풍경은 각자의 기억과 연결되며 새로운 서사로 탄생했다. 아야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란색 요구르트를 파는 전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늘 궁금했다”며 “이번에 먹어보니 맛은 유럽의 요구르트와 비슷하다”고 했다. 알바는 팔고 있는 고구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웃더니 “인터넷에서 실수로 3㎏을 사는 바람에 아직도 남아 있다”며 “어떻게 활용해 먹는 게 좋으냐”고 물었다. 아야는 좌판 앞에 줄지어 앉은 할머니들을 보며 “마음이 쓰인다(Sad)”는 반응도 보였다. 유럽에서는 노후에 은퇴하면 보통 연금과 각종 수당으로 생활하는데 이렇게 장터에서 직접 물건을 파는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사진을 남기는 아야(왼쪽)와 알바. 경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시장 구경을 마친 뒤 두 사람은 들뜬 표정으로 “한국에 온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 “현지 분위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장에서 한국인의 내밀한 일상을 들여다본 이들은 경주 시내 곳곳을 거닐었다. 당일 오후에는 대릉원과 월정교, 첨성대를 둘러보고 다음날에는 불국사와 황리단길 일대를 찾았다.

외국인이 경험한 한국의 전통시장은 어떤 추억을 아로새겼는지 자못 궁금하다. 밑지고 얹어주는 덤, 물산이 넘쳐나는 풍요로움, 낯선 이를 격하게 반기는 포용,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매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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