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극우, 정의 말하면서 사교육·돈에 눈먼 부모세대 역겨워해” [.txt]

한겨레 2026. 4. 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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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사람 l ‘1020 극우가 온다’ 저자 정민철
‘1020 극우가 온다’를 펴낸 정민철씨는 매일 새벽까지 극우 유튜버의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1020 세대와 소통하는 세대 커뮤니케이터다. 본인 제공

“우리 부모님 세대가 20대였을 때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그걸 드러내기가 어려웠잖아요.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니까요. 지금은 정반대라고 보면 됩니다. 요즘 1020세대는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히는 일이 어려워요. 정말 이상하게 보거나 왕따가 되거든요.”

‘1020 극우가 온다’(페이지2북스 펴냄)의 20대 저자 정민철씨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는 세대 정치 지형의 변화가 압축돼 있다. 청년세대의 우경화와 민주당 지지에 대한 혐오와 사회적 압력까지.

노무현재단 온라인 혐오대응 티에프(TF)위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자신을 ‘세대 커뮤니케이터’라고 정의한다. 매일 새벽까지 눈이 충혈될 때까지 극우 유튜버의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10대들이 열광하는 밈을 분석하며,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1020세대와 소통한다.

책은 1020세대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극우적 세계관에 잠식당하게 됐는지 추적하는 르포르타주다. 그 중심에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에스엔에스(SNS)가 있다. 화려한 편집과 자극적인 자막, 힙한 음악에 맞춘 인스타그램의 가짜 뉴스들이 아이들의 뇌를 포획하고 있다.

“1020세대는 인스타그램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이 렌즈를 끼면, 한국은 망해가고 있고, 이재명 정부는 계속 돈을 풀어 대한민국을 빚더미로 만들고 있으며, 미래 세대는 그걸 다 갚아야 하는 것으로 보여요. 또 윤석열의 계엄은 이재명과 민주당이라는 반국가 세력을 처단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으로 보이죠. 기성 정치인들은 인스타그램을 ‘지역구 맛집 사진 올리는 곳’이나 ‘선거 때 젊은 척하며 셀카 올리는 곳’ 정도로 생각하지만, 극우 세력은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알고리즘이라는 미사일을 쏘아대며 1020의 무의식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책을 쓴 이유다. “진짜 정치는 여의도 의원회관이 아니라 아이들의 스마트폰 위에서 이뤄지고 있거든요. 이걸 포기하면 민주주의의 미래가 없어요.”

전통적으로 좌우 진영의 차이는 ‘자유’와 ‘평등’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 혹은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 차이로 설명돼 왔다. 오늘날 1020세대에게 좌우의 기준은 훨씬 단순하다. 중국에 대한 태도다. 친중이면 좌파, 반중이면 우파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들에게 중국은 체제 위협을 상징하는 가상의 적이자 정치적 정체성을 가르는 상징적 타자다.

1020 극우가 온다 l 정민철 지음, 페이지2북스, 1만9800원

또 다른 차이는 약자에 대한 혐오와 강자 동일시다. “제 생각에 좌파는 상식을 이야기하려 하고, 우파는 강자 동일시가 두드러집니다. ‘강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인식하죠. 비정규직 차별을 얘기하면 곧바로 재벌이나 대기업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누칼협’을 얘기합니다.” ‘누칼협’은 ‘누가 칼 들고 협박함?’을 줄인 말로, ‘그런 선택을 하라고 누가 강요했나’는 뜻이다.

책의 핵심은 이들이 극우화된 원인과 배경을 짚는 대목이다. 이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입시 경쟁 속에서 성장했다. 옆자리 친구조차 이겨야 할 적이었다. 부모 세대는 겉으로는 정의와 평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을 사교육에 밀어 넣고 부동산 투자와 자산 증식에 몰두했다. 조국 사태는 부모 세대의 이런 이중성이 드러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고, 그 부모 세대는 대개 민주당을 지지했다. ‘부모 세대=민주당=위선’ 같은 등식이 이들의 내면에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차라리 욕망에 솔직한 보수 유튜버가 낫다고 보죠.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 지지자들을 역겹다고 느끼고, 이 역겹다는 감정이 민주당과 부모 세대를 거부하는 핵심 정서입니다.”

이들에게 또 하나의 결정적 사건은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였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내몰린 세대에게 공정의 기준은 딱 하나, 시험 성적이다. 즉 시험 성적대로 보상받는 것이 ‘공정’이다. 밤을 새워 공부해 얻은 점수로 정규직이 된 사람들에게 별도의 시험 없이 정규직을 시켜주는 것은 특혜이자 반칙이었다. 마찬가지로 여성,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노력한 사람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여지며, 결국 ‘민주당=불공정’이라는 등식마저 생겼다.

이것이 이 세대가 국민의힘과 ‘윤어게인’으로 몰려가는 배경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가짜 뉴스 차단과 밥상머리 대화의 복원이다. “제도적으로는 ‘알고리즘 투명성 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에스엔에스 플랫폼들이 가짜 뉴스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내용에 대해서 어떤 차단 노력을 했는지 공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와 밥상머리 대화를 해야 합니다. 요즘 집안 내 소통 단절이 심각한 문제이고, 사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이기도 하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이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아이들의 얘기에 부모가 반박하는 순간 대화는 단절되고 아이들의 극우화는 더 심해집니다. 일단은 아이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계속 물으면서 들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이 특히 학부모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

20대 민주당 지지자라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잠시 아이돌 연습생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 전교생 앞에서 박근혜 탄핵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을 정도로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많았어요. 드럼에 빠져서 예고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었을 거예요. 잠시 다른 길로 갔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온 거죠.”

마지막에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 물었다. “무엇이 됐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걸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현재 그가 붙잡고 있는 문제는 극우화다. “일단은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계속 설득하고 싶습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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