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 벗고 슈트 입은 학자, 신창재의 마라톤 리더십과 AX 전략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4월 26일은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이다. 과거 기업의 핵심 지식재산(IP)이 기술과 특허에 머물렀다면 초연결 AI 시대에는 리더의 확고한 철학과 일관된 이미지가 그 어떤 기술보다 강력하고 복제 불가능한 무형 자산으로 작용한다.
최근 교보생명은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리는 ‘2026 더 레이스 교보로런’ 마라톤 대회를 진행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직접 광화문광장에 등장해 시민들과 호흡했다.
의대 교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전환을 넘어선 ‘AX(AI 전환)’를 강력히 주문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함을 역설했다.
차가운 디지털 혁신의 파도 속에서 가장 따뜻한 아날로그적 행보로 대중과 소통하는 신 회장. 그의 이러한 입체적인 행보는 단순한 기업 홍보를 넘어 리더의 철학이 어떻게 기업의 핵심 지식재산권으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준다.

Appearance
가운을 벗고 슈트를 입은 학자, 신뢰와 유연함을 넘나들다
신 회장의 전반적인 옷차림은 ‘카리스마’와 ‘유연함’이라는 두 축으로 섬세하게 직조돼 있다. 그가 대중이나 임직원 앞에 설 때는 상황과 메시지에 맞춰 시각적 언어를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식적인 비전 선포나 인사말을 전하는 자리에서 그는 주로 짙은 네이비 계열의 정석적인 슈트와 화이트 셔츠를 착용한다. 여기에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핑크 패턴의 타이나 차분한 라이트 블루 타이를 매치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둥근 프레임의 안경을 착용한다.
이러한 정석적인 클래식 룩은 산부인과 의사이자 교수였던 그의 이력과 맞물려 고객의 삶을 책임지는 기업의 흔들림 없는 신뢰감과 학자 특유의 온화한 권위를 동시에 발산한다.
반면 전사 경영전략 회의 등에서 리더십을 전하는 역동적인 순간에는 과감히 타이를 푼 노타이 차림의 오픈칼라 셔츠와 슈트 재킷을 선택한다. 이런 옷차림은 거대한 금융그룹의 보수적인 굴레를 벗어나 유연하게 수용하겠다는 개방성과 비즈니스적 자신감을 시각적으로 전해준다.
가장 흥미로운 시각적 메시지는 ‘2026 교보로런’ 마라톤 현장에서 연출됐다. 그는 딱딱한 슈트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편안한 화이트 티셔츠 위에 실용적인 짙은 색 바람막이 점퍼를 걸친 채 등장했다.
민트색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최고 권위자라는 계급장을 떼고 고객의 땀 흘리는 현장에 함께하는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시각화했다.
즉 신 회장은 TPO(시간·장소·상황)에 따라 넥타이의 유무와 아우터의 소재를 전략적으로 변주하며 보수적인 금융인의 틀을 깨고 고객 중심의 유연한 메시지를 옷차림이라는 무언의 언어로 탁월하게 전달하고 있다.

Behavior
지시하는 자가 아닌 함께 뛰는 자, ‘페이스메이커’ 리더십의 정서적 ROI
리더의 태도와 행동은 그 기업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투명한 거울이다. 신 회장의 마라톤 대회 직접 참여는 “보험은 인생이라는 길고 험난한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페이스메이커”라는 그의 경영 철학이 실물경제의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지휘봉을 잡고 단상 위에서 지시하는 대신 출발선에서 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는 행보는 조직 내외부에 강력한 정서적 ROI(투자 대비 감성적 만족도)를 창출한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던 의사로서 공감 능력이 금융서비스업의 본질인 ‘고객 보호’와 맞닿으면서 차가운 금융 상품에 ‘치유’와 ‘동반’이라는 따뜻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Communication
광화문 글판의 낭만과 AX 혁신의 변주곡
신 회장의 소통 방식은 인문학적 통찰과 미래 지향적 비전이 교차하는 정교한 변주곡과 같다. 전 국민에게 위로를 건네는 ‘광화문 글판’은 그의 인본주의적 소통 철학을 대변한다. 그는 숫자와 수익률이 지배하는 금융 시장에서 시(詩)와 문학의 언어로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미래를 논할 때 그의 언어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혁신적이다. 올초 신년사에서 그가 던진 “AX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그는 복잡하고 차가운 정보기술(IT)의 개념을 ‘문화’와 ‘사람’의 관점으로 번역해 내부 임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화법으로 대중을 포용하면서도 디지털 혁신의 본질을 꿰뚫는 명확한 언어로 조직을 이끄는 그의 소통 스타일은 융합의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지주사 전환의 파도 앞, ‘따뜻한 리더십’ 넘어 ‘전략적 혁신가’로 진화할 때
신 회장이 구축한 ‘따뜻한 학자이자 페이스메이커’라는 이미지 자산은 교보생명을 고객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게 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로 다가온 금융지주사 전환과 글로벌 AI 금융 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리더십 브랜딩 진화가 요구된다. 그간 신 회장이 구축해 온 ‘동반자적 리더십’은 교보생명의 브랜드 신뢰도를 지탱해 온 유효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국내외 대형 금융그룹 간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고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현시점에서는 기존의 따뜻한 이미지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적 혁신가’로서의 면모를 강화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 임상 현장의 주치의가 환자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냉철하게 메스를 들듯, 신 회장 역시 인본주의라는 본질적 가치 위에 비즈니스적 결단력을 투영해야 한다. 변화를 주도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그의 이미지 브랜딩 전반에 입체적으로 녹아들 때 비로소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람 중심의 철학이라는 ‘따뜻한 외피’ 속에 거시적 흐름을 꿰뚫는 ‘정교한 전략’을 조화롭게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AI가 모방할 수 없는 교보만의 독보적인 ‘라이브 IP’(실시간 진화하는 지식재산)가 어떻게 거듭날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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