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쌍이 알 500개”… 계양산 러브버그와 전쟁 시작됐다

인천=현정민 기자 2026. 4. 26. 06: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

BTI 방제제 개발을 주도한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러브버그 한 쌍은 최대 500개의 알을 낳는다"며 "산속 높고 습한 곳을 선호해 BTI 방제제를 뿌려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를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늘어난 개체 수를 조절해 생태 안정화를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계양구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지난해 504건으로 전년보다 8배 늘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계양산서 러브버그 유충 방제제 실증
은평 백련산·노원 불암산도 방제 실험키로
“박멸 아닌 개체 수 조절로 안정화 목표”
지난 22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 일대에서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이 러브버그 유충 방제제 실증을 위해 방제제를 섞은 물을 살포하고 있다. /현정민 기자

지난 22일 오전 10시,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 긴 호스를 쥔 이들이 등산로 옆 풀숲으로 향했다. “시동 거세요!”라는 외침이 들리자 잠시 뒤 분무기 끝에서 거센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젖은 흙과 낙엽 더미 사이로 하얀 안개처럼 퍼진 물에는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 등우단털파리 유충을 잡기 위한 친환경 방제제가 섞여 있었다. 지난해 여름 러브버그 떼에 몸살을 앓았던 계양산에서 올해는 선제적으로 방제 실험이 시작됐다.

◇살충률 98% 방제제… 번데기 전 유충 장 녹여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 연구진은 계양산 정상 일대 900㎡(약 272평) 규모 구역 9곳에 BTI(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 방제제를 살포했다. 물 1톤(t)에 방제제 약 2㎏을 섞어 낙엽층과 풀숲, 습한 토양 위주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작업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졌다.

BTI 방제제 개발을 주도한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러브버그 한 쌍은 최대 500개의 알을 낳는다”며 “산속 높고 습한 곳을 선호해 BTI 방제제를 뿌려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 일대에서 발견한 러브버그 유충 10여마리. 유충은 1cm 내외로, 나뭇가지와 모습이 비슷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 /현정민 기자

러브버그 유충은 보통 5월 중순쯤 번데기가 되고, 6월 말부터 성충으로 우화(羽化)한다. 현재 시기는 유충이 낙엽 아래와 습한 흙 속에 숨어 자라는 때다. 이날 현장에서도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유충을 찾을 수 있었다. 길이 1㎝ 안팎으로 작고 색도 나뭇가지와 비슷해 육안으로는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BTI 방제제는 토양 세균을 활용한 친환경 미생물 제제로, 특정 곤충 유충의 장에만 작용해 폐사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식물이나 주변 생태계에는 영향이 적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실내 검증 실험에서는 약제를 살포한 뒤 48시간 내 유충 살충률이 98%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다음 달 BTI 방제제를 뿌린 곳과 아닌 곳에 포집기를 각각 10대씩 설치해 실제 개체 수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어 살생물 제품 등록 절차도 밟기로 했다. 러브버그 개체 수가 급증하는 7월까지 추가 방제 작업과 정기 점검도 이어간다.

2025년 6월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 러브버그 무리가 정상 표지석 등에 들러붙어 있다. /뉴스1

◇러브버그 인천서 서울로 번져… 민원 ‘빈발’

실험 대상지도 넓힌다. 연구진은 다음 달 서울 은평구 백련산과 노원구 불암산 일대에서도 현장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를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늘어난 개체 수를 조절해 생태 안정화를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국내에서 러브버그는 2015년 계양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2022년부터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대량으로 출몰하고 있다. 해마다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러브버그는 유충 시기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된 뒤에는 꽃가루를 옮기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암수가 붙은 채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밝은색 옷이나 사람 몸에 달라붙는 특성 때문에 시민들에게는 ‘혐오 곤충’으로 낙인찍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러브버그 떼가 산 정상과 휴게시설을 뒤덮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민원도 급증했다. 계양구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지난해 504건으로 전년보다 8배 늘었다. 하루에만 159건이 몰린 날도 있었다.

인천시와 계양구는 BTI 방제제 실험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러브버그 방역을 위한 예산도 확보했다”며 “친환경 방제제 실험을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계양동 주민 오모(61)씨는 “지난해엔 산에 오를 엄두가 안 났다”며 “올해는 나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용종동 주민 신모(21)씨도 “길을 걷다가 벌레가 들러붙어 힘들었다”며 “방제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