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밥, 에딘버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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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여행했다.
에딘버러 한복판에서 먹는 김밥은 말그대로 꿀맛이었다.
에딘버러 김밥의 추억을 더듬으며 한국 음식의 화려한 변신에 감탄한다.
언젠가 꼭 에딘버러대학 교정을 다시 찾아 격이 달라진 김밥을 맛나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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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여행했다. 셜로키언(셜록 홈즈 팬덤)으로서 홈즈의 창조자 아서 코난 도일이 다닌 에딘버러 대학 방문은 필수 코스였다. 아침 댓바람부터 서둘러 민박집을 나서는데 한국인 사장님이 점심 도시락을 싸주셨다. 김밥이었다.
대학 곳곳을 구경하다 교정이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에딘버러 한복판에서 먹는 김밥은 말그대로 꿀맛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한 앳된 남학생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호기심 어린 눈은 내가 아닌 김밥에 고정돼 있었다.
그 학생이 다가와서 물었다.
"뭘 먹는 거야?" "'김밥'이라고 한국 음식이야"
"그 테두리에 까만 건 뭐야?" "'김'이라고 Seaweed(해초)야. 먹어 볼래?"
잠시 망설이던 그는 눈을 질끈 감고 김밥을 입에 넣었다. 한껏 찌푸려진 얼굴이 펴지면서 미소가 번졌다. "이거 맛있는데 좀 더 먹어도 돼?" 우리는 남은 김밥을 나눠 먹었고 그는 답례로 나를 학생회관으로 데려가 맥주와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를 사줬다. 한국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지나가던 친구들에게 '김밥 영접' 소감을 무용담처럼 쏟아냈다.
25년 전 서구인들에게 김밥은 선뜻 먹기가 꺼려지는 미지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까만 식재료가 주던 혐오감이 K컬처에 의해 해체되자 김밥은 단숨에 K푸드의 핵심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업체 올곧이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 납품한 냉동 김밥(Frozen Kimbap)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유럽과 동남아시아까지 퍼져 나갔다. 영국 런던 소호에 2024년 1호점을 연 '분식(Bunsik)'은 영국 요식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지점을 늘려 가고 있다. 현지 영국인들은 줄을 서서 김밥, 떡볶이 등을 즐기며 한국 드라마를 재연하고 있다. 파리나 베를린에는 김밥집(Kimbap House)이 속속 등장하면서 스시집을 위협하고 있다. 까만 혐오 식품은 어느새 현대인의 기호를 골고루 충족시켜 주는 힙한 글로벌 건강식으로 탈바꿈했다.
김은 '검은 반도체'로 불린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120여 개국으로 팔려 나간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동의 쇼핑 리스트 1위 품목이다.

김 외에도 라면, 만두, 떡볶이, 한국식 핫도그 등 K푸드의 진용은 갈수록 다양하고 풍성해지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을 글로벌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고 농심 신라면은 라면 종주국 일본의 입맛을 빨갛게 바꿔 버리고 있다. 지난해 신라면 브랜드의 해외 수출액은 1조15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분의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일본 매출은 165억엔으로, 10년 동안 7배 가량 성장했다. 농심은 신라면에 이어 너구리를 일본에 풀어놓고 있다.
에딘버러 김밥의 추억을 더듬으며 한국 음식의 화려한 변신에 감탄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라는 말은 K푸드에 참으로 어울린다. 언젠가 꼭 에딘버러대학 교정을 다시 찾아 격이 달라진 김밥을 맛나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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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재훈 논설위원 floy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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