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페트로 위안 촉매될까?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가만히 있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니다. 미 해군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에 나섰다. 페트로 위안을 꿈꾸는 건 시기상조라는 미국의 메시지로 읽힌다.
원유는 달러화로 결제되는 전 세계 무역 거래의 5분의 1을 차지해, 만에 하나 페트로 달러 체제가 붕괴되면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이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에 퇴출시키는 등 달러를 무기화한 것도 위안화와 비트코인 등 대안 결제망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우디를 제외한 나머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도 협약을 따르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말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 방크의 말리카 사크데바 투자전략가는 '이란 전쟁이 달러에 미치는 의미: 페트로 달러에 대한 퍼펙트 스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페트로 달러에 닥친 위기를 강조했다. 사크데바는 이제 중동국가가 주로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이며 미국 제재대상인 러시아와 이란이 루블화, 위안화 등 비달러화로 원유를 수출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우디가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가 미국에 수출하는 원유보다 약 4배 많아지면서 위안화의 입김이 커지기 쉬운 구조가 됐다. 중국은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사우디 외에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과 러시아는 위안화 결제 규모가 더 빨리 늘고 있다. 특히 작년 중국과 러시아 무역은 거의 전부 위안화 또는 루블화로 거래됐다.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원유·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지급한 위안화만 5630억위안(약 122조원)에 달한다.

최근들어 위안화는 부쩍 강세다. 4월들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81위안대까지 하락(평가절상)하며 2023년 3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작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7.4위안부근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7% 넘게 절상된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2% 넘게 올랐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기회가 도래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상하이 통화포럼에서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가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절호의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말하면서 중국언론뿐 아니라 외신으로부터 주목받았다.
저우 총재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 동안 인민은행 총재를 지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위안화 국제화를 앞장서서 추진한 인물로 '미스터 런민비'(위안)라고 불린다. 중국 정부도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신중하게' 추진한다고 강조했으나 올해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신중하게'를 삭제하며 '적극적인' 추진을 암시했다.

2015년 중국인민은행이 만든 CIPS는 전 세계 은행 간 달러 거래를 중개하는 '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CHIPS·Clearing House Interbank Payments System)'의 위안화 버전에 가깝다. 미국 민간 금융기관 42곳이 참여한 CHIPS는 글로벌 달러 거래의 90% 이상을 처리한다. 폴 블루스타인 미국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달러 패권을 다룬 '킹 달러'에서 CHIPS가 달러 지위를 떠받치는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4월 초 일일 위안화 거래액이 사상 최초로 1조2200억위안(1791억달러·263조원)을 돌파하는 등 이란 전쟁이 터진 후 글로벌 위안화 거래가 급증추세다. CIPS를 통한 일평균 위안화 거래액(달러가치로 환산)은 작년 10월 808억달러에서 올해 3월 1351억달러로 늘었으며 4월 최고치는 1791억달러에 달했다. 불과 반 년 만에 두 배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1791억달러는 작년 CHIPS 일 평균 거래액(약 2조달러)의 겨우 8.9%에 불과하다. 사크데바가 "이란 전쟁이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이 시작되고 페트로 위안 시대가 열리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페트로 위안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이다.
페트로 위안이 페트로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통화의 자유태환 △법치주의 △거시 경제 안정성 등이 담보되야 하는데, 이는 수십 년이 소요되는 과정으로 단 기간 내 위안화가 달러화를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정부는 아직 자본 계정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상태로 위안화의 불태환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역외 위안화 유동성은 작년 3월 말 기준 1조6000억위안(약 2340억달러)으로 15조달러가 넘는 역외 달러화 표시 자산에 비하면 극히 적은 규모에 불과하다.
페트로 위안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지 퍼펙트 스톰이 될 지는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재현 논설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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