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너도나도 반도체 공약…기업들은 “뭔소리”
다가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반도체 유치 공약이 남발하고 있다. 특히 이미 부지 지정과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용인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객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반도체 유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 효율성이나 글로벌 경쟁력은 안중에 없는 ‘표심 맞춤형’ 헛공약에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나선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반도체 산업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용인 국가산단에 예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부를 대구로 유치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협력업체 동반 이전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게 유 예비후보의 주장이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유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논의를 한적 있느냐”는 다른 후보의 질문에 “반도체팹은 국가 전력산업이다. 전력과 용수 등 문제로 남부로 이전해야한다”면서도 기업과의 논의 및 조율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공약 두고 갈등도
이처럼 ‘너도나도’ 반도체 클러스터 공약을 쏟아내면서 지역간 갈등도 번졌다.
최근 전북 지역의 일부 도지사 후보들은 용인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째로 새만금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한 발언을 토대로 전북지사에 출마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반도체 산단의 새만금 지역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용인시를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의원을 포함해 이상일 용인시장 등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반도체 기업들 “뭔소리, 황당하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용인 처인구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핵심 투자 주체인 삼성전자는 약 300조원 이상을 투입해 첨단 생산라인 5기 이상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원삼면 일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며, 단일 사업 기준 120조원 규모 투자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최대 600조원 규모까지 확대 가능한 프로젝트다.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반도체 기업의 임원은 “몇 백조 단위가 투입되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중앙정부와의 협의, 중장기 계획 없이는 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후보자들이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및 유치를 주장하는지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반도체 기업의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로부터 어떠한 논의 및 질의를 받은적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철마다 나오는 장밋빛 공약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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