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쓰레기장’을 지어라” 우리 동네 이 건물…끔찍한 민폐 끼친다니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4. 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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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게티이미지뱅크]
“이제 AI 없으면 못 살 거 같은데”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스마트폰이 그러했듯, 순식간에 다수의 일상생활에서 큰 영역을 차지한 인공지능(AI).

이제는 유행인 시대의 화두를 넘어, 인간 사회의 ‘필수재’로 여겨지고 있다.

“나는 챗GPT 같은 거 안 쓰는데?”
그렇다고 해서 AI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가 입고, 먹고, 쓰는 것.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가 쓰이고 있다.

이는 곧 AI가 없는 시대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

AI의 발전으로 인한 불안감 또한 적지 않다. 대체로는 ‘인간성 훼손’을, 실질적으로는 ‘고용 불안’을 얘기한다. AI의 사회적 파장에 관련된 얘기다.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AI 사용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

구체적으로는 AI 발전과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기피·혐오시설, ‘데이터센터’가 미치는 영향이다.

혐오시설의 분류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인근 주민에게 불안감 혹은 공포감을 주거나, 환경 훼손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 동시에 사회에서 꼭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드는 쓰레기 소각장·매립장, 혹은 이름만 들어도 공포감이 드는 교도소나 구치소, 경우에 따라 특수학교나 정신병원 등도 혐오시설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혐오시설과 그 분류를 달리한다.

데이터센터.[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전력 소비 증가로 인한 탄소 배출량 증가 등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인근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공동체의 문제. 언뜻 보기에는 인근 지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없어 보인다. 눈에 띄는 매연이 배출되거나 악취를 풍기지도 않고, 위험한 사람들이 근무하지도 않기 때문.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향후 데이터센터가 그 어떤 혐오시설보다 인근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불안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AI 상용화와 함께, 데이터센터가 더 많은 곳에, 더 큰 규모로 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어느 지역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있는 건물 외벽에 줄지어 걸린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안 그래도 더운데…데이터센터가 ‘폭염’ 유발?

최근 데이터센터 관련 이슈에 불을 지핀 한 연구가 발표됐다. AI를 구현하기 위해 작동하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양의 전기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이어, ‘열섬’ 현상을 일으켜 주변 지역의 기온을 최대 9.1도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 데이터센터의 존재만으로, 인근 주민들이 뚜렷하게 더운 환경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데이터 열섬 효과 : 뜨거워지는 세계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영향 정량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AI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6733개의 위치 데이터를 확보해, 주변 지표면 온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메타 데이터센터. [게티이미지]

데이터센터는 우리가 누리는 인터넷과 AI를 가동하기 위해 정보들을 계산하고 저장하는 장치를 한 군데 모아놓은 시설. 특히 AI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GPU 같은 고성능 반도체가 24시간 가동되며, 엄청난 열을 발산한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계속 작동하면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논리다.

데이터센터에는 이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장치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냉각’의 원리는 전체 열을 흡수하거나 없애버리는 게 아니다. 24시간 작동을 위해 기기의 열을 식히는 과정. 정확히 말하면 기기에서 나오는 열을 내부에 가둬두지 않고, 밖으로 방출하는 개념이다.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있는 건물 외벽에 줄지어 걸린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는 내부 공기를 식히는 대신, 24시간 더운 공기를 내뿜는 에어컨 실외기와 같다. 여름철에 도시에서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나며, 주변 공기가 더워지는 현상을 고려하면 이해가 쉽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에서 빠져나온 열이 꽤 넓은 지역, 약 10km 반경까지 영향을 준다는 거다.

10km의 영향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연구진이 데이터센터 10km 반경 안에 사는 인구를 반영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최대 3억4300만명이 온도 상승의 영향권에 드러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변 환경에 따라 온도 변화는 다르다. 연구진이 가동 5년을 기준으로 지표면 온도 변화를 비교한 결과, 데이터센터 부지 중심부의 온도 변화는 최소 0.3도에서 최대 9.1도로 집계됐다. 극값을 제외한 95%의 온도변화는 1.5~2.4도 구간에 집중돼 있었다. 이 말을 달리 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2도의 온도 상승이 있었다는 것.

사진은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해 7월 9일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위). 아래 사진은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28일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모습.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된다.[연합]
데이터센터 기피 현상, 더 강해진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온도 상승에 민감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는 더 이상 미래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그 경향성이 더 빨라지고 있다. 거의 매년 지구 평균 기온을 갈아치우는 데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위’는 계절적 변화를 넘어섰다. 올해만 해도, 봄철인 4월에 전국적으로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이상고온’ 현상이다. 이번 세기 안에, 겨울이 사라지고 여름이 1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전력수급현황판에 실시간 수급현황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바꿔 말하면, 갈수록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기피 현상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거대한 에어컨 실외기를 집 옆에 두기를 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 향후 AI 발전과 함께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데이터센터 건립이 유발하는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현재 다수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대용량의 물을 사용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1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냉각에만 연간 최대 2550만리터의 물을 소비할 수 있다. 이는 30만명의 하루 물 사용량과 맞먹는다.

강원도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물 밖으로 드러난 맨땅이 쩍쩍 갈라진 상태를 하고 있다.[연합]

데이터센터가 지역의 수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 패턴이 변화하고, 가뭄 우려가 커지는 지역의 경우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 이에 따른 반발도 자연스럽다.

이 밖에도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지역의 전기·전력망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가까운 주민들의 경우 냉각팬, 변전설비 등 운용으로 인한 소음 불만도 적지 않다. 아울러 ▷주변 녹지 훼손 ▷전자파 발생 ▷화재 위험 등 각종 부작용이 줄을 잇는다.

반면 흔히 기피시설 도입의 장점으로 꼽히는 지역 일자리는 많지 않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유지·관리형 인력 수요가 대부분. 생산 공장이나 발전소 등과 성격이 달라 인력 수요가 그리 크지 않다. 부담은 지역 주민들이 지고, 이익은 기업이 가져간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스위스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내부 전경.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당근’은 해결책 아냐…‘지속가능성’ 주목해야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거다. 심지어 데이터센터 건립은 이제 시작 단계에 가깝다. AI 사용량이 급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 실제 IEA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약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상면 500㎡ 이상 공공·민간 데이터센터는 165개로 집계됐다. 그리고 2028년까지 신규 구축을 계획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76개소로 빠르게 늘고 있다.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24년 6조원을 돌파해, 2028년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게티이미지뱅크]

이미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립이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갈등이 큰 모양새다.

현재 주된 갈등의 이유는 전자파와 소음, 그리고 정전 위험. 여기서 데이터센터가 열섬 현상을 가중해 온도 변화를 유발한다는 연구가 구체적으로 검증된다면, 반대 움직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가 경쟁력 중 하나인 AI 산업 발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들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또한 AI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는 만큼, 중재와 혜택 제공에 더 깊게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AI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의 열 배출, 물 사용 등을 상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메타 데이터센터.[메타 홈페이지 갈무리]

한 글로벌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미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자원 사용과 열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AI 산업 경쟁력을 차기 국가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면, 이같은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감수하는 대신, 혜택을 주는 구조는 지속 가능한 AI 발전의 올바른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 데이터센터 열을 재사용하는 방식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진척되는 분야는 ‘지역난방’. 실제 핀란드, 덴마크 등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Meta) 등 IT 기업 데이터센터 폐열을 회수해, 일대 난방에 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폐열을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잡아내는 포집 기술이나 열수 정화(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것) 등에 이용하는 방식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AI가 더 가볍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불필요한 연산을 줄여 전력 소비를 줄이는 취지의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열섬 효과를 연구한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열섬 현상은 실제로 존재하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데이터 열섬 효과는 공동체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복합 재난·위험 시스템의 맥락에서 연구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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