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같은 위기의 트럼프…겉으론 ‘강경’, 속으론 ‘흔들’
오락가락 리더십 부메랑…물가·지지율·당내 반발 ‘3중고’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중동전쟁의 향방과 별개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백조를 닮았다. 수면 위에서는 여전히 강한 자신감과 통제된 이미지를 과시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쉴 새 없이 발을 저으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전쟁 장기화와 지지율 하락, 물가 상승이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 버티고 있지만 그 균열은 점점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 트럼프는 전쟁 장기화 속에 점점 불안한 리더십을 드러내고 있다. 강경 발언과 협상 제스처를 오가는 벼랑 끝 전술이 반복되는 가운데 메시지 혼선까지 겹치면서 외교·정치·경제 전반에서 부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냉탕·온탕 오가는 트럼프식 전략에 피로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오락가락' 행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가 협상과 관련한 기본 사실관계조차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JD 밴스 부통령의 2차 협상 참석 여부였다. 트럼프는 "보안 문제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이튿날에는 "이미 파키스탄으로 향했다"고 말했지만 불과 1시간여 후 밴스 차량 행렬이 백악관에 등장했다.
협상의 쟁점에서도 발언은 계속 뒤집혔다. 트럼프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대부분 합의됐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협상은 결렬됐고, 우라늄 처리 방식과 농축 시한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호르무즈해협 문제 역시 "열려 있다" "이미 닫혀 있다" "다시는 폐쇄되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발언이 반복됐다. 일단 트럼프는 2주 휴전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사실상 무기한 휴전이라 할 협상 기간 중 휴전 유지를 선언했다. 종전이든 협상 연장이든 협상 불발이든 무엇 하나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과 메시지가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혼선은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라 트럼프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압박을 받을 때마다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돌발 행동과 메시지를 쏟아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가 공개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쟁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불안이 정책 일관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최근 유가 전망을 두고 자신의 에너지부 장관 발언을 공개 부정했고, 협상 시한과 조건 역시 수시로 바꾸고 있다.
국내 정치 환경도 악화일로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는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트럼프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백악관 내부 상황이 외부로 계속 흘러나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협상 전략과 군사 검토 내용이 잇따라 언론에 노출되며 정책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대통령의 상반된 발언으로 혼선이 발생할 때마다 참모진이 이를 수습하느라 분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최근 30%대 초반까지 내려앉으며 2기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NBC가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37%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63%에 달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인플레이션 대응과 전쟁 처리 모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61%는 추가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여기에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가 공동 실시한 최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자 2기 출범 이후 최저치다. 특히 경제 정책 지지율은 30%로 전체 지지율보다 더 낮았고 이란 문제 대응 지지율도 32%에 그쳤다.
"트럼프 오락가락 행보, 참모진 수습에 분주"
실제 경제 변수는 특히 트럼프를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웃돌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2달러대 후반이었던 가격이 40% 넘게 뛴 셈이다. 유가 상승은 물가 전반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흐름을 보였고,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오르며 상승 압력이 이어졌고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지표도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주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 역시 3%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물가뿐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 발표된 3월 소매판매는 1.7%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지만, 상당 부분이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가격 효과'로 평가된다. 실질 구매력 측면에서는 소비 둔화 신호가 감지된다는 의미다. 연준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호르무즈해협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경로가 다시 상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유가 상승→물가 재자극→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가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 미국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되면서 트럼프의 정책 운신 폭도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금 전쟁 장기화, 지지율 하락, 물가 상승, 동맹 이탈이라는 복합 압박 속에 갇혀 있다. 그러면서도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트럼프식 접근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메시지 혼선과 정책 번복이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약해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협상 카드보다 정치적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은 점점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는 "극단적 위협과 갑작스러운 후퇴를 반복하는 방식이 협상 지렛대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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