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부 10시까지요? 스카로 갑니다’…불꺼지지 않는 대치동 [세상&]

정주원 2026. 4. 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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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교습 단속에도 ‘학원→스카’ 이동
학생·학부모 “다들 하니까 어쩔 수 없다”
22일 오후 10시께 학원이 끝나고 대치동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 건널목을 건너가는 학생들의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학원은 10시면 끝나요. 대신 다들 스터디카페(스카)로 갑니다.”

교육 당국이 학원 심야 교습 제한을 재차 강조하며 고강도 단속에 나섰지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밤은 여전히 밝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학원 교습시간을 ‘오전 5시~오후 10시’로 제한하는 공문을 재차 내려보내고 매월 불시 점검을 예고한 상태다.

교육부 역시 학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야간 합동점검을 실시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학생 건강권 보호와 사교육비 경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현장에서는 학습이 스터디카페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여전히 엿보였다.

22일 밤 9시30분께 건물 통째로 학원과 스터디카페로 가득한 상가 건물들이 즐비한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에는 교복 차림 학생들이 무거운 책가방이나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편의점과 마트 앞에서는 빵이나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시험 기간이라 학원 수업 대신 자습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뀐 영향이다.

오후 10시30분께 강남구 대치동의 한 스터디카페가 학생들로 가득 찬 모습. 정주원 기자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인근 스터디카페로 몰렸다. 이미 좌석이 가득 찬 스터디카페 앞 계단과 출입구에는 자리를 기다리거나 간식을 먹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휘문고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요즘 신고와 단속이 심해지면서 학원은 대부분 10시에 문을 닫는다”며 “수업 중 질문 못 한 내용은 선생님이나 조교와 스터디카페에서 이어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중에는 새벽 1시, 주말에는 2시까지 학습하는 경우도 많다”며 “시험 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직전보강(직보) 수업이 시작되고 밤에는 자습으로 이어지는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날 수학 시험을 앞둔 개포고 2학년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는 학원도 자습 형태로 운영돼 자유롭게 오간다”며 “친구들 대부분이 학원 끝나면 스터디카페로 이동해 밤 12시 반이나 1시까지 공부한다”고 말했다. 또 “버스도 늦게까지 다녀서 부모님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숙명여고 2학년 학생 이모 씨는 “내일 수학 시험이라 학원에서 직전보강을 듣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 잠깐 나와 끼니를 해결했다”며 “시험 기간에는 학교에서 오전 일찍 시험을 보고 나서 그 뒤로 쭉 스카에서 공부하다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해서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9시30분께 대치동 학원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 대부분의 버스가 새벽 1시까지 운행한다. 정주원 기자

학원가도 단속 영향을 체감하고 있었다. 대치동 소형 수학학원에 다니는 개포고 2학년 학생은 “예전에는 밤 12시 전까지 수업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교육청 단속 이후 10시를 칼같이 지킨다”며 “이후 자습이나 오답 정리는 각자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단대부중 3학년 학생은 “10시 이후까지 수업하는 학원은 많지 않고 보충이 필요한 일부 학생들만 남는다”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내신 부담 때문에 상황이 더 달라진다”고 말했다.

밤 10시 이후 학습이 이어지는 또 다른 공간은 스터디카페였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친구들과 다시 만나 사실상 ‘방과후 교실’처럼 공부를 이어갔다.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학생은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고 걸어서 집에 가면 된다”며 “평소에도 밖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에서는 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교통 상황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대치동 사거리에서 교통 안내를 맡고 있는 김모(65) 씨는 “시험 기간이라 오늘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지만 평소에는 차량·셔틀버스·택시가 뒤엉켜 혼잡하다”며 “불법 주정차 단속도 이 일대에서 가장 많다. 순찰 및 안내는 일요일 빼고 매일 이 시간 진행하지만, 달에 한두 번 정도 수서경찰서와 강남구청이 합동점검을 펼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 10시5분께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 건널목에서 교통 지도가 이뤄지는 모습. 정주원 기자

최근 대치동서는 학원 간의 ‘신고’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단대부고 2학년 자녀를 둔 유모 씨는 “최근 10시 넘어 강습하는 학원을 학생들이 주체가 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주로 소규모 학원이 대상인데 경쟁 학원끼리 신고를 하는 걸로 보인다. 스카나 연구실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결국 밤늦게까지 공부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생들도 다 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이라도 안 시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험 기간에는 오히려 귀가 시간이 앞당겨지는 경우도 있다. 유 씨는 “시험 기간에는 하루 1~2과목 시험을 보고 오전 11시쯤부터 다음날 과목 직전보강을 시작해 저녁 안에 마치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보다 일찍 귀가해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드는 루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밤 10시를 넘긴 시각에도 학원가와 스터디카페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은마아파트 사거리 일대 거리에는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이 오가고 있었고 일부 스터디카페는 밤 11시가 가까워서도 좌석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학원 문은 닫혔지만, 대치동의 공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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