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지금 여기에… 히말라야 속 은둔의 왕국 ‘21세기 달마시티’ 꿈꾸다 [S스토리-겔레푸 '마음챙김 도시' 건설하는 부탄]
구루 린포체 순례길 재단장
GMC 프로젝트 야심찬 계획
자연·명상공간·불교 중심축
BIG 그룹 설계한 국제공항
산맥 연상… 전통과 미래 조화
“속도 아니라 방향성이 중요”
새 경제특구 긴 호흡 작업중
활주로에서 날아오른 소형여객기 왼편으로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진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지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은둔의 왕국’ 부탄으로 가는 한 시간 남짓 하늘길이다. 숨이 멎는 장관이다. 기내방송에선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로체(8516m), 칸첸중가(8586m)로 이어지는 봉우리를 기장이 소개한다. 좁은 객실 창으로 만나야 하지만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 일어난다.




린포체의 발자국이 시작된 곳은 남부 겔레푸. 파로에서 다시 국내선 경비행기로 한 시간을 더 날아 도착한 이곳에서 부탄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겔레푸 마음도시(GMC)를 건설 중이다. 세계 불교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려는 ‘21세기의 달마(達磨)시티’는 자연과 명상 공간, 불교 프로젝트를 도시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다. 세계적 설계그룹 BIG의 건축거장 비야르케 잉엘스가 기획·설계를 맡았는데 금강승 명상센터, 동서양 통합 의료센터, 대학, 수경 농장, 문화센터, 부탄 직물 시장 등이 들어선다. 또 도시 서쪽 끝 수력발전 댐은 계단식 사원을 겸하도록 설계됐다.

입헌군주국 군주로서 연설은 해도 기자회견은 하지 않던 부탄 국왕은 최근 해외 언론과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GMC프로젝트의 철학자이자 설계자로서 사업 성공을 위해 홍보대사까지 자임한 것이다.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환경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GMC의 또 다른 특징은 소유구조다. 겔레푸 부지의 90% 이상은 국유지. 부탄 정부는 이 땅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해 전 국민이 나눠 소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도시가 번성해 일자리가 생기고 부가가치가 오르면 그 상승분이 특정 계층이나 개발업자가 아니라 부탄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공동체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사상은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제시한 토지공유론을 떠올리게 한다. GMC는 불교적 전통에서 출발해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21세기의 도구로 유사한 지향점에 도달한 셈이다.


신공항은 현재 활주로 건설이 한창인데 재원은 자력 조달한다고 한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속도를 내는 대신, 자신들의 돈으로 체제를 지키며 속도를 조절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국민총행복(GNH)을 국가 운영 철학으로 삼아온 나라다운 선택이다.
◆발전의 방향과 속도
국가 발전·개발의 속도는 개발도상국엔 중요한 문제다. 순례길 건설 현장에서 이를 묻자 국왕은 “공항 완공으로 마무리될 1단계는 매우 빠르게 속도를 낼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국 공통의 소비문화도 부탄에선 보기 힘들다. 전국 어디에서도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을 만나지 못했다.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 대리점을 제외하면 해외 브랜드 자체가 드물었다. 호텔·식당 등 여행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자체가 불편보다는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애초 부탄은 외국인 방문객 수를 정책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다. 입국 외국인에게 하루 100달러의 지속가능개발비(SDF)를 부과한다. 현대사에서 외세에 떠밀려 개방을 택해야 했던 여러 약소국의 뒤를 따르지 않고 정체성과 경제 주권을 지키고 있는 특별한 나라다. 열흘의 순례를 마치고 파로 공항으로 향하는 길, 국왕이 스스로 다짐하듯 순례길에서 강조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AI(인공지능)와 로봇공학이 세상을 아무리 바꾸어도, 뿌리가 되는 토대는 영성(靈性·Spirituality)입니다. 그것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나의 믿음입니다.”
파로·납지·붐탕(부탄)=글·사진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 "계좌 불러라" 폐업날 걸려온 전화...양치승 울린 박하나의 '묻지마 송금'
- "한석규 선배의 그 한마디가…" 안효섭, 대세 배우가 허영심을 경계하는 진짜 이유
- 54년 ‘솔로 침묵’ 깬 ‘무적’ 심권호…간암 극복 끝에 털어놓은 뭉클한 꿈
- “걱정 마요”…박보검·송중기·김혜수, 촬영장에서 드러난 진짜 인성
- 교통사고 3번, 부서진 커리어…조용원이 선택한 가장 완벽한 ‘퇴근’
- “종이컵 핫커피, 15분 지나면 마시지 마세요”…혈관 파고드는 ‘70만 개 플라스틱’의 정체 [라
- "62세 맞아? 여전히 컴퓨터 미인"…황신혜의 아침 식단은 '요거트와 친구들' [라이프+]
- "초콜릿보다 짜릿"…억만장자 잭 도시의 ‘얼음물’ 루틴이 과학적인 이유
- "바질 비켜!”…알고 보니 달래는 파스타 재료였던 건에 관하여 [F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