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살아온 집성촌 한순간에 사라질 판”…송동마을 재개발 반대시위 가보니
서울시 신규 택지 조성 예정돼
주민들 “거주지만은 존치해야”
13일부터 우면동서 피켓 시위
국토부 “주민과 대안 마련할 것”
![13일 찾아간 서울시 서초구 서리풀2지구 송동마을 모습. 송동마을에는 전주 이씨와 여산 송씨 집성촌으로, 총 37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조병연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5/mk/20260425132402772ymbv.jpg)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송동마을 입구에 대여섯 명의 주민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송동마을이 속한 우면동 일대를 신규 택지로 지정해 고시를 앞둔 데에 따른 반발이다. 이들은 ‘강제 수용 절대 반대’ ‘개발 아닌 보존이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주민은 “600년 넘게 살아온 집성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주민 뜻이 받아질 때까지 날마다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71년 그린벨트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돼왔던 송동마을은 2024년 11월 서울시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서리풀2지구로 선정되며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서리풀2지구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원으로, 19만3259㎡ 부지다. 정부는 이곳에 2000가구를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다. 2지구와 함께 서리풀1지구로 지정된 서초구 신원동·내곡동 등에는 총 1만8000가구 공급이 계획돼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성당 앞에서 송동마을 주민들이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병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5/mk/20260425132404105tgcq.jpg)
성해영 송동마을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주민들은 세대 수를 늘리더라도 거주지만이라도 존치한 상태에서 낮은 규모의 개발을 하길 바란다”며 “마을에는 비닐하우스 부지가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그 공간에 아파트를 낮은 규모로 지으면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13일 만나본 송동마을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을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주민 김 모씨(68)는 “여기는 말로만 서울이지 50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토지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도 없던 곳”이라며 “정부는 고향을 지키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한순간에 개발하겠다고 나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주 이씨 14대손이라는 이세연 씨(70)는 “쥐불놀이·거북놀이처럼 전통 문화를 계승해 온 마을은 서울에서도 드물다. 그런데 갑자기 토지가 수용돼버린다고 하니까 너무 황당하다”며 “하나의 공동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격이니까 조상 볼 면목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2년 전 고향인 송동마을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살 집을 지었다는 이혜성 씨(67)는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고향으로 돌아와 나이 드신 부모님과 지낼 목적으로 단독주택을 지었는데 준공 허가가 떨어지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재개발이 발표됐다”며 “차라리 시공 허가도 내주지 않았다면 이럴 일도 없었는데, 발표 이후 제대로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송동마을에 위치한 단종의 장인·장모 묘지. [조병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5/mk/20260425132405444erst.jpg)
또한 주민들은 마을에서 맹꽁이, 소쩍새, 참매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해 재개발이 단행되면 환경 보호 문제 소지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지구 내 법정보호종 총 7종이 현지조사에서 확인됐다”며 “향후 지구계획 시 지구 경계부의 임연부는 녹지로 계획하는 등 토지이용계획을 검토·수립할 계획”이라고 답변서를 보낸 바 있다.
![송동마을에 흐르는 우면천 모습. 국토부는 송동마을에서 맹꽁이, 소쩍새, 참매 등 법정보호종 7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병연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5/mk/20260425132406768kyau.jpg)
이 관계자는 또 지난 9일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서리풀2지구 개발 지구 지정 고시를 올렸다 돌연 삭제한 건에 대해 “지구 지정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홍보 계획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잠시 보류된 상태”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이 최근 주택 시장 과열 속 공급 확대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에 대한 시장의 민간 개발 압력이 높아 갈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법적으로 수용권이 있기에 개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규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 교수는 “최근 주택 시장이 과열되며 정부의 주택 공급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살피지 못했던 것 같다”며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하는 우면동은 자연·산업적으로 가치가 높아 R&D 등의 기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런 토지가 주택공급 목적으로만 소모당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4월 ‘건보료 폭탄’ 맞은 직장인 1035만명...사후 정산 바꿀 순 없나 - 매일경제
- “시어머니보다 내가 9살 많다”…34살 어린 제자와 결혼한 60대 여성 - 매일경제
- “들고만 있어도 되는데, -65% 어쩌나”…반도체주 ‘엇박자 투자’ 개미들 패닉 - 매일경제
- “여자 혼자 절대 산에 가지 마”…대낮 등산로서 벌어진 소름돋는 경험담들 - 매일경제
- 세계 바다지도에서 ‘일본해’ 없어진다…디지털 표준에 지명 대신 고유번호 - 매일경제
- [속보] ‘컷오프’ 이진숙 “대구시장 선거 출마 않겠다” - 매일경제
- 트럼프, 한국전때 만든 법 발동해 美 저가항공사 구제 검토 - 매일경제
- 꿈의 ‘7000피’ 시대 카운트다운…중동 리스크·과열 경계감 변수 - 매일경제
- ‘경제적 분노 작전’ 돌입한 미국...이란 석유 수출 막고 코인 동결 - 매일경제
- 오타니의 연속 출루, 2018년 추신수 기록과 비교하면? [MK현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