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마다 눈물, 4.3영화 ‘내 이름은’ 단체관람 응원 물결

김찬우 기자 2026. 4. 25. 12: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다 못 하겠어요” 눈물 쏟은 관객들
24일 제주 메가박스 삼화, 아라에서는 영화 '내 이름은' 단체 관람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관람 후기를 묻는 질문에 아직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영화 너무 잘 만들었네요."

제주4.3의 아픔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이 전국적인 관심 속 제주에서 영화를 응원하는 단체관람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잃어버린 78년, 긴 겨울을 지나 마주한 봄날 제주4.3의 이름을 바로 세우기 위한 물결이다.

24일 메가박스 삼화, 아라에서는 4.3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제주도민들과 가장 낮은곳에서 도민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50여명이 단체 관람에 나섰다. 사회복지사 관람의 경우 카카오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지인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눈가가 촉촉이 젖은 채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문화관광해설을 맡고 있는 김유신(65) 씨는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졌다. 초토화작전이 있었던 4.3의 핵심도 잘 다룬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어느 장면에서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냐는 질문에 그는 "영옥이 자기 이름을 찾았을 때"라고 했다. 외면하고 싶었던 아픈 기억을 스스로를 이겨내면서까지 찾아가는 과정을 보고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냥 눈물이 막 나왔다. 내일 4.3평화공원에 가서 희생자의 이름을 찾아보고자 한다"라면서 "배우들이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제주어를 정말 잘 구사하는 것 같다. 특히 염혜란 배우가 다 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릴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제주 이주 14년차라는 문화기획자 홍민아(52) 씨는 소감을 말하는 중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78년전부터 지금까지 세대를 압축해서 잘 다뤄준 것 같아 감사하다. 당연히 만들어졌어야 하는 영화인데 지금이라도 만들어줘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4.3에 대해 알고 있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프다기보다 화가 많이 났다. 또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 속도 상해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영옥이 누워서 아들을 안아주는 장면에서는 괴로움 속 현실을 맞닥뜨리고 여태까지 어렵게 살아온 인생이 보여 눈물이 쏟아졌다"며 "영화를 보면서 함께 하는 해녀 삼춘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24일 제주 메가박스 삼화, 아라에서는 영화 '내 이름은' 단체 관람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24일 제주 메가박스 삼화, 아라에서는 영화 '내 이름은' 단체 관람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지난 15일 전국 개봉한 '내 이름은'은 개봉 첫날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단체관람에 나서며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 대통령은 개봉 당일 김혜경 여사와 시민 165명과 함께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관람 후 엑스(구 트위터)에 "영화 속 주인공이 이름을 되찾았듯이 제주4.3의 상처에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폭력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 폐지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영원한 책임은 올바른 기억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영화 '내 이름은'은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제주4.3의 과제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나아가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회복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백비(白碑)가 되어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제주4.3의 온전한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제28회 우디네극동영화제 메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최교진 교육부장관도 직원들과 단체로 영화를 관람한 뒤 "4.3의 아픔을 담아낸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며 "잊혀서는 안 될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며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제주에서도 단체관람 열기는 뜨겁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15~16일 이틀에 걸쳐 희망 직원 500여명이 참여하는 관람 행사를 가졌다. 제주도 여성공직자회 참꽃회도 지난 22일 회원 60여명이 극장을 찾았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베드로)는 영화에 대해 "4.3에 관한 어떤 문서나 논문보다 4.3을 더욱 함축적으로, 상징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제주도민이라면 모두 이 영화를 보고 함께 4.3의 이름을 찾아나섰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영화 '내 이름은' 박선후 PD는 "4.3영화인 만큼 제주도민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4.3의 대중화, 전국화를 위해 상업영화를 만들게 됐는데 제주도에서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많이 관람해주시면 좋겠다"며 "제주에서 많이 관람할수록 영화의 의미가 더 깊어질 것이다. 제주에서 4.3의 전국화에 대한 힘을 느끼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영화 '내 이름은'은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을 토대로 제작됐다. 정 감독이 1년 6개월간 시나리오를 다듬어 완성했으며, 상영시간은 113분이다.

관련해 제작사 측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단체 관람 신청( forms.gle/a7Lws9jmr3YLj15U8 )을 받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메일( kofilm21@gmail.com )이나 전화(010-2366-5655)로 문의하면 된다. 
24일 제주 메가박스 삼화, 아라에서는 영화 '내 이름은' 단체 관람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영화 '내 이름은' 스틸컷.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