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 “빠르게 늙는 울릉도…어르신 머물 ‘노치원’ 절실”

홍준기 2026. 4. 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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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이장, “83세에 이장되니 실감”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3리 박용수(83) 이장. 홍준기 기자

"지금 울릉도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빠르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3리 박용수(83) 이장은 마을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구조적인 변화가 깊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을 한 바퀴만 돌아도 분위기는 분명하다. 아이들 웃음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고, 대신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마을의 일상이 됐다.

울릉읍 사동3리는 50여 가구, 1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이 가운데 노인 비중은 90%에 달한다. 사실상 '초고령 마을'에 들어선 셈이다. 박 이장은 "예전에는 집집마다 사람이 살았고,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지금은 사람이 사라진 집이 더 많다. 남아 있는 분들도 대부분 연세가 많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치매'를 지목했다.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위협하는 구조적인 위험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100세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준비는 거의 없다. 울릉도에는 어르신들이 낮 동안 머물면서 치료나 인지활동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없다. 치매를 관리할 최소한의 기반이 없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2리 박용수(83) 이장. 홍준기 기자

현재 이 마을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대부분 가족에게 맡겨져 있다. 그러나 섬 지역 특성상 돌봄 부담은 더 크게 체감된다. 병원 접근성이 낮고, 외부 지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치매환자 돌봄이 '잠깐'이 아니라 '하루 종일' 이어진다는 데 있다. 박 이장은 "가족들은 생업과 간병 사이에서 사실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집을 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을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가족 중 한 사람이 일을 내려놓고 돌봄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건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단순한 돌봄 문제를 넘어 지역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젊은 세대가 떠나고, 남은 인구마저 돌봄 부담에 묶이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장은 치매를 '개인의 질병'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를 방치하면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미 늦었다고 느낄 정도"라고 전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어르신들이 낮 동안 안전하게 머물며 돌봄과 인지활동을 받을 수 있는 '노치원', 즉 치매안심 돌봄시설의 도입이다.

박 이장은 "거창한 시설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르신들이 하루를 안전하게 보내고, 기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가족들이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그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2리 박용수(83) 이장. 홍준기 기자

특히 그는 '섬지역'이라는 이유로 복지정책이 뒤로 밀리는 현실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사람이 적어서 안 된다, 섬이라서 어렵다는 말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오히려 울릉도처럼 외부 접근이 어려운 곳일수록 내부 돌봄시스템은 더 촘촘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 기능만으로는 현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을 향해서도 "상담이나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어르신을 맡길 수 있는 공간, 매일 운영되는 돌봄체계가 필요하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관심을 유도했다.

마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박 이장은 마지막으로 한층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어르신 한 분의 하루를 지키는 일이 결국 울릉도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정말 늦습니다."

홍준기기자 zoom800@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