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은 옛말"…연봉보다 커리어 위해 이직하는 청년 직장인들

"평생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나를 지켜주는 건 조직의 타이틀보다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전문성이잖아요."
용인시에 거주하는 A씨는 마케터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최근 대기업의 이직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연봉은 지금보다 더 받지만 강도 높은 업무 부담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걸림돌이었다. 대신 A씨는 퇴근 후 데이터 분석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직무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 출판에 힘쓰고 있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봉·승진 같은 외적 보상 대신 자유·성장·의미 등 내적 가치를 기준으로 스스로 경력을 설계하는 이른바 '프로티언 커리어'를 중시하는 MZ 직장인들이 나오고 있다.
프로티언 커리어는 조직심리학자 더글러스 홀(D.T. Hall)이 1976년 제안한 개념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그리스 신화 속 신 '프로테우스(Proteus)'에서 이름을 따왔다.
전통적 경력 개발이 조직이 설계한 수직적 승진 경로를 따르는 방식이라면, 프로티언 커리어는 개인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비선형적이고 유연한 경로를 스스로 개척한다. 직위·연봉이라는 객관적 성공보다 성취감과 자부심 같은 '주관적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자기주도성과 가치지향성을 두 축으로 삼는다.
이직 사유 역시 달라지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가 2025년 직장인 1만 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력 이직 인식 조사'에서 이직 기준 1위로 '커리어 성장 가능성'(43.8%)이 꼽혔다. 2위인 '연봉 인상률'(20.7%)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직장을 다니며 코칭·멘토링을 병행하는 'N잡러'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부업 취업자는 월평균 55만 2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으며, 29세 이하 청년층의 증가율은 30.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하며, 정부와 기업의 대응을 주문했다. 김이준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커리어개발학과 교수는 "대기업 일부는 유연 근무제와 사내 직무 이동 기회를 넓히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곳이 많다"고 현황을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폴리텍 대학 같은 업스킬링·리스킬링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지만 정작 이를 모르는 국민이 훨씬 많다"며 "IMF 이후 국가가 직업상담사 직업군을 제도화했던 것처럼 빠르게 재편되는 노동시장에서 미래 지향적 직업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는 공기업·공무원 같은 안정적 직업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불안과 모호함을 감내하는 심리적 근육을 먼저 키워야 한다"며 "시행착오를 감수하면서 자신을 실험해보는 장을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유진 인턴기자 iyj7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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