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행 중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뒤 깨달은 점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6. 4. 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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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대리만족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실제 가보고 겪은 뒤 그 느낌이 설사 별로라고 하더라도 대리만족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실경험은 중요합니다. 여책저책은 현장에 죽고 사는 언론인이 쓴 여행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봄 맞은 오스트리아 알프스 / 사진 = 언스플래쉬

책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는 전 세계 48개 도시를 누비며 지나간 삶을 다시 살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자는 여행을 단순한 풍경 소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역사와 예술의 흔적을 따라 내 안의 정체성까지 연결하는 방법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풀지 못한 해답을 찾기도 하고, 오히려 물음표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답을 향한 계획을 세우게 합니다.

인문 여행자, 사라진 시간을 걷다
김경한 | 쌤앤파커스
사진 = 쌤앤파커스
불멸, 영생 등 영원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언젠가는 모두가 죽음을 향해 간다. 그렇다면 인생에 한 번 쯤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오랜 세월 동안 언론인으로 살아 온 김경한 저자의 여행은 ‘왜’로 시작했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그만의 고집이 결국 책 ‘인문 여행자, 사라진 시간을 걷다’로 까지 엮였다. 2021년에 발간한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와 맥을 같이 하는 이번 책은 전 세계 48개 도시를 가로지르며 문학과 예술이 태어난 장소에 새겨진 거장의 흔적을 좇는다.

스페인 그라나다 / 사진 = 언스플래쉬
저자는 사라진 시간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그곳에서 문학·건축·음악·미술·음식·자연 등을 마주한다. 네팔 히말라야의 쿰부 지역에서 저자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고난에 빠진다. 장엄한 풍경 뒤에 가려진 존재의 소멸을 스스로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삶의 의지를 발견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카프카의 고독과 결합해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또한 오스트리아에서는 일곱 살의 어린 모차르트가 아버지와 함께 험준한 알프스를 넘으며 보았을 풍경을 상상하며, 그 고단했던 여행의 경험이 어떻게 거장의 음악적 뿌리가 됐을지 다양한 생각의 나래를 제공한다.

​예술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기록 또한 인상적이다. 중국 상하이 피스 호텔에서 활동하는 ‘400세 재즈단’의 사례가 그것이다. 아흔 살의 연주자를 필두로 여든을 넘긴 노장들이 들려주는 올드 재즈는 단순히 음악적 향유를 넘어 전쟁과 격변의 세월을 견뎌낸 도시의 상처를 위로한다.

태국 수코타이 / 사진 = 언스플래쉬
태국 수코타이의 고요한 사원 유적지에서는 불상 앞에서 ‘가자, 저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금강경의 만다라를 떠올리게 하며, 텅 빈 공간이 주는 충만함을 통해 삶의 깨달음에 다가선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은 미학적 감동의 정점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안에서 모네의 빛을 만나는 순간, 저자는 자연의 빛이 서서히 기울어가는 찰나의 제전을 지켜보며 예술이 인간의 상상력과 대화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미국 나파밸리에서의 와인 체험 또한 술 한 잔을 매개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적 독백으로 흐르며, 사유하는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격조를 보여준다.

​미국 나파밸리 / 사진 = 언스플래쉬
이처럼 책에 담긴 기록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거장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의 시야는 조금씩 넓어진다. 바쁜 시대에 드물게 허락된 ‘생각하는 여행’의 품격을 선사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여행자든 무심히 스쳐 지나갈 법한 거리의 장면에서부터 수천 년의 시간이 퇴적된 유적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눈에 담는 풍경을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간다. 그 여정을 꿰뚫는 것은 누구에게나 삶은 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찬란함을 찾아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곱씹는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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