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K-관광' 1900만 시대…외국인 발길은 왜 서울·부산에 멈췄나

민경찬 PD 2026. 4. 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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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only know Seoul and Busan"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른 여행지를 물었을 때 돌아온 공통된 답변이다. K-컬처의 열풍을 타고 역대급 방한 관광객 숫자를 기록 중이지만, 정작 그들이 발을 딛는 곳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약 189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00만 명 넘게 늘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속적인 성장세를 견인하며 K-관광의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정 지역에만 온기가 쏠리는 '관광 양극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서울과 부산'. 두 도시뿐인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전라, 충청, 강원 등의 지방 방문율은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각 지방별로 '왜 그곳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숙박이나 교통 등의 인프라 문제를 넘어 관광객의 호기심을 끌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민국 관광은 현재 각 지역의 매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방한 외래관광객 지방관광 실태 그래픽. 김나영PD


■ 지방 관광은 틀린그림찾기? 복제된 '랜드마크'의 한계

국내 지방 관광지를 떠올리면 공식처럼 반복되는 키워드들이 있다. 흔들다리, 케이블카, 벽화마을이다.

지역의 고유성보다 '옆 동네의 성공'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다.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는 결국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어디든 비슷하다'는 인상만 심어주고 있다.

서원석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학장은 이러한 지방의 '복제 구조'를 지적했다.

서 학장은 "우리나라 관광은 실패를 줄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관광 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무작정 따라 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답은 '그 지방만의 고유한 이야기'라는 것이 서 학장의 설명이다.

이어 서 학장은 "차별화를 위해서는 지방의 고유한 스토리텔링과 먹거리,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어우러진 하나의 콘텐츠다"라고 제언했다.

지방의 콘텐츠 '복제 구조'를 지적하는 서원석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학장. 허수빈PD


■ '분산 투자'를 택한 일본, 한국과 무엇이 달랐나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먼저 시작했던 일본은 '분산'과 '순환'을 택했다. 도쿄와 오사카에 갇혀있던 관광객의 발길을 소도시로 끌어낸 원동력은 단순하다.

일부 지역에 숫자를 늘리는 '양적 팽창' 대신 지역 상권의 지속성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질적 내실'에 집중한 것이다.

정부의 관리 방식도 대조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일본은 특정 지역에 관광객이 몰릴 경우 오히려 이를 주변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매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예산을 투입해 이동 경로를 설계하고 과잉 관광을 막음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을 보호하는 동시에 여행객의 만족도까지 높이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소도시로 유도해 지역 상권의 지속성과 재방문을 유도한 일본. AI이미지


■ 'J-관광'을 살린 소도시들, 'K-지방'과 비교해보니

실제 사례를 비교해 보면 그 격차는 더욱 극명해진다.

온천·자연 관광 : 오이타 vs 울진
일본 오이타는 온천이라는 하나의 키워드가 숙박, 거리, 음식, 체험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도시 전체가 '느리게 쉬는 여행'이라는 명확한 브랜드를 공유한다. 반면 울진은 온천과 스카이워크 등 개별 시설은 훌륭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동선은 끊겨 있고, 1박 2일을 관통하는 브랜드 컨셉이 부재하다.

지역 캐릭터: 구마모토 vs 대전
연간 1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내는 구마모토의 캐릭터 '구마몬'은 공연과 테마 공간 등 풍부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대전의 '꿈돌이'는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형물 위주의 '보는 캐릭터'에 머물러 있다. 관광객이 찾아가서 함께 즐길 요소가 부족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전통 문화: 이시카와 vs 안동
일본 이시카와는 전통 공예품을 직접 만들고 간식을 즐기게 함으로써 관광객을 '참여자'로 만든다. 반면 안동은 깊은 문화 자산을 보유하고도 여전히 '관람' 중심의 평면적 관광에 갇혀 있다. 하회마을을 제외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벽화마을이나 포토존 위주다 보니, 한국 전통의 정수를 기대한 외국인에게는 '흔한 풍경'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대전 '꿈돌이' 조형물이 설치된 엑스포 과학공원. 김나영PD


■ 지방 관광에 희망은 없을까? 외국인 관심도는 '청신호'

관광 흐름이 한쪽으로 굳어지는 양상 속에서도 판을 바꿀 변화의 기류는 감지된다. 지방으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 수요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화의 신호는 지난해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이후 나타났다. 경상북도는 이를 기점으로 경주 중심의 관광 전략에 속도를 냈고, 결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경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20% 증가했고 경주는 30%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 데이터 역시 변화의 방향을 또렷하게 가리킨다.

방한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 운영사 ‘오렌지스퀘어’에 따르면 2023년 89%에 달했던 서울 결제 비중은 지난해 83%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 소비 비중은 11%에서 17%로 증가했다.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는 "상당히 많은 외국인들이 지방 방문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며 "관광 측면에서 지방의 성장 속도가 서울 보다 두 배 이상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지방 관광은 이미 충분한 자원과 수요를 가지고 있고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확실한 브랜딩과 역사, 문화적 콘텐츠가 가미된 일등스팟을 개발하면 된다"고 밝혔다.

방한 외국인들의 늘어난 지방 관광 결제 비중을 설명하는 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 허수빈PD


■ 시설이 답하지 못한 질문, '왜 이곳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흔들다리와 케이블카, 벽화마을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정작 '왜 이곳이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철골 구조물이 아니라 그곳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곳곳의 소도시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서사를 쓰기 시작할 때 비로소 K-관광은 서울과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장될 수 있다.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허수빈 PD soopin2@kyeonggi.com
김나영 인턴PD rlask191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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