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사절’을 사절합니다…공간도 전략도 바꾼 카페들

“개인용 데스크톱 PC,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사용 금지.” 지난해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 붙은 안내문이다. 콘센트를 여러 개 연결하거나 좌석을 사실상 ‘개인 사무실’처럼 점유하는 이른바 ‘민폐 카공족’ 논란이 커지면서 나온 조치였다.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이용자에 대한 불만이 쌓이며 카페와 이용객 사이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을 중심으로 ‘카공족 모시기’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때 제한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다시 공간 설계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배척에서 환대로…카페 전략 급선회
카공족은 새로 등장한 소비자가 아니다. 다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한때는 좌석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부담 요인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할 고객층으로 재해석되는 분위기다. 카페 운영의 초점도 자연스럽게 이에 맞춰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스타벅스 코리아다. 스타벅스는 대학가 매장을 중심으로 1~2인 고객 전용 공간인 ‘포커스 존’을 확대하고 있다. 신림녹두거리점, 송파방이점, 일산후곡점, 광교상현역점, 세종대점, 한양대에리카점 등 6개 매장에 이미 도입됐다. 1인 좌석, 칸막이, 스탠드 조명, 개별 콘센트 등 카공족 맞춤 공간이 마련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카공족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라며 “최근 노트북을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이에 맞는 좌석 구성과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매장이 동일한 형태를 갖추기보다는 상권 특성에 맞춰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며 “세종 예술의전당점처럼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패밀리 프렌들리 매장’ 등 다양한 이용 목적을 포용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변화는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투썸플레이스는 홍대서교점, 신논현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1인 좌석을 늘리고 있다. 파티션형, 벽면형, 바형 좌석 등 다양한 형태를 도입하고, 자리마다 콘센트를 설치했다. 신촌의 한 매장은 한 개 층 전체를 ‘스터디존’처럼 운영하며, 장시간 체류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개점을 확대 중인 팀홀튼도 흐름에 합류했다. 삼성역점에는 칸막이가 설치된 부스형 좌석과 1인용 좌석이 도입됐고, 전체 좌석의 약 17%를 독립형 공간으로 구성했다. 외부 시선을 차단해 개인 업무나 조용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한 설계다.
‘혼자’가 자연스러운 시대…사회적 변화 반영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카공족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넘어, 전반적인 소비문화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혼자 카페를 찾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어색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혼밥’ ‘혼카페’가 일상적인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김학균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카페 이용 목적이 친구를 만나기 위한 것에서 벗어나 혼자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등으로 다양해졌다”며 “이러한 변화가 좌석 구성과 공간 전략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혼자 밥을 먹는 것도 부자연스럽게 인식된 것과 달리, 지금은 식당에서도 1인 고객을 위한 메뉴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대학가 등 대형 카페들
1~2인 전용 공간 확대 움직임
혼밥·혼카페 문화와 치열한 경쟁 영향
카페들의 전략 변화 배경에는 치열해진 카페 경쟁도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4년 기준 10만개를 넘어 포화 상태다. 여기에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브랜드가 빠르게 확장하면서 가격 경쟁은 한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브랜드들이 선택한 해법은 ‘체류 경험’이다. 카페는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주거 환경의 한계를 보완하는 ‘제3의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사람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혼자 일하고 공부하는 다양한 수요를 흡수해온 구조다. 고객이 오래 머무를수록 추가 주문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복 방문으로 고정 수요가 형성될 수 있다. 평소 신촌의 24시간 카페를 자주 찾는 프리랜서 오미영씨(35)는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는 너무 조용해 부담스럽고 작은 카페는 눈치가 보였는데, 신촌 카페들은 1~2인 좌석 위주인 데다 24시간 운영해서 편하게 오래 머물 수 있다”며 “일하다가 배고프면 음식을 시켜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샌드위치, 베이글 등 식사류 판매가 늘어나는 등 장기 체류 고객이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딥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주요 카페 프랜차이즈 전체 구매액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반면, 사이드 메뉴(식품류) 구매액은 20.7% 늘며 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조리빵 등 식사 대용 메뉴는 141% 확대돼 두드러진 증가폭을 기록했다. 혼밥 트렌드가 카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외식문화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카페들이 카공족을 배제한다고 해서 그 자리를 다른 고객으로 채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1인 장기 체류 고객이 단순히 비용만 발생시키는 존재라기보다, 오히려 매출에 기여하는 고객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혼자 머무는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 카페의 공간 전략도 그 흐름에 맞춰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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