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상장폐지 시대, 주식병합은 한 번의 기회가 된다 [최승환 변호사의 경영권 분쟁 해결사]

상장회사 경영자에게 1000원은 이제 단순한 주가가 아니다. 종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되면 회사는 동전주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고, 그 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험이 현실화된다. 동전주는 이름만 가벼울 뿐, 제도상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장은 곧바로 주식병합이라는 카드를 떠올렸다. 주가가 100원인 주식 10주가 병합 후 1주가 되면, 병합 후 기준가격은 산술상 1000원이 된다. 회사의 사업 내용은 그대로인데 표시가격은 10배로 바뀐다. 매출도, 영업현금흐름도, 보유자산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거래단말기 속 주가는 달라진다. 상장폐지 요건을 가격 면에서만 본다면, 주식병합은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처방처럼 보인다.
거래소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초에는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에 미달하는 경우를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검토되었다. 액면병합으로 표시가격만 끌어올려 동전주 요건을 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무액면주식에는 액면가라는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액면가를 변경하지 않는 감자 방식으로 우회할 여지도 남는다. 그래서 재예고안의 방향은 달라졌다. 핵심은 반복적이거나 과도한 주식병합·감자를 통해 동전주 요건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기준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일”이다. 이 기준이 되는 날은 다른 사유의 관리종목 지정일이 아니라, 주가 1000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되어 동전주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날이다.
재예고안에 따르면,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일을 기준으로 직전 1년 이내에 주식병합 또는 감자를 완료한 상장법인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일 이후 90거래일 이내에 다시 주식병합 또는 감자를 할 수 없게 된다. 또 직전 1년 이내에 병합·감자 이력이 없더라도,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일 이후 90거래일 이내에 주식병합 또는 감자를 하는 경우에는 병합 또는 감자의 총비율이 10대 1을 초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반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주식병합을 검토하는 회사는 “몇 대 몇으로 병합할 것인가”에 앞서 “우리 회사에 적용되는 규정이 무엇인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우선 액면금액의 규칙이 다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주의 금액이 5000원 이하인 경우 100원, 200원, 500원, 1000원, 2500원, 5000원 중 하나여야 하고, 5000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만 원의 배수로 정할 수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액면주식의 1주당 액면가액을 100원, 200원, 500원, 1000원, 2500원, 5000원으로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차이는 실무에서 작지 않다. 예컨대 액면가 1000원인 주식을 10대 1로 액면병합하면 병합 후 1주의 액면가액은 1만 원이 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가능한 액면가액이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액면가액 요건과 충돌한다.
그리고 주식분산 요건도 다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업보고서상 일반주주 수가 200명 미만이거나 일반주주 소유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5% 미만인 경우가 문제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소액주주 수가 200명 미만이거나 소액주주 소유 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20% 미만인 경우가 문제된다. 병합비율이 높아질수록 단주가 늘고, 단주 현금 정산을 거쳐 일반주주 또는 소액주주 수와 그 보유 주식 수가 줄어들 수 있다.
주식병합이라는 표현은 하나지만, 실무상 의미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자본금감소를 수반하는 주식병합이다. 액면가 500원 주식 10주를 액면가 500원 주식 1주로 병합하면 발행주식 수가 10분의 1로 줄고, 자본금도 10분의 1로 줄어든다. 이는 감자다. 결손보전을 위한 감자인지, 통상의 감자인지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요건과 채권자보호절차가 달라진다. 회사가 결손을 정리하고 자본구조를 다시 세우려는 목적이라면 이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상장유지 목적의 동전주 대응에서 자본금감소는 다른 상장요건과 회계·공시 문제를 동시에 건드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자본금 자체가 감소하지 않는 이른바 액면병합이다. 액면가 500원 주식 10주를 액면가 5000원 주식 1주로 병합하면 발행주식 수는 줄지만 1주의 액면가액이 올라가므로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론상 논점이 없지는 않지만, 상장회사 실무에서는 오래전부터 널리 이루어져 온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정관상 1주의 금액 변경이 필요하므로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변경상장 절차가 핵심이 된다. 액면병합은 회사의 순자산을 늘리지 않는다. 다만 표시가격, 유통주식 수, 단주 처리에 따른 주주 구성은 달라진다.
셋째는 무액면주식 전환 또는 무액면주식 상태에서의 병합이다. 무액면주식에는 1주의 액면가액이 없으므로 액면가 기준의 계산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액면주식 제도는 자본금과 발행주식 수의 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고, 액면금액의 선택지에 묶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병합비율을 정할 때 가장 위험한 접근은 현재 주가에 단순히 배수를 곱하는 것이다. 주가가 300원이므로 5대 1 병합을 하면 1500원이 되고, 그러면 1000원 기준을 넘는다는 식의 계산은 충분하지 않다. 병합 후 기준가격은 산술적으로 올라가지만, 병합 후 주가가 그 가격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병합 직후 유통주식 수 감소, 기존 주주의 매도 심리, 재무구조에 대한 불신,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잠재주식 부담이 한꺼번에 드러나면 주가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이후의 회복 요건은 어느 하루 1000원을 넘는 것이 아니다.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병합비율에는 완충폭이 필요하다. 1020원이나 1050원에 간신히 맞춘 병합은 실무상 불안하다. 하루의 매도 압력만으로 다시 10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리상 병합비율을 반드시 5대 1, 10대 1처럼 보기 좋은 정수비율로만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장회사 실무에서 비정형 비율은 단주, 전자등록, 공시, 투자자 설명, 변경상장 처리의 부담을 크게 키운다. 병합비율은 “주가를 몇 배로 올릴 것인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병합 후 주가, 액면금액, 주식분산, 단주, 유동성, 잠재주식, 변경상장 일정이 동시에 상장규정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주식병합을 하면 거의 언제나 단주가 생긴다. 10주를 1주로 병합할 때 9주를 가진 주주는 병합 후 1주를 받지 못하고 현금 정산 대상이 된다. 상법은 병합에 적당하지 않은 수의 주식이 있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하여 발행한 신주를 매각하여 대금을 종전 주주에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거래소 시세를 전제로 한 매각과 현금 정산 실무가 뒤따른다.
단주는 주주의 지위라는 관점에서는 결코 작지 않다. 병합 결과 단주만 보유하게 된 주주는 주주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같은 비율의 주식병합이 모든 주주에게 적용되고 상법상 단주 처리 절차를 거친 경우, 일부 주주가 주주의 지위를 상실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주주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병합 전에는 병합 후 주주 수와 병합 후 일반주주 또는 소액주주 보유비율을 반드시 시뮬레이션하여야 한다. 발행주식총수가 몇 주에서 몇 주로 줄어드는지만 보아서는 부족하다. 기준일 현재 주주명부, 실질주주명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분, 자기주식, 의무보유 주식, 유동주식 수 산정방식, 단주 예상 규모, 단주 현금 정산 재원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주식병합은 주가를 올리는 장치이지만, 동시에 주주 수와 유통물량을 줄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주식병합의 성패는 법률검토의 결론보다 일정표의 정확성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소집결의, 기준일 설정, 주주총회 소집통지, 정관변경 또는 자본금감소 결의, 필요한 경우 채권자보호절차, 전자등록 변경, 매매거래정지, 변경상장 신청, 단주 정산, 등기와 공시가 하나의 흐름으로 움직인다.
상장회사의 주식은 전자등록되어 있으므로 종래의 구주권 제출 절차를 그대로 떠올려서는 안 된다. 전자등록주식을 병합하는 경우에는 병합기준일을 정하고, 그 날 주식이 병합된다는 뜻을 병합기준일 2주 전까지 공고하며 주주와 질권자에게 통지하는 절차가 중심이 된다. 병합의 효력은 병합기준일에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감자를 수반하여 채권자보호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가 끝나야 효력이 발생한다. 여기에 매매거래정지와 변경상장 일정을 추가로 검토하여야 한다.
상장유지를 위한 병합에서는 결의일보다 변경상장 완료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개정 규정이 시행일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주식병합·감자부터 적용되는 구조라면,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결의가 언제 있었는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합의 변경상장이 언제 완료되는지, 매매거래정지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전자등록 변경에 필요한 기간이 확보되는지, 단주 정산과 등기가 일정 안에 들어오는지를 끝까지 보아야 한다.
경영자는 법무팀과 외부자문단에 “병합이 가능한가”만 물어서는 안 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중 우리 회사에 적용되는 규정은 무엇인지, 병합 후 액면가액은 허용되는지, 병합 후 일반주주 또는 소액주주 기준은 유지되는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일을 기준으로 직전 1년 이내 병합·감자 이력이 문제가 되는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일 이후 90거래일 이내 병합·감자 총비율 제한에 걸리지 않는지, 변경상장 완료일이 시행일 및 경과규정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모두 점검하여야 한다. 상장유지 목적의 병합에서는 늦은 일정 하나가 법리의 착오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주식병합은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바꾸지 않는다. 주가가 100원인 주식 10주가 병합 후 기준가격 1000원의 주식 1주가 되었다고 해서 영업이익이 늘어나거나 현금흐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액면병합이라면 자본금도 그대로다. 무상감자를 하면 결손보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재무제표의 계정을 정리하는 효과이지 사업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장회사에게 주식병합은 현실적인 의미가 있다. 상장 자체가 회사의 신용, 자금조달 가능성, 주주의 유동성, 임직원 보상 설계, 인수합병의 선택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위험이 현실화된 회사의 경영자에게 “본질가치를 개선하라”는 말은 맞지만 충분하지 않다. 본질가치를 개선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먼저 상장유지의 형식 요건을 지켜야 한다. 그 점에서 주식병합은 생존을 위한 절차적 선택이다.
시장은 형식적 조치를 오래 믿지 않는다. 병합 후 주가가 다시 1000원 아래로 밀리면, 회사는 병합 이전보다 더 좁은 선택지 안에 갇힐 수 있다. 반복 병합은 규정상 제한되고, 과도한 병합은 즉시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유동성과 주식분산은 이미 훼손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병합과 함께 자본잠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잠재물량 관리, 영업구조 정비, 내부통제 개선, 공시 신뢰 회복 계획이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공시 문구도 달라져야 한다. “적정 유통주식 수 유지”나 “주가 안정”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지금 병합이 필요한지, 왜 그 비율이 적정한지, 병합 후 주식분산과 유동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단주는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 병합 이후 회사가 어떤 재무·사업 개선 조치를 병행할 것인지 설명되어야 한다. 상장유지를 위한 병합은 형식 요건의 충족이지만, 그 설명은 실질 개선의 계획과 함께 가야 한다.
동전주 상장폐지 시대에 주식병합은 간편한 구제 장치가 아니다. 주식병합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라는 서로 다른 규칙, 상법상 절차, 전자등록 실무, 주식분산 요건, 단주 처리, 주주총회 의결권, 변경상장 일정을 동시에 맞추어야 하는 복합 절차다.
상장회사의 경영자는 규정과 절차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미묘한 시장의 심리를 읽어야 한다. 동전주 상장폐지 시대의 주식병합은 숫자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규정의 문턱과 시장의 의심을 동시에 통과해야 하는 생존 절차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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