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수라카기 쪽팔린데이”…“그래도 민주당은 안됩니더”

통영·창원·진주=이건율 기자 2026. 4. 2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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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경남 민심 르포
尹계엄에 野 내홍 이어지며
콘크리트 지지층 “부끄럽다”
與 지지 아냐…‘샤이보수’ ↑
“건강한 보수 없다” 성토도
청년은 “균형 위해 野 선택”
진주시민들이 22일 진주시 중앙동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진주=이건율 기자

“이제 어데 가가꼬 보수 지지한다카면 쪽팔린데이. 지들끼리 집안싸움하고 있는 꼴 보면 고마 정이 딱 떨어지뿐다”(진주 중앙시장 상인 김덕렬 씨)

“아무리 보수가 못한다 캐도, 막상 투표장 가가 민주당 찍기는 쉽지 않다 아이가. 겉으로 보수라꼬 못하는 사람만 많아진기라”(통영 서호동 거주 박 모 씨)

이달 22일 찾은 진주시 대안동 진주중앙시장. 풋냄새 나는 과일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하던 김덕렬 씨가 갑작스런 정치 질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김 씨는 “지금 국힘(국민의힘)은 본인들 자리 챙기기만 급급해가꼬, 우찌 좋아할 수가 있겠습니꺼”라며 “아무리 당원이 있다 캐도 정치인이믄 전국민 상대로 정치해야 하는 기라”고 날을 세웠다. 중앙시장 상인은 물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이들은 “건강한 보수 정당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통영에서도 “보수 가치를 지키는 정당이 사라졌다”는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통영시 중앙동 중앙전통시장에서 참기름 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 모(54) 씨는 “지금까지 보수 정당은 국가와 시장경제를 지켜왔고, 그걸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줬다”면서 “근데 이제는 (보수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하면 창피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통영 서호동 서호시장에서 해산물을 판매하는 이순덕(73) 씨도 “평생을 보수 진영에 표를 던져왔는데, 이번 선거는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22일 통영 중앙전통시장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통영=이건율 기자

전통적인 ‘보수 텃밭’ 중 하나로 꼽혔던 경남의 현장 표심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남은 2010년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2018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단체장으로 당선된 적이 없다.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기초지자체 18곳 중 1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민주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홍이 지속적으로 붉어지면서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KBS창원방송총국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이달 14~16일 18세 이상 남녀 3888명 중 응답 완료한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남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7%,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는 27%, 전희영 진보당 후보는 1%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최대 ±3.5%p다. 다만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 없다’를 선택한 사람도 27%에 달해 접전 상황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현장 민심은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이 곧바로 민주 진영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보수 실패가 민주당 승리가 아닌 ‘샤이 보수’를 늘리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주시 평거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시열(65)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때문에 옛날처럼 대놓고 보수 진영을 지지해야 한다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면서도 “그래도 서부 경남의 특성상 투표장에 들어가서 민주당을 찍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 중앙동 카페 사장인 박 모(30) 씨도 “차라리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나타나면 그곳을 찍고 싶다”고 밝혔다.

23일 창원 상남 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창원=이건율 기자

창원시 성산구에서 만난 김 모(58) 씨도 과거 보수 진영의 당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현재는 보수 지지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김 씨는 국민의힘에서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부 교통정리도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난 게 모든 걸 대변한다”며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일반 국민도 아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그래도 돈만 펑펑 쓰는 민주당을 찍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남도지사 후보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김경수 후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의 실망감이 거론됐지만 경남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했다. 박완수 후보에는 “현직 도지사로서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그래도 복지 정책 등 좋은 사업도 많았다”는 의견이 혼재했다. 진주 중앙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서 모(45) 씨는 “인물로 봤을 땐 김 후보가 여기(진주) 출신이기도 하고, 낫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박 후보는 도지사로서 어떤 정책을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통영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서 모(53) 씨는 “그래도 박 후보가 중간에 그만둔 김 후보보다는 안정적으로 도정을 운영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창원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정문을 지나가고 있다. 창원=이건율 기자

청년 층들은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창원대학교 학생인 박 모(22) 씨는 “이번 지방선거는 일부 지역 외에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때는 좋은 흐름이 아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창원대 교직원이라고 소개한 김 모(31) 씨도 “압도적 승리는 민주당에만 좋은 것”이라며 “보수 진영이 빠르게 재정비해 균형을 맞췄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통영·창원·진주=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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