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는 시대… 무엇을 믿어야 하나
생존·번식 위한 교묘한 진화적 수법
인간도 돈·정보 편취 기만행위 난무
정직은 속임수 억제하는 안정 전략
예리한 관찰로 경계·신뢰 기준 제시
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 리싱 선/ 김아림 옮김/ 세종서적/ 2만2000원




자연에서 작동하는 이러한 원리는 인간 사회에서도 반복된다. 다만 그 대상이 먹이와 번식에서 돈과 정보로 바뀌었을 뿐이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주인공인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조종사, 의사, 변호사로 신분을 바꿔가며 거액을 편취했다. 또 가상화폐 사기로 세계를 뒤흔든 루자 이그나토바 사건 역시 화려한 언어와 권위를 앞세운 기만이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간 역시 끊임없이 속고, 동시에 속임수를 경계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모든 신호가 거짓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고도, 유혹도, 협력도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사회적 상호작용 자체가 붕괴하고 협력은 불가능해진다. 즉, 거짓이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정직한 신호’다. 쉽게 위조할 수 없거나, 거짓으로 흉내 내기에는 지나치게 비용이 큰 신호들이다. 이러한 신호는 역설적으로 정직이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낸다.
속임수가 진화하면 이를 탐지하는 능력이 진화하고, 다시 더 정교한 속임수가 등장하는 ‘군비 경쟁’ 속에서 특정 조건에서는 정직이 가장 안정적인 전략으로 선택된다.
법과 제도, 언론, 과학적 검증 시스템 역시 이러한 속임수를 억제하고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우리가 정직을 미덕으로 강조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정직이 없으면 사회 자체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와 피싱, 정보 조작이 일상화된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는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속임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반복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작동 원리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풀어낸다.
자연에서 시작된 기만이 인간 사회로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한층 분명해진다. 저자는 ‘왜 우리는 속는가’라는 질문을 자연 전체의 역사로 확장하며, 동시에 왜 정직과 신뢰가 여전히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기적 유전자’ 이후 진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안하는 지적 탐험서라 할 만하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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