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작전인 줄 알았다”…시민과 대치한 계엄군, 처벌은 어디까지? [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

최혜린 기자 2026.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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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12·3 내란’ 판단… 윤석열 1심 무기형
군 사령관·계엄군 지휘한 장교급 재판도 본격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선포하고 자정을 넘긴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회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 수행한 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됐습니다. 상관 지시의 적법성,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됐습니다.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형법상 죄를 물을 수는 있겠지만, 피고인들이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해 무난하게 군 생활 등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 공직자들이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이 될 것입니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월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양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폭력적 수단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며 “이런 일반적인 사정 외에도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군과 경찰의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고, 우리 사회가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겐 무기징역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실행을 가장 가까이에서 논의한 ‘내란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최근에는 이들의 지시에 따라 국회 정문을 막고,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가 출동하는 데 직접 관여한 군 간부들이 매주 법정에 서고 있다.

“정상 작전이라고 생각했다”…‘윤석열과 공모 없음’ 주장 집중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계엄군 지휘부에 대한 재판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직접 소통했던 군사령관 5명이 지난달부터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다.

이들 사령관으로부터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에 진입하라’ ‘이재명·한동훈·우원식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행에 옮겼던 이들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현태 전 특전사 707특임단장(대령),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준장),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준장),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대령), 김봉규 전 중앙신문단장(대령), 정성욱 전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 등 6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 14일 시작됐다.

이들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다가 현직에서 파면돼 민간인 신분이 된 이후로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왔다.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이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물을 닦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곽 전 사령관을 제외한 모든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전달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거나 “일단 계엄이 선포된 이상 군인이 상관 명령에 따르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장 군인들로서는 윤 전 대통령의 계획이나 목적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집단과 ‘국헌문란 목적’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란죄는 여러 사람이 동일한 목적을 갖고 행위했을 때 성립하는 ‘집합범’으로, 수행한 역할에 따라서 우두머리·중요임무종사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집단과 공모가 없었다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이유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던 김용군 예비역 대령,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계엄 당일 자정쯤 병력 269명과 함께 국회에 갔던 이상현 전 단장 측은 “직속 상관인 곽종근 전 사령관의 명령을 받았을 당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것 외에 주어진 정보는 없었고, 대태러 상황에 대한 정상적 군사작전으로 생각했다”며 “당시 제한된 정보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한 군인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태 전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이 2024년 12월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 투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계엄 당일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했던 김현태 전 단장 측도 “당시 포고령의 존재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헌문란 목적과 관련한 정보는 일절 제공받지 못한 채 ‘건물 봉쇄’ 지시만 받았다”며 “국회 출동의 목적, 배경, 그 어떤 것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관의 지시를 단편적으로 수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군인들에게는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계획이 공유되지 않았다’고 본 점도 무죄의 근거로 들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과 김용현은 보안 유지 또는 반발 가능성을 고려해 있는 그대로 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 때문에 사령관들 입장에서는 군인으로서 명령이 떨어지면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김용현이 말한 그런 상황은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우려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계엄 직후 수사를 시작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계엄에 가담한 핵심 부대의 ‘사령관급’ 인사들과, 실제 계엄 관련 조치를 실행한 장교들까지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내란 사태와 관련한 처벌 기준을 어떻게 세워나갈지 주목된다.

한덕수·이상민, ‘내란 유죄’ 후 태도 변화…‘윤석열 내란 2심’은 다음 주 시작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다음 달 12일, 한 전 총리의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7일에 나온다.

이들은 마지막 최후진술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온몸을 바쳐서 막아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무차별 탄핵을 남발하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의 탄핵소추가 문제였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고 당황스러웠던 계엄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일이 지나간 지금 시점에야 모든 것이 명료해보일지 몰라도, 어느 누구라도 그 자리에선 저와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한 전 총리도 지난 7일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더 많은 국무위원을 불러 비상계엄 선포 시간을 미루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계엄을 막지 못했다. 국민과 역사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눈물을 보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계엄 당시 원내대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심 재판은 오는 27일부터 열린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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