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안 봐도 괜찮아” 게임 속에서 함께 유튜브 보고 또 다른 게임한다

“이거 재밌는 유튜브 영상인데 같이 봐요.”
한 게임 이용자가 유튜브 링크를 보내자 게임 속 영화관 화면에 유튜브 영상이 재생된다. 다른 이용자들이 게임 캐릭터를 움직여 영화관에 앉아 함께 영상을 시청한다.
과거 이용자들이 메인 스토리를 따라 선형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엔딩을 보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메인 스토리를 제쳐두고 게임 속에 구현된 ‘서브 콘텐츠’를 즐기는 게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숏폼 콘텐츠 등으로 인해 서사가 긴 스토리를 따라가는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 역시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게임 속에 또 다른 게임을 집어넣는 서브 콘텐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게임 속에서 함께 영상 본다
2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은 최근 ‘프라이빗 시어터’ 베타 서비스를 업데이트했다. 게임 내에 구현된 디지털 극장에서 유튜브 영상 링크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단순한 시청을 넘어, 게임 속 최대 8명의 다른 이용자가 함께 모여 앉아 함께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이다. 전체 이용자의 20%가 이 기능을 사용했고, 평균 시청 시간은 12분 이상을 기록하는 등 메인 콘텐츠 못지않은 호응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26일 만에 500만장을 팔아치운 펄어비스 ‘붉은사막’ 역시 방대한 서브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 평점인 메타크리틱 점수는 77점으로 평작 수준이었으나, 실제 이용자들의 평가는 10점 만점에 8.8점으로 수작 평가를 받고 있다. 중세 시대 배경인 액션 게임임에도 게임 내에서 로봇을 만들 수 있고, 우주 공간까지 구현해 “게임 안에 게임이 도대체 몇 개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메인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도가 흥행의 핵심 동력이 된 것이다.
◇본편만큼 유명해진 미니게임들
이런 경향은 해외 인기 IP(지식재산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D프로젝트레드 ‘더 위쳐3: 와일드 헌트’에 포함된 카드 게임 ‘궨트’는 본편만큼 큰 인기를 끈 덕분에 별도 모바일 게임으로 독립 출시됐다.
세가 ‘용과 같이’ 시리즈 역시 메인 스토리는 무거운 복수극이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노래방과 마작, 부동산 경영, 미니카 레이싱 등 방대한 미니게임에 열광한다. 게임 속 캐릭터는 마치 리듬 게임처럼 노래 리듬에 맞춰 버튼을 누르거나, 레이싱 게임처럼 레이싱카를 타고 경주를 하기도 한다. 미니게임의 품질도 나쁘지 않아 ‘미니게임 종합 세트’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숏폼 시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게임 업계가 이처럼 부가 콘텐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용자들의 미디어 소비 습관 변화에 있다. 숏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호흡이 길고 지루한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메인 스토리라는 외길만 강요하면 금세 피로감을 느끼고 이탈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엔딩을 보지 않더라도 게임 안에서 먹고 놀면서 ‘놀이동산’처럼 최대한 오래 머물게 만드는 게 현재 모든 게임사의 공통된 과제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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