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조세조약과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단

허승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 2026. 4. 25.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던 영수는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고액 연봉을 제시받은 영수는 2023년 1월경 가족을 한국에 두고 홀로 중국 기업으로 이직했다. 영수는 1년 중 330일 이상을 중국 기업이 제공한 중국 사택에서 생활하였다. 

다만 중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급여 약 10억 원은 모두 한국으로 송금해 상가를 매수했다. 2년 뒤 영수는 미국 반도체 기업에 영입되었고 2025년 3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한편 영수는 대한민국에 2023년분 소득세를 신고할 때 중국에서 받은 10억 원의 급여를 제외하고 상가의 임대소득만 신고했다. 그러자 과세당국은 영수가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며 중국 연봉 10억 원을 총 수입금액에 합산해야 한다며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영수는 전심절차를 거쳐 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판사    원고(영수)는 중국에서 183일 이상 거주했기 때문인지, 중국 세법상 중국 거주자임은 다툼이 없군요.원고(영수)가 국내 거주자라는 사실도 다툼이 없나요?
영수    아닙니다. 저는 1년 중 대부분을 중국에서 거주했고, 국내에 입국한 기간은 30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중국 거주자이지 국내 거주자가 아닙니다.
세무서장    중국에서는 사택에 거주하지 않으셨나요? 국내에 가족이 있고, 집도 있으시잖아요. 중국에서 번 돈으로 국내에 상가도 매수했잖아요. 무엇보다 아내와 딸이 있는 따뜻한 집이 바로 원고의 주소입니다.
판사    중국 거주자이자 국내 거주자로 인정된다면, 이중거주자로서 한·중 조세조약에 따라 거주지국을 판단해야겠네요. 한·중 조세조약은 ① 항구적 주거가 있는 국가, ②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 ③일상적 거소가 있는 국가 순서로 거주지국을 판단하는 것이지요?.
세무서장    맞습니다. 원고는 한국에 가족이 있고, 집과 상가도 있으므로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②)로서 한국이 거주지국입니다.
영수    아닙니다. 한국은 인적 이해관계가, 중국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로 서로 대등하므로, 일상적 거소가 있는 국가(③)인 중국이 거주지국입니다.    

이중거주자와 이중과세 문제
세금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개인 사이의 문제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국제화로 인해 여러 나라가 특정 개인의 소득에 대해 동시에 과세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 거주자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소득에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외국 거주자라도 자국에서 발생한 일정한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는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역시 이 원칙을 따른다(소득세법 제2조 제1항). 문제는 개인이 두 나라에서 동시에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수는 2023년에 중국에서 근로소득을, 우리나라에서 임대소득을 얻었다.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거주자로 인정되면, 영수는 11억 원 전체에 대한 세금을 한국과 중국에 각각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국가 사이에 정상적인 인적·물적 교류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교역·투자 파트너 국가와 조세조약 체결해 이중거주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90여 개국과 조세조약을 맺었고, 중국과도 1994년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정」(이하 '한·중 조세조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다수의 국가는 거주지국 국가에서 전 세계 소득을 합산하여 과세할 때 원천지국에 납부한 세금을 거주지국에서 빼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도 운영하고 있다(소득세법 제57조).

한·중 조세조약과 거주자 판정
한·중 조세조약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각 내국법에 따라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우리나라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두면 거주자로 본다. 중국 개인소득세법은 중국에 '주소'가 있거나 중국 거주기간이 한 납세연도 동안 누적 183일 이상이면 거주자로 본다. 주소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단한다. 

영수는 어느 나라 거주자일까? 우리나라에는 영수의 가족인 아내와 아들이 있고, 그들은 영수의 번 돈으로 생활했다. 그리고 영수가 중국에서 얻은 소득은 우리나라에 투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영수는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생활을 보면, 판단이 어렵다. 영수는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에서 보냈고, 소득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얻었다. 그렇다면 중국 거주자이고, 중국 거주자인 이상 국내 거주자가 아니지 않을까? 

여기서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거주자인지는 외국에서의 생활관계가 아닌 국내에서의 가족관계나 자산 등 생활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누11695 판결). 

외국에서의 생활관계는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정에서 고려할 대상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거주자로 인정된다고, 우리나라의 거주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에서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기에 조세조약을 통해 이중과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정
한·중 조세조약을 비롯한 우리나라가 체결한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① 항구적 주거가 있는 국가, ②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 ③ 일상적 거소가 있는 국가 등의 순서로 거주지국을 정한다.

실무에서는 주로 ②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 즉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어디인지가 쟁점이 된다. 이중거주자로 인정되는 개인은 두 나라에 모두에 항구적 주거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은 가족관계, 사회관계, 직업, 정치·문화 활동, 사업장소, 재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두60847 판결). 결국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쉽지 않다.

일부 견해는 해외 리그에서 활동한 프로축구 선수의 거주지국이 쟁점이었던 두 사건을 비교하며, 법원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소재지를 중시한다고 보기도 한다. 두 사건 모두 해외 구단이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했고, 해외에서 자산을 취득하지 않았으며, 해외에서 번 급여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해 부동산 등을 구입하거나 국내에 남이 있는 가족의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점 등의 사실관계가 유사했다. 

그런데 일본 리그 선수 사건(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두60847 판결)에서는 일본이, 중국 리그 선수 사건(서울고등법원 2020. 8. 21. 선고 2019누64664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에서는 우리나라가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로 인정되었는데, 일본 사건에서는 선수로부터 생활비를 받은 국내 가족이 부모였던 반면, 중국 사건에서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였다는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건은 해외 체류기간이나 해외 리그로 가기 전의 활동 구체적 사실관계가 달랐기 때문에, 배우자와 미성년자 소재지가  법원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영수에 대한 과세처분은 적법할까?
영수는 우리나라 세법상 국내 거주자이면서 중국 세법상 중국 거주자이다. 

이 경우 거주지국은 한·중 조세조약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영수가 해외에서 얻은 소득이 그대로 국내로 송금된 점, 우리나라에서는 자산을 취득한 반면 중국에서는 중국 기업에 근무한 것 외에 별다른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없었던 점, 아내와 미성년 딸이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면서 영수가 송금한 돈으로 생활한 점 등을 종합하면, 영수의 조세조약상 거주지국은 우리나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입장에 따르면 영수에 대한 과세처분은 적법하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거주지국 판단은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하기에 구체적 사실관계나 재판부에 따라 결론이 다를 수 있다.

허승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
※ 본 칼럼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저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