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도시’ 10곳 뽑아 5년간 2조 지원
대전·대구·광주·울산 우선 지정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에 ‘창업 도시’ 10곳을 선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서울에 쏠린 창업 생태계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정부는 24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국가창업시대 스타트업 열풍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4대 과학기술원 소재지인 대전·대구·광주·울산 등 4곳을 연내에 창업 도시로 지정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원이라는 인재 양성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벤처 금융과 에너지·로컬 등 지역 주력 산업과 균형 발전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중 비광역권을 중심으로 6곳을 추가 선정하기로 했다. 창업 도시에는 인재·R&D(연구개발)·투자·창업 공간 등을 패키지로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서울을 제외하면 세계 100위권에 속하는 국내 창업 도시가 한 곳도 없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 기관인 스타트업 블링크가 선정한 세계 창업 생태계 500위권 중 국내 도시는 2025년 기준 서울(20위)과 대전(366위)·부산(393위) 단 세 곳뿐이었다. 미국 137곳, 영국 34곳, 중국 26곳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국내 벤처캐피털(VC) 10곳 중 9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대 졸업생이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35.7%)도 수도권(87.5%)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가 단위 스타트업 생태계는 세계 20위로 우수하지만, 지역 창업 생태계는 열악한 실정이다.
◇‘창업 도시’서 딥테크 인재 발굴… 펀드 만들어 스타트업 금융 지원
정부는 창업 도시 10곳을 육성해 서울이 아니더라도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창업 도시 내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4대 과학기술원 창업원을 신설해 딥테크(기초 과학 기술) 창업자를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2014년 설립된 KAIST 창업원은 각종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자 발굴, 멘토링, 사업 투자 유치 등을 통해 1914개 회사의 기술 창업을 지원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3년인 창업 휴직 제한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연장하고, 창업 휴학 제한 기간(4년)도 폐지하는 등 교수나 학생의 창업을 막는 규정 등도 손질하기로 했다.
창업 기업 전용 연구·개발(R&D)과 제품 고도화를 위한 팁스(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지원은 지역에 50%를 우선 할당한다. 창업 도시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되 지역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게 규제 특례 권한을 지방 정부에 위임할 방침이다.
자금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4대 창업 도시를 포함한 지역에 투자하는 지역성장펀드(모펀드)를 올해 4500억원 이상, 2030년까지 2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이 지역성장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지역 주력 산업, 과학기술원 특화 연구 분야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4대 창업 도시 특화 펀드를 조성한다. 지역의 유망한 초기 기업과 민간 투자자(엔젤)를 이어주는 창구인 엔젤투자허브도 4곳에서 14곳으로 늘려 지방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로컬 창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강릉 커피거리나 경주 황리단길처럼 지역 미식·문화유산·체험 활동 등을 즐길 수 있는 로컬 테마 상권 50곳에 2030년까지 상권당 40억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마련된 400억원을 활용해 소상공인과 지역 창업가의 제품·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생활형 혁신 기술 개발’ 지원도 새롭게 추진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창업 붐을 확장시키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전 국민 대상 창업 오디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연내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추경 재원 2000억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 발표될 1차 오디션 최종 우승자 100팀에는 총 10억원 상당의 상금 및 투자금, 선배 창업가의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데 2차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차별화된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방향 자체는 적절해 보이지만 간판만 ‘창업 도시’를 내건다고 창업 생태계가 보장되진 않는 만큼 민간 투자자와 인재, 대학, 대기업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이 10개 도시로 분산되면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창업에는 기술자뿐 아니라 금융, 마케팅 분야 등이 함께 집적돼야 한다”며 “지역에 창업 특화 도시를 만들더라도 소수 지역에 집중해 실제 효과를 확인한 뒤 확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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