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 특수부대원, 작전 직전 ‘미군 투입’ 베팅해 6억 잭팟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4. 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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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로 횡재, 사실이었다

지난 1월 3일 미군이 베네수엘라에서 벌인 ‘확고한 결의’ 작전에 참가했던 현역 군인이 핵심 기밀을 활용해 베팅 사이트에서 6억원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부대 병력이 직접 베네수엘라에 진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압송한다는 핵심 정보가 돈을 쓸어 담는 데 활용된 것이다. 이 군인은 젊은 병사도 아니고 서른여덟 살의 베테랑 육군 상사였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에서 발생한 전례가 없는 군기 문란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작전을 두고 벌어진 수상한 거래에 대한 수사 요구 여론도 커지고 있다.

미 연방 검찰은 24일 군사 기밀로 미래 예측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에 돈을 걸어 41만달러(약 6억772만원)를 부당하게 벌어들인 혐의로 개넌 켄 반 다이크를 기소했다. 군인과 민간인을 통틀어 예측 시장 플랫폼을 무대로 한 내부자 거래를 범죄로 간주해 재판에 넘긴 것은 처음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복무해온 반 다이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극비리에 준비해온 마두로 축출 작전 참가 병력의 일원으로 소집됐다. 그는 지난 12월 참여 병력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 참가한 뒤 비밀 유지 서약에 서명했다. 이를 계기로 작전의 세부 계획과 기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8월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카리브해 해역으로 남부사령부 소속 군함과 해군·해병대 병력을 대거 파견했고, 베네수엘라 마약 거래 의심 선박을 잇따라 격침시켜 전운이 고조되고 있었다. 폴리마켓에서는 관련 베팅 코너가 개설됐다. 2026년 1월 말 등 특정 시한을 언급하고 ‘미군 베네수엘라 투입 가능성’, ‘마두로 축출 가능성’ 등을 주제로 베팅이 진행됐다.

반 다이크는 기밀 준수 대신 ‘베팅’을 택했다. 지난해 12월 26일 폴리마켓 계정을 만들어 돈을 풀고 베팅에 나섰다. 작전 개시 일주일 전이었던 12월 27일부터 마두로가 뉴욕으로 압송되고 3주가 지난 이듬해 1월 26일 저녁까지 최소 13차례 베팅했다. 자신 있게 ‘1월 말까지 미군이 투입된다’ ‘1월 말까지 마두로가 물러난다’ 등에 돈을 걸었다.

작전 개시 직전까지 특수부대 병력이 베네수엘라로 들어가 마두로 부부를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나 관측은 거의 없었다. 총 3만3034달러를 베팅한 반 다이크는 결국 판돈의 열두 배가 넘는 ‘횡재’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명 피해 없이 마두로를 제거하고 작전 성공을 자축했을 때 반 다이크는 벌어들인 돈을 인출한 뒤 해외 암호화폐 보관소를 거쳐 온라인 중개 계좌로 보냈다. 미군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전후 폴리마켓에서 비정상 거래로 부당 수익을 올린 징후가 있다는 뉴스가 쏟아졌지만,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자금 세탁’이 끝난 뒤였다.

반 다이크는 1월 6일 폴리마켓에 “이메일 접근 권한을 잃었다”고 거짓말하며 계정 삭제를 요구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이메일을 자신의 명의가 아닌, 2025년 12월 14일경 생성한 다른 이메일로 변경했다.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한 증거 인멸이었다. 반 다이크가 적용받은 각각의 혐의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을 경우 그에게는 최장 징역 60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토드 블랑시 미 법무장관 대행은 “안전한 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제공받은 기밀을 개인적 금전 이익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며 “예측 시장에 대한 접근은 새로운 현상이지만, 연방법은 완전히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유사 사례가 나오더라도 중대 사건으로 엄벌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반 다이크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민사 소송에도 직면해 형사 처벌 외에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불거진 내부자 부당 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전후로 트럼프의 중대 발표나 전황의 결정적 고비마다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동향이 반복적으로 포착돼 왔기 때문이다. 이란 첫 공습 직전 폴리마켓에 생성된 6개 계정은 공격 시점을 정확히 맞혀 120만달러(약 17억7600만원)를 챙겼고,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제거 시점 직전에도 특정 사용자가 약 55만3000달러(약 8억1844만원)를 벌어들였다.

거액이 오가는 선물 시장에서도 발표 몇 분 전 내부 정보 유출을 의심케 하는 대규모 베팅이 잇따랐다. 3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사 공격 연기 및 협상을 발표하기 직전, 수억 달러대의 원유 선물 매도와 S&P 선물 매수가 이뤄졌다. 실제로 트럼프의 입장 표명이 나오면서 유가는 급락하고 주가는 치솟아 이 거래 주도 세력은 거액을 챙겼다. 이런 패턴의 거래가 전쟁 발발 이후 네 차례나 반복됐다.

진상규명 여론이 힘을 얻자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일련의 석유 선물 이상 거래와 예측 시장 내 위법 행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일각에선 정권 내부 연루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스티븐 호스포드 하원의원은 일련의 거래들에 대해 “우연이 아닌 트럼프 행정부 내부 정보 접근자들의 조작 패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진영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직원들에게 정부 자산이나 공무 중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베팅 금지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밴 다이크가) 자기가 속한 팀이 지는 쪽에 걸었다면 나빴겠지만, 이기는 쪽에 걸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범행을 두둔하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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