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에 유산 1억 기부… “언젠가 맞닥뜨릴 죽음 의미 있게”
최근 아프리카 잠비아서 봉사도
“어려운 이들에 생명보험금 쓰고파"

6년 전 대학 새내기였던 차은혜(25)씨는 자신의 유산(遺産) 1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당시 몸이 아팠거나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차씨가 세상을 떠나게 될 때 누군가 받게 될 자신의 생명보험금 1억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국제 구호 단체 기아대책에 찾아간 것.
최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본사에서 만난 차씨는 “유산 기부를 통해 언젠가 맞닥뜨릴 죽음을 더 의미 있게 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산 기부는 사후에 남겨질 재산 전부 혹은 일부를 공익 단체 등에 기부하겠다고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금, 부동산, 주식뿐 아니라 차씨처럼 사후 받게 될 생명보험금이나 조의금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
차씨는 “유산 기부를 결정한 건 어머니 영향이 컸다”고 했다. 차씨의 어머니 이경애(79)씨 역시 2019년 1월 유산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약정을 하려면 ‘자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차씨도 유산 기부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차씨는 “어머니는 항상 ‘재산을 모두 사회에 나누고 갈 것’이라고 하셨다”며 “늘 부모님께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동의했고, 1년 6개월 뒤 나 역시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최근까지 차씨는 잠비아에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차씨는 “내가 남길 유산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깨끗한 우물을 만드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물을 잘못 마셔 아파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고 건강하게 자라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유산 기부는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부 형태다. 차씨가 찾아간 기아대책의 경우 24일까지 총 79명이 유산 기부를 약정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유산 기부가 매년 전체 기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 수준이다. 전체 기부금 중 약 30%가 유산 기부인 영국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야 의원들은 유산 기부 확산을 위해 지난달 ‘유산기부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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