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따분하고 무료할 틈 없는 요즘… 휴대폰 끄고 ‘심심섬’으로 떠날 시간!

이태훈 기자 2026. 4. 2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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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RHK

심심해

펠리치타 살라 글·그림 | 김세실 옮김 | 주니어RHK | 56쪽 | 1만7000원

따분하다. 책도 지겹다. 어린 리타는 장난감도 그림 그리기도 싫증이 난다. 너무 심심해서 배도 안 고프다. “방 안도, 창밖 풍경도, 다 너무 심심해….”

하품을 일곱 번이나 한다. 마지막 하품은 가족에게 다 들리라고 ‘하아~암’ 큰 소리를 냈다. 선풍기 날개처럼 빙글빙글 두 팔을 돌리며 쿵쿵쿵 발을 구를 때, 방 앞을 지나던 오빠가 말한다. “어휴, 너 진짜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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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란 말인가, 심심한 걸. 가장 낮은 소리로 가장 길게 말해 본다. “시임시이이이임해애애애애~!” 숨이 차서 꼼짝도 못 하겠다. ‘근데 혹시 말야. 세상 모든 심심한 사람들을 초대해 심심할 새 없는 특별한 곳에 데려가는 버스가 있다면 어떨까?’

요즘은 어른이든 아이든 심심할 틈이 없다. 종일 무언가로 바쁘다. 게다가 손에 휴대폰이라는 요물을 종일 쥐고 놓지 않는다. 따분하고 무료해야 딴생각이 난다. 새로운 무언가가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도 심심함이다. 휴대폰에서, 학원 ‘뺑뺑이’에서, 공부하라는 잔소리에서 벗어나 심심한 자신을 마주할 시간이다.

리타와 심심한 사람들이 ‘아주 멀리 빙빙 돌아가는 버스’에 탔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 보니, 모두의 몸이 심심함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둥실둥실 바다 위를 날아 드디어 ‘심심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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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한다. 나뭇가지로 멋진 성을 쌓고, 쿵짝쿵짝 밴드도 결성한다. 하품을 하다 터득한 요들송 노랫소리로 고래와 대화하는 소녀, 시계를 쳐다보다 시간 여행을 떠난 소년, 밤하늘을 바라보다 새로운 은하를 발견한 할아버지…. 심심하다는 게 이렇게 멋진 일이었다니!

수채화풍의 유머러스한 그림에 책장을 넘기며 자꾸만 웃음 짓게 된다. 심심하고 무료한 아이는 온몸을 비틀다 못해 구렁이처럼 몸을 길게 늘이거나 다양한 자세로 방 안 곳곳을 굴러다닌다.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른 심심한 사람들이 빨간 등대가 있는 바닷가를 지나 파란 바다 흰 구름 위로 떠갈 땐 함께 몸이 떠오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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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밥 먹으렴!” 엄마 목소리에 리타가 답한다. “지금 못 가요!” 리타는 지금 상상의 나라 심심섬에서 멋진 용을 타고 바다 위를 날아다니느라 진짜 바쁘다.

책을 덮으면 이제, 다 같이 휴대폰을 끌 시간, 아이와 함께 심심섬으로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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