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처럼 ‘직각 어깨’ 가지려 승모근을 도려낸다는데
디지털 시대 추구美
어깨 미용 어디까지

31세 여성 회사원 최모씨는 지난해 여름 일명 ‘승모근 주사’를 맞고 8개월 넘게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렸다. 그는 노출 패션의 향연장인 워터밤 축제와 워터파크에 놀러 가기 전 “승모근만 없어도 체중 10㎏은 빠져 보인다” “제니나 닝닝 같은 ‘직각 어깨’가 몸매의 완성”이란 말에 혹했다.
유명 성형외과에서 어깨 근육을 퇴축시키는 보톡스 시술을 받자 어깨가 좀 가냘파 보였다. 그런데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힘이 빠지고 가방을 들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어깨 근육을 못 쓰자 목에 부담이 가고, 머리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두통도 생겼다.
필요 없는 근육은 없다. 그런데 유독 승모근(僧帽筋·등세모근)이 ‘만악의 근원’, 척결의 대상이 됐다. 목에서 등까지 이어져 승려의 고깔처럼 생긴 이 근육은 머리를 지탱하며 어깨를 올리고 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운전 등으로 얼굴을 앞으로 쭉 뺀 거북목 상태로 어깨가 움츠러든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척추와 머리를 잇는 승모근에 부하가 걸린다.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과발달시킨 근육인 셈이다.

잘못된 승모근 발달은 목 디스크와 어깨·등 통증, 팔 저림과 편두통, 우울증까지 동반한다고 한다. “승모근이 뭉쳤다”거나 “솟구친 승모근”은 “극심한 스트레스” “힘들다”는 말의 동의어가 됐다. 물리치료와 마사지부터 안마기, 패치, 괄사, 크림, 보정 속옷 등 각종 ‘승모근 깨부수기’ 상품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승모근이 현대판 장시간 노동의 상징이 되면서 미용상으로도 흉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승모근이 두드러지면 목이 짧아 보이고 전체적으로 우람하거나 뚱뚱해 보인다는 것이다.
예비 신부들 사이에선 결혼식 한두 달 전 승모근 주사를 맞는 게 필수 코스처럼 됐다. “승모근 주사 안 맞고 웨딩 촬영이나 예식을 했다간 평생 후회한다”고 할 정도. 웨딩 사진을 보정해 승모근을 납작하게 지우기도 한다.

승모근 혐오와 떼놓을 수 없는 현상이 소위 ‘직각 어깨’의 유행이다. 직각 어깨는 가로의 어깨선과 세로의 팔뚝이 이루는 각도가 90도로 떨어질 정도로 선이 가늘면서도 어깨뼈가 도드라지는 상체 실루엣을 말한다. 직각 어깨를 가지면 “섹시하고 여리여리해 보인다” “두상과 얼굴이 작아 보인다” “옷태가 좋아진다”고 한다.
최근 1~2년 새 남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직각 어깨를 드러낸 민소매나 오프숄더 상의, 속옷 같은 란제리룩을 걸친 인증샷을 올리면서 유행에 불을 붙였다. 그 대표 주자는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와 에스파 닝닝 등으로, 직각 어깨를 ‘제니 어깨’라고 한다. 해외에선 ‘K팝 아이돌 어깨’로도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도 “요즘 체형 관리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부위는 복부나 허리·다리가 아닌 어깨”라고 했다. 어깨에 추구미(美)가 쏠린 건 SNS에 올리는 사진에서 가슴선 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게 되면서다. 승모근이 발달하지 않은 날렵한 어깨가 건강과 날씬함, 즉 경제적·정신적 여유를 상징하는 신체 부위가 됐다는 것이다.
여름이 길어지며 노출의 계절이 길어진 것도 이유다. 이런 직각 어깨를 만들기 위해 승모근을 없애는 보톡스 주사나 수술은 물론이고, 어깨 주변의 삼각근과 쇄골이 도드라지도록 보형물을 채워 넣는 필러, 팔뚝 지방 흡입이나 리프팅 시술까지 ‘3종 세트’ 시술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승모근을 무조건 백안시하거나 섣불리 건드렸다간 큰 문제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광진구의 헬스 트레이너 신모씨는 “여성들이 ‘승모근 커질까 봐 걱정된다’며 등·어깨 운동을 아예 안 하려고 하더라”며 “승모근 중·하부 힘이 약해져 견갑골과 흉추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어깨를 안정적으로 잡아주지 못해 어깨가 안으로 말리면서 상부 승모근이 더 튀어나오고 아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권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승모근 주사를 척추 근육에 잘못 맞거나, 과도한 마사지로 근막이 손상된 경우를 자주 봤다”며 “매일 스트레칭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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