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립 이래 첫 적자 LH, 공기업 부실화 심상치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6000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내 출범 이후 16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토지 판매 수익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감한 반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부채는 작년 말 173조원을 넘겨 1년 새 13조원, 4년 만에 40조원이 불어났다. 2021년만 해도 매출 27조원, 영업이익 5조여 원의 실적을 내던 우량 공기업이 급속히 부실화된 것이다.
LH뿐 아니다. 공기업들의 총부채는 2020년 540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700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경영 악화 속에서도 지방 중심으로 공기업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2018년 이후 5년간 전국 지자체들이 새로 만든 공공기관이 205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지방 공기업의 적자는 4936억원에서 1조 9813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자체장의 선거 공약 등을 이유로 사업성을 따지지도 않고 마구 공기업을 남설(濫設)한 탓이다.
지난해 7000억원의 흑자를 낸 모범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지방 공항의 만성 적자를 떠안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와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공항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까지 떠안게 될 경우 심각한 실적 악화에 직면할 게 뻔하다. 공기업은 정책 수행 수단 기능도 해야 하지만 도가 지나쳐 부실화되면 결국 국민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부 일각에선 자칫 ‘제2의 한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한때 6년 연속 흑자를 내던 한전은 탈원전과 정치적인 ‘전력 요금 인상 억제’라는 정부 정책의 부담을 떠안으며 재무 구조가 붕괴했다. 부채 206조원에 하루 이자만 119억원을 지출하는 지경이 됐다. 이란 전쟁 여파로 한전은 물론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도 가격을 올리지 못한 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를 강요받아 상당한 부채가 추가로 쌓이고 있다.
지방선거 후 당선된 지자체장들의 공약까지 겹치면 공기업 적자는 더 늘 것이다. 지금 공기업 개혁에 나서야 한다. 신규 사업에 대한 외부 기관의 타당성 검증을 의무화하고 경영 실패 등에 대해 정책 입안자와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도 시급하다. 공기업 부실 도미노가 벌어지면 안 그래도 급속히 나빠지는 국가 재정 상태에 더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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