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같은 공간 속 건축가의 ‘시간’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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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멋진 건축물들이 많다.
그 건축물을 담아낸 사진도 많다.
단순히 건축물을 찍는 사람이 되려했던 그는 "건축사진은 건축물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들어낸 사람의 시간과 의지를 기록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함께 공간을 고민하며 빛과 그림자를 견뎌온 건축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연 앞에 풍경처럼 자리잡은 '건축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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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임형진은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주변을 빙빙 돌며 ‘바로, 그때’를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가 헤아릴 수 없이 짧은 실존적 순간을 건져내는 사람”이라고. 단순히 건축물을 찍는 사람이 되려했던 그는 “건축사진은 건축물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들어낸 사람의 시간과 의지를 기록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함께 공간을 고민하며 빛과 그림자를 견뎌온 건축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연 앞에 풍경처럼 자리잡은 ‘건축 사진’”을 남겼다.

저자가 가장 행복했던 촬영은 “건축가는 건축사진가를 존중하고, 건축사진가는 건축가를 존경하는 관계를 다지며 이루어진 프로젝트”였던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 사진이다. 한번도 어떤 장면을 찍어달라고 요청 받은 적 없지만, 그가 촬영한 제주의 석미술관을 본 건축가는는 눈물을 흘렸고, “우리가 뭔가 연결된 것 아니겠냐”며 감동했다.
“사진가가 스스로 상상하고, 움직이고, 경험해서 찾아낸 장면들”에 천착하는 그는 보는 사람으로부터 “이게 뭘 찍은 거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키는 사진을 하나 던져 의문을 남긴 뒤, 전경 사진으로 답을 주는 방식으로 촬영한다. 또 드론이 과연 사진가의 온전한 시각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간다.

책에는 ‘건축물’ 대신 ‘풍경’만을 오롯이 보여주는 사진도 있다. 겨울날의 계방산이나 세월의 흔적이 담긴 절집의 오래된 나무 기둥을 앵글에 담는 건 “세상의 여러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시각적 훈련”의 일환이이기도하다. 지금은 없어진 옛 로댕갤러리가 남대문의 야경과 한 앵글에 잡힌 사진은 “건축물의 기능은 사라져도 사진은 그 건축물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밖에 이토 도요가 설계한 기후 도서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이시카와 현립도서관, 독일 뒤셀도르프 외곽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등 길 위에서 만난 건축 사진도 실려 있다.
1990년 건축잡지사‘사진과 환경’에 입사한 후 난생 처음 카메라를 잡고 김수근 건축가의 유작인 ‘두리 예식장’을 촬영한 이야기를 비롯해 사진 인생과 관련한 담담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마음산책>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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