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웹툰에 부는 AI 바람⋯“AI는 창작 돕는 도구, 성패는 개인 역량”
AI, 웹툰 생산성 혁신⋯창작자 신뢰 구축은 과제

“블랙핑크의 마이크를 쓴다고 해서, 그들처럼 노래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도구가 쥐어져도 그 결과물을 결정하는 건 개인의 고유한 역량입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AI와 K-콘텐츠 상생을 위한 간담회’에서 AI 도입을 둘러싼 창작자들의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건 AI가 아니며, AI는 창작자의 비전을 명확하게 구현하도록 돕는 보완재라고 덧붙였다.
IP융복합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 터너 부사장을 비롯해 서범강 IP융복합산업협회 회장,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가 참석했다.
서범강 회장은 AI가 웹툰 산업의 ‘창작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회장은 “기존에는 1인 작가가 10~20명 규모의 스튜디오 시스템 생산량과 경쟁하기 어려웠다”며 “이제는 AI를 통해 1인 창작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동근 작가도 “혼자 주 6일 근무하고 있다”면서 “AI를 활용한다면 스토리텔링 등의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터너 부사장은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웹툰과 IP의 핵심”이라며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스토리텔링을 대체하기보다, 이를 돕는 보완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 작가의 작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언급하며 작품 속 인간의 보편적 감수성은 AI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웹툰 업계에는 AI 활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주 작가는 “AI를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노력 없이 작품을 만든다’는 오해를 살까 봐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서 회장도 “작업 전반을 AI에 의존할 경우 하향 평준화된 콘텐츠가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면서 “다만, 이는 기존에도 존재했던 문제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AI 도입의 핵심 과제로 신뢰를 꼽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서 회장은 “작가 고유의 화풍을 AI에 학습시켰을 때 제3자가 무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주 작가 역시 저작권 문제를 언급하며 AI 시대에 수작업으로 창작하는 이들을 위한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기술적 해법으로 ‘신스 ID’를 제시했다. 신스ID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AI 오남용과 딥페이크 확산을 방지하고 있으며, 업계 표준으로 확산하기 위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주 작가는 “저작권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AI는 경제적이고 똑똑한 어시스트를 고용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판 만화가 웹툰으로 대체됐던 것처럼 AI는 이미 창작 현장 깊숙이 들어오고 있고,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