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피부과 가주세요"… 외국인 환자 200만명, 작년 12조 썼다
국내생산 파급효과 22조 달해
'연예인 보톡스' 리프팅 받고
올리브영서 화장품 싹쓸이
中 환자 일년새 2배 늘어 1위
무비자입국 정책 전국 확대돼
부산 찾는 환자도 2.5배 증가

중국인 20대 여성 A씨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 압구정의 한 피부과로 향했다. 30분가량 '연예인 보톡스'로 알려진 리프팅 시술을 받고, 근처 올리브영 매장에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했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짐을 맡긴 그는 을지로로 이동해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노포 삼겹살 가게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근처 호프집의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도 한잔했다.
한국을 여러 번 찾는 'n회차' 외국인 여행족이 늘면서 K의료쇼핑이 한국 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100만명 고지를 넘은 지 불과 1년 만에 100만명이 더 늘었다. 이들이 의료관광으로 지출한 금액만 12조5000억원으로 자동차 약 35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를 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총 201만1822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외국인 환자가 117만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었는데,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해 2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10년간 한국 방문 외국인 환자는 연평균 23.5%로 꾸준하게 증가해 49만명대까지 늘었지만 코로나19 직후 12만명대로 급감했다. 팬데믹이 종료된 후 3년 연속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진료과별로 보면 'K뷰티' 위력이 절대적이다. 10명 중 6명(62.9%)은 피부과 진료를 받았다. 피부과 비중은 전년 56.6%에서 더 커졌으며, 증가율로도 전체 과목 중 1위를 기록했다. 성형외과도 11.2%를 차지해 2위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더해 한국 화장품 인기도 주효했다. 한국 의료 서비스 해외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산업은 바이오헬스 산업 선도국가 12개국 중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들은 주로 2박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체류하며 두세 가지 복합 시술을 받는다. 한국 여행 한 번에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쓰고 간다. 잠원동에서 피부과 의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주로 리프팅 시술이나 색소질환 치료처럼 젊게 보이기 위한 안티에이징 시술이 많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방문한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지출한 의료관광 소비액이 약 1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순수 의료 지출액(진료비)만 3조3000억원, 여타 국내 생산 파급효과는 22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환자들의 87.2%는 서울 병원으로 몰렸다. 강남, 압구정, 신사 등에 위치한 의원들이 강세를 보였다. 전국에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등록 의료기관 중 62.5%가 서울에 몰려 있는 데다 시술 후 여행과 쇼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이 대체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부산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작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전년 대비 2.5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제주에 한정됐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이 혜택을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니면 제주'를 선택했던 중국인들이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중국에서 온 환자만 약 61만명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2024년까지만 해도 일본인 환자가 가장 많았지만, 중국인 환자가 전년 대비 2.3배가량 증가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년간 유지됐던 외국인 관광객 미용 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가 지난해 말 일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인이 국내 병원에서 미용성형 시술을 받으면 부가세 10%를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원석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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