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민 변호사의 법률공방] 행복·불행 가르는 '지혜의 근력'
사후 대처따라 결과는 딴판
손절 잘해야 주식고수 되듯
법적분쟁도 빠른 결단이 답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고소를 당할 수도 있고, 결혼이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나 모함을 당할 수도 있고, 자녀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듯 난데없이 이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부인할지 자백하고 선처를 구할지 결정해야 한다. 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를 해서 책임을 물을지, 그냥 묻고 넘어갈지 판단해야 한다. 이혼 소송을 당했다면 상대방의 이혼 청구에 응할지 끝까지 이혼을 거부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불륜 관계가 드러났을 때 비밀 보장을 약속받고 큰돈을 주고 합의할지 아니면 비밀이 드러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소송으로 다투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 선택은 자신과 가족의 고통, 관계의 상실, 경제적 손실, 명예와 지위의 훼손을 수반한다.
변호사로서 경험해보면 같은 일을 당한 뒤에 대처하는 능력이 사람마다 너무나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지혜롭게 대처해서 고통과 손해를 줄이고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나머지 인생을 더 성공적으로 살아낸다. 반면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대처를 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유부단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거나 문제 해결의 책임을 남에게 미루려고만 하고 정통적인 방법은 무시한 채 편법이나 뒷거래 같은 불법적인 방법만 찾다가 결국 사기를 당하고 주변의 감언이설이나 사적 관계에 휘둘려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면 안 되는 일을 골라서 하다가 결국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과 손해를 대폭 키운다. 학력이 높고 직업이 번듯한 사람들도 이런 경우가 아주 잦아서 변호사 개업 후 놀랄 때가 많았다.
학창 시절이나 직장 생활 초기에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다들 학교나 직장에 모여 있고 생활이 엇비슷하다. 학교 시험 점수나 직장의 보직과 평정에서 좀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러나 각자의 인생 경로가 제각각 펼쳐지게 되는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거나 앞서 말한 일생일대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나면 이런 대처 능력의 차이가 이후 인생 전체를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같은 일을 당하고도 어떤 사람은 문제를 키워 불필요하게 많고 긴 소송을 해서 몇 년에 걸쳐 그 일에 매몰돼 돈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다가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마저 잃는 반면 현명한 사람은 조기에 그 일을 매듭지은 뒤 그렇게 해서 막은 추가 손실금으로 매년 발리 같은 곳에 가거나 가족들과 좋은 곳에 가서 상처받은 심신을 달래고 새 출발을 도모한다.
변호사로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건 내게 닥친 어려움의 숫자가 아니라 어려움에 대응하는 방식과 태도라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 남은 궁극의 자유는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라고 했다. 그 방식과 태도가 바로 지혜의 요체다. 지혜롭게 대응하는 경험이 쌓이면 지혜의 근력이 생긴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근력을 가지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시행착오도 거듭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문제해결 방식도 살펴보면서 자신의 방식을 성찰해야 한다. 거기다 지혜로운 문제 해결의 파트너를 만나는 행운이 있다면 지혜가 빠르게 큰다.
포커 챔피언도 매번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때 남들보다 많이 따고 질 때 적게 잃는다. 같은 주식시장에서 고수익을 내는 사람도 남들보다 손절을 잘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좋은 파트너와 함께 극복해낸다면 마치 좋은 트레이너와 제대로 근육 운동을 한 것처럼 한층 더 강해진다. 니체도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정재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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